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매뉴얼

korman 2020. 9. 2. 15:04

매뉴얼

 

좀 수그러드나 하였더니 처음처럼 다시 시작되고 있다. 그런데 코로나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Chance는 기회다’라는 영어 공부들을 하고 계시는지 재 확산되는 이 사태를 모두가 남의 탓으로 돌리며 국민들이야 어찌 되었건 자기네 편으로 유리한 기회(Chance)로 만들기 위하여 노력하시는 분들이 많다는 것이다. 또한 자신들의 잘못을 탓하기 이전에 자유를 탄압한다는 종교단체도 있다. 자유를 위해서는 자율이 선제되어야 하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모두가 남의 탓이요 모두가 내로남불이다. 이들을 볼 때마다 예전 코미디 프로의 유행어가 생각난다. “지구를 떠나거라, 나가 놀아라”. 현재 우리나라에서 정신 똑바른 사람은 정00, 그분 하나라는 유행어가 돌고 있다는데 그 말에 수긍이 간다.

 

사태가 다시 심해지자 수도권에 대한 통제가 많이 강화되었다. 그러나 원칙이 좀 결여된 탓인지 이해가 잘 안 되는 부분도 있어 같은 업종 간에 갈등이 야기되고 있다. 방문자 명부 작성도 그렇다. 예방을 위하여 스스로 하는 것인지 아니면 방역규정상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요새 동네의 작은 식당이라도 들어서는 즉시 발열체크를 하고 비치된 방문자 명부에 이름과 연락처 등을 기재하도록 요구하는 곳이 많다. 포장만을 위해서 매장에 들어서는 손님에게도 기록을 요구하는 곳이 있는가하면 요식행위인지 아니면 규정을 피해가는 꼼수인지는 모르겠지만 한쪽 벽을 모두 인쇄된 기록판으로 벽지처럼 도배한 곳도 있었다. 그러나 손님은 꽤 있음에도 한 줄 기록된 것도 없고 기록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이런 기록이 방역지침이라면 지침에 원칙이 없어서 일어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즉 자세한 매뉴얼이 없다는 이야기가 되겠다.

 

두 달 전쯤 막역한 후배 아들의 결혼식에 갔었다. 홀에 들어가 축의금만 내고 후배와 인사만을 나누고는 슬그머니 나왔다. 물론 홀에 들어갈 때 직원들이 발열체크를 하고 연락처를 남기게 하였다. 그런데 그것 또한 원칙이 없어서인지 개방된 홀 안에서 진행이 되었다. 증상이 있는 사람도 이미 사람들이 많은 홀 안에 들어가 버렸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조그마한 식당도 아니고 예식장 같은 넓은 곳에서는 홀과 격리된 곳에서 조사행위가 이루어 져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또한 그런 행위를 하도록 규정은 주었으되 어찌하라는 지침은 안 주었으니 그저 업체 측에서 편한 대로 하는 모양이었다.

 

입원실이 있는 동네 한방병원에 입원한 지인이 있어 잠깐 면회를 갔었다. 어디 거쳐가는 데가 없어 입원실이 있는 층으로 직접 올라갔더니 작은 병원이라 그런지 간호사들이 휴게실에서 발열과 연락처를 확인하고 있었다. 그곳은 입원환자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휴게실이었고 마스크를 벗고 있는 환자들도 여럿 있었다. 난 면회가 거절될 것이라고 생각하였는데 어떤 사람들은 입원실에 들어가기도 하였다. 두달 정도 지난 이야기니 그 때는 그리 하여도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병원의 특수성을 감안한다면 병원에도 어찌해야 하는 매뉴얼은 없었던 모양이다.

 

내가 사는 곳 근처엔 대학종합병원이 있다. 그곳 1층에 내가 통장을 가지고 있는 은행의 가장 가까운 지점이 있어 창구에 가여할 일이 있을 때는 가끔 이용한다. 매우 자유롭게 들락거리던 곳이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요새는 출입이 복잡해 졌다. 출입구가 다르고 문진표를 작성하고 발열체크를 받고 매일 색깔이 다른 출입스티커를 받아야 들어갈 수 있다. 그런데 이곳도 이미 출입문을 들어서 칸막이도 없는 오픈된 로비에서 이런 절차를 밟기 때문에 아무리 복잡하게 한들 먼저의 예식장에서 한 것과 별 차이는 없어보였다. 그런데 환자를 면회 왔다고 하면 이런 절차 없이 다른 문을 통하여 지하로 내려가 편의시설이 있는 곳에 안쪽과 바깥쪽을 의자높이로 구분해 놓은 곳에서 환자와 보호자는 안쪽 면회자는 바깥쪽에서 마스크 쓰고 만나도록 하였다. 그나마 면회자는 문진이나 발열체크도 없었다. 지하건 편의시설부근이건 필요한 차단 절차는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침은 받고 원칙은 수용자가 세워야 하니 이리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요즈음은 비말마스크라는 걸 쓰고 다닌다. 그러나 내가 지금까지 산 마스크에는 전후위아래에 대한 설명이 없었다. 철심이 든 곳이 위라는 건 알겠는데 앞뒤는 쓸 때마다 헷갈린다. 물결이 아래로 향하는 면이 바깥이라고 방송에서 여러 번 들었으니 그리 쓰고는 다니는데 이쉬운 것은 기왕이면 포장을 인쇄할 때 그림이나 사진을 넣어 설명을 하였으면 좋을 것을 왜 그리하지 않는지 하는 점이다. 내가 산 회사들의 제품 말고 다른 곳의 제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현란한 자랑은 많으면서 사용상 필요한 정보가 없다는 것은 참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아무리 설명을 하여도 집사람은 새로운 마스크를 쓸 때마다 헷갈리는 모양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별수 없는 할머니구만”하고 놀리기는 하지만 영업제한이나 발열체크나 마스크나 모두 규정이나 제품을 만드는 사람들의 매뉴얼에 대한 인식이 좀 깊어졌으면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그나저나 여기 저기 드나들며 연락처, 이름, 사는 곳 등 적으라는 대로 적어 놓은 개인정보는 어찌 보호되는 것인지 이 또한 발표된 바 없으니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언론에서도 이런 이야기는 없다. 코로나방역에에 묻혀 개인정보노출은 간과되고 있는 건 아닌지 염려스럽다.

 

2020년 9월 1일

하늘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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