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무하고 턱무하다
북한의 김정은이가 보름간 사라지자 CNN에서 촉발시킨 온갖 과도한 추측이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도 “병에 걸렸다, 죽었다” 등등 난무하였다. 저녁 뉴스를 보다 '저놈 지금 신비주의 흉내 내고 있는 거야' 했더니만 집사람이 무슨 소리냐고 물었다. 지금 코로나 때문에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 및 유럽국가들도 자기한테는 관심을 두지 않으니까 관심 받으려고 어디 특각에 틀어박혀 있을 거야. 이제 다들 저리 떠들어대니 지금은 특각 어디서 기쁨조 끼고 와인이나 마시며 헛다리짚는 뉴스를 보고는 낄낄거리고 있겠지.“라고 대답하였다.
엊그제 김여정이라는 김정은의 여동생이 자신의 지위도 내세우고 싶고 정은이를 돕겠다고 탈북단체에서 북으로 띄우는 전단지를 문제 삼으며, 뭔가 꼬투리가 필요하였겠지만, 폭력배도 사용하지 않는 온갖 추잡한 단어를 다 사용하며 시비를 걸더니만 드디어는 남북협력사무소라고 지어놓은 건물을 폭파시키는 추한 꼴을 보였다. 흡사 깡패들이 자신들의 몰골을 과시하기 위하여 병을 깬다거나 멀쩡한 시설물을 방망이로 부수며 주위 사람들에게 겁을 주는 자태와 흡사한 행동을 보였다. ‘겁먹은 개가 요란하게 짖는다’라고 하였는데 뭔가 겁나는 게 있었을까? 아니면 내부적으로 인민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결속을 다져야 하는 급박한 일이 생겼을까? 그래서 명성황후가 왜놈들에게 한 “내가 조선의 국모다”를 흉내 내고 있는 것일까? “내가 북조선의 국모다”라고.
협력(協力)이라는 말이 있다. 국어사전에는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서로 힘을 합하여 도움’이라고 나와 있다. 서로 힘을 합하여 도와야 ‘협력’이라는 단어가 성립된다는 이야기다. 우리가 한 20여 년 전부터 온갖 매체를 통하여 가장 많이 보고 들은 단에 중에서 ‘남북협력’이라는 단어가 있다. 위에 기술한 의미로 생각하자면 남과 북이 서로 힘을 합하여 잘 도와가면서 어떤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만들어 놓은 단어이다. 또한 ‘남북협력기금’이라는 단어 또한 그런 의미가 내포된 기금, 그러나 100% 우리 국민들의 세금으로 이루어진 기금이다. 그런데 ‘남북협력’이라는 단어가 만들어진 이래 진정한 의미의 상호협력이 있었는지 의심스럽다. 쌍방이 아니라 너무나도 일방만 있었던 것은 아닐까? 즉, ‘짝사랑’만 하였다는 이야기가 되겠다.
생전의 내 어머니께서는 너무나도 어이없는 일이 생기면 “텅무하다”라고 하셨다. 사실 발음이 그렇지 ‘텅무’인지 ‘턱무’인지는 나도 모른다. 어느 날 사전을 찾아보니 ‘텅무하다’는 ‘어이없다’의 평안도 사투리로, ‘턱무하다’는 ‘턱이 없다’의 황해도 사투리로 표기되어 있다. 텅무건 턱무건 간에 둘 다 어이없다는 표현으로 사용하는 모양이다. 요즈음 북쪽 아이들이 노는 꼴에 딱 그 말이 어울린다. 아니 그 보다 그 여자아이가 한 마디 하였다고 국가와 국민의 자존심은 제쳐놓고 관련 기관이 다 나서서 읍소하듯 무슨 법을 새로 만든다, 수사를 한다, 누구를 처벌한다 등등 100m 달리기 하는 선수들처럼 재빠르게 온갖 정책을 발표한 게 난 더 어이없게 느껴진다. 김여정의 한 마디가 남쪽 100m 주자들의 출발을 알리는 호각소리로 들렸을까?
지금까지 북한에 관한한 국민들에게 발표된 것들은 모두 북한을 일방적으로 도와주는 것들이었지 사전적 의미의 협력이라는 것이 있었을까? 그래도 우리는 그걸 협력이라 불렀다. 우리가 그들을 외교적으로 괴롭혔다거나 위협적 군사행동을 하였다거나 현 체제에 불안을 안겨주었다던가 등등 그 어떤 적대행위를 한 일이 없다. 오히려 나 같은 국민의 입장에서는 참 답답하게 생각될 만큼 그들을 어루만져 주는 정책을 이어왔다. 그런데도 뭔가 심통을 해소해야 하는 일이 생겼는지 냉면가게 조리장까지 나서서 무식을 쏟아 내더니, 좀 더 두고 봐야겠지만, 너무했다 싶었는지 아니면 목적한 바를 달성하였는지 며칠사이에 난동을 거둬드렸다. 꼭 시장상인들을 위협하기 위하여 똘마니를 시켜 점포 몇 군데 가서 행패를 부리게 하고 두목은 뒤에서 ‘이제 그만하고 상인들이 어떻게 나오나 좀 기다려보자’ 하는 깡패들의 짓거리와 같은 수법이다. 참 텅무하고 턱무한 일이다.
시쳇말에 ‘어르고 X먹인다’와 ‘X주고 뺨맞는다’라는 말이 있다. 옛 시인의 노래도 아니고 꼭 명심해야 할 생활 속 명언도 아닌 이 두 속언이 왜 자꾸 이 시점에서 생각나는지 모르겠다.
2020년 6월 25일
한국전쟁기념일에
하늘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