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손주 온라인교육 돌봐주다가

korman 2020. 8. 16. 16:23

 

손주 온라인교육 돌봐주다가
 
초등학교 1학년 선생님을 어떻게 불러야 가장 적절한 표현일까를 생각해 보았다. 학교는 배정받았지만 입학식도 못하고 담임선생님 얼굴도 뵙지 못한 상태에서 온라인교육이라는 익숙지 않은 이름으로 첫 학교교육을 받아야하는 외손자를 돌봐주면서 1학년 선생님의 역할은 모든 선생님들 중에서 가장 힘든 분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친손녀들은 이미 초년생을 벗어난 3.4학년이 되었으니 누가 돌봐주지 않아도 시간되면 각자 노트북 펼쳐놓고 스스로 다 알아서 하고 있지만 이제 1학년이 된 이 녀석은, 다른 집에서도 사정은 비슷하겠지만, 도무지 통제가 되질 않는다. 물론 유치원과정을 거치면서 단체생활, 학교생활에 입문하기는 하였지만 학교라면 몰라도 집이라는 편안함과 공부라는 압박감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공간이라 그런지 도무지 TV화면에 집중을 하지 못한다. 화면 한 번 보고 하품 한 번 하고 한 문제 풀고 장난감 자동차 거실 한 바퀴 돌리고 그나마 할아비가 좀 화난 얼굴을 보여야 잠깐 잠잠하다가 또 자기 본업인 장난으로 돌아간다. 그러니 학교에서는 1학년 선생님이 이 모든 상황을 통제하고 아이들이 공부에 집중하도록 방법을 강구해야 하니 오죽이나 힘들까.

1학년 선생님은 기본적으로 엄마로부터 시작해서 선생님으로 이어지는 여러 역할을 동시에 해야 하고 아이들이 지루함을 느끼지 않도록 영화배우는 물론 코미디언이나 무성영화의 변사 역할도 해야 하며 아이들이 잘 따라 할 수 있도록 그림을 잘 그려야함은 물론 글씨도 잘 써야한다. 또한 때로는 교육상 엄한 훈육도 하여야 한다. 1학년 선생님에게는 스스로의 내면에 그런 것들을 다 들여놓고 아이들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니 이 얼마나 힘든 일이 아니라 할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아이에게 좀 섭섭하게 하였다하여 사회적으로 소위 ‘갑질’이라는 게 유행이라 하니 선생님에 대한 학부형이 ‘갑’인줄 착각하여 자신의 아이를 가르치는 선생님을 부적절하게 대하였다는 뉴스를 접하면 자식에게 무엇을 가르치려함인지 학교에는 왜 보내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가 없다. 
한편 아무리 온라인교육이라 할지라도 전 교육과정을 온라인선생님 한 분이 모두 감당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니  유튜브 같은 곳에 기 올라있는 전문기관에 의하여 만들어졌거나 상업적으로 만들어진 학습프로그램이나 참고용 프로그램들을 시청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런 프로그램들이 어른들의 눈높이로 만들어졌거나 사회적인 문제점이 고려되지 않았거나 초등학교 1학년에게는 도저히 감당이 안 되는 내용이 가끔 있어 걱정되는 부분도 있다. 

프로그램들의 대부분은 아이들의 학습에 필요한 것들이지만 때로는 내 판단으로 좀 부적절하다 싶은 프로그램들이 섞여있다. 예를 들어 교육관련기관과 장애인단체까지 참여하여 만든 프로그램에서 그림을 잘 그리는 그러나 정신적 장애가 있는 어린이를 친구로 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이 그 장애친구 누나의 아름다움에 끌려 그와 친구가 되는 듯한 외모편중의 인상을 심어주는 프로그램이 있는가 하면 (방송ㅍ로를 흉내 내어 누나에게 CG꽃비도 여러 번 내렸다) 아이들이 보면 무서울 정도의 어두운 화면에 검은 그림으로 ‘성폭력과 그로 인한 죽음에 이르는 설명’이 들어있는 프로그램도 있었다. 초등학교 필수 프로그램이라 하는데 과연 이 프로그램을 고학년도 아니고 1학년에게 보여 주어야 할까 하여 내 판단으로 중간에 꺼버린 프로그램이다. 학교숙제를 하지 않아 엄마로부터 매를 맞고 우울해 하는 아이를 친구들이 담임선생님께 이야기 하고 선생님은 가정폭력을 방지하는 기관에 연락하고 아이들에게는 가정폭력이 이루어지면 어디로 연락하라는 교육프로그램도 있었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에서 간과한 것은 아이들이 숙제를 하여야 하는지 아닌지 가르침이 없었고 어떤 경우가 가정폭력이라는 설명도 없었으며 그저 부모의 훈육차원에서 등짝 몇 번 두드린 것 까지도 아이들이 가정폭력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는 데 문제점이 있었다. 또한 한글과 관련된 프로그램의 배경은 온통 영어로 덥혀있다던가 상업적인 언사로 ‘구독해 주세요’ 하면 될 것을 ‘섭스크라이브’해 주세요 하는 프로그램 등등. 따라서 나는 온라인 학습으로 학교에서 배부하는 주간학습시간표에 기재된 유튜브의 그 모든 프로그램이 아이들에게 도움을 준다는데 동의하지 못한다. 앞으로 아이들을 위한 이런 프로그램을 제작하는데는 좀 더 복합적인 생각을 가지고 검토에 검토를 거쳐 만들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무튼 그렇다 할지라도 외손자 온라인교육을 살펴주면서 1학년 선생님에 대한 생각을 달리 가지게 되었다. 선생님들 모두가 아이들을 위한 초인적 힘이 필요할 것 같다. 손주들이 모두 일주일에 한 번씩 학교에 간다. 그리고 온라인교육은 계속되고 있다. 내 손주들은 물론 다른 아이들 모두 코로나로부터 안전하였으면 좋겠다.

2020년 6월 11일
하늘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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