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잡다한 이야기

차이나신드롬 속의 진짜 중국 - 이인택

korman 2025. 2. 12. 16:48

250202 - 250210

차이나신드롬 속의 진짜 중국 - 이인택 - 해냄

 

24년 전의 중국을 읽었다. 책의 초판이 24년 전이니 저자가 중국 및 중국 문화권을 오랫동안 경험하고 공부하며 이 책을 쓰기까지의 시간을 계산하면 그 이전의 중국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그 당시라면 나도 가끔 베이징이나 상하이를 다녀오곤 하던 때였다. 내가 경험한 중국은 저자의 전문적인 경험과 지식에 비하면 손톱보다도 못할 정도라고 해도 좋을 것 같지만 그래도 책 속에 있는 내용 중 내가 경험하였으므로 공감이 가는 부분이 있기도 하였다. 그 때는 정말 신드롬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중국이 기회의 땅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기록을 보면 우리가 중국과 수교를 한 때가 1992년이었다. 그러나 그 몇 년 전부터 중국에서의 공인된 초청장이 있으면 우리 당국의 허가를 받아 중국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많이 있었다. 물론 우리가 중공이라 부르던 공산국가이고 비수교국이며 북한 사람들이 활동하는 국가였으니 당국으로부터 중국에서의 행동에 대한 사전 교육을 받아야 했음은 물론이다. 그 당시는 일본에 있는 중국 대사관에서 비자를 받아야 했으므로 도쿄로 건너가 초청장을 제시하고 3일을 기다려야 했다. 그래서 내가 처음 베이징이라는 데를 간 때가 89년에서 90년 사이인 것으로 기억된다. 그러니까 나도 처음은 수교 이전에 그곳에 다녀온 셈이다. 물론 혼자가 아니고 2명의 일행이 있었고 비즈니스측면에서 우리를 초청 하였던 상대회사에서 모든 편의를 제공하여 주었지만 처음 방문한 북한과 가까운 공산국가에서의 행동은 마음으로부터 스스로 경직되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방문 횟수가 늘어나고 수교가 되면서 많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오고가는 곳이 되었지만 수교 후 몇 년 간은 혼자 찾아가야 하는 길에는 그런 마음이 누그러지질 않았다. 나중에 들으니 우리가 북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보다 북한사람들이 우리나라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더 경계하였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저자가 이 책을 출간한 이후에도 난 처음 중국엘 갔던 이래로 매년 1년에 한 번씩은 베이징이나 상하이를 가야할 일이 있었으며 어떤 때는 중국 내륙의 도시 정저우(郑州)를 가야할 때도 있었다. 베이징이나 상하이라면 몰라도 수교한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을 때 우리가 잘 알지도 못하던 정저우라는 지방도시까지 직항편이 생겨났으니 그 당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중국이라는 나라엘 오고 갔는지 보지 않은 분이라도 짐작할 수 있다. 정저우는 비즈니스측면의 인적교류보다는 우리나라에서 무척이나 유행한 중국 무협소설이나 쿵푸 영화에 어김없이 등장하던 소림사와 황하를 지척에 둔 곳이라 단체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 되어 그 영향으로 직항편이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 당시 나도 정저우 공항에서 청사 바닥에 앉아 바나나를 먹으며 고스톱을 치고 중국인들을 무시하는 말투로 중국인들보다도 더 떠들어대는 단체관광팀을 만난 적이 있다.

당시에 중국에 다녀온 분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거나 중국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을 글로 남긴 분들 중에는 중국에 대한 긍정적인 이야기 보다는 그들의 행동이나 시설에서 오는 부정적인 것들을 많이 이야기 하였다. 그러나 그건 당시 우리나라와의 경제적인 면이나 문화적인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단순비교에서 오는 생각이 아니었나 하는 느낌이다. 내가 가장 최근에 중국엘 다녀 온지도 10여년이 지났다. 요새는 중국에 다녀온 분들이 SNS나 블로그를 통하여 많은 경험담을 남긴다. 또한 직접 가지 않더라도 유튜브라는 영상 매개체를 통하여 변화되는 최신 중국을 경험할 수도 있다. 그런데 아직 많은 분들이 여행에서의 경험을 통한 자신이 겪은 부정적인 면만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중국엔 가지 않았더라도 간접경험을 통한 식품위생이나 가짜상품 및 스포즈 경기 등에서 특히 그렇다. 그러나 중국을 비평하기 이전에 먼저 일상적으로 그런 면에서 우리가 하는 행동들이 중국인들 보다 더 나은지는 잘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 책에서도 중국을 평가하는 데 대하여 약간의 부정적인 기술이 없지만은 않다. 그러나 그건 전문가적 견해에서 우리와 비교해야 할 부분적인 평가이고 요즈음처럼 무조건적으로 일반인들이 팔이 안으로 굽는 형식의 견해는 아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다른 나라를 여행하면서 느끼는 불편이나 부정적인 면은 비단 중국뿐만이 아니다. 사람들 개개인의 차이도 있겠지만 문화적인 차이도 크기 때문이다. 달래서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라는 말이 생겨났을까! 나는 이따금 출장지에서의 휴일에는 우리나라 단체관광팀을 많이 만났는데 홍콩에서는 “우리는 이렇게 하는데 이X들은 왜 이렇게 하는거야?”라고 나에게 자신의 불만에 대한 동조를 요구하는 분도 만났고 싱가포르에서는 모든 걸 잘 지키고 참 깨끗하다고 감탄을 하시던 분이 인천공항에서는 바닥에 침을 뱉으시고 먼저 줄을 선 나를 밀어내고 새치기를 하면서 카트를 집으려던 아주머니도 만났다. 최근의 패키지여행에서는 정해진 시간에 버스에 탄 모든 일행을 2시간 이상 기다리게 하면서 개인행동을 한 분이 일행에게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당연한 표정을 지으며 버스에 오르는 것을 본 적도 있다. 모든 일행이 그 분을 걱정하고 가이드는 이곳저곳을 찾아 2시간을 헤매었는데도 그 분은 그건 안중에도 없었다. 외국인들이라고 우리나라에 와서 부정적인 면 없이 좋은 경험만을 하고 돌아갈까? 우리말에 ‘도낀 개낀’, ‘오십 보 백 보’, 똥 묻은 개 겨 묻은 개‘ 등이 있다. 이렇게는 되지 말아야 하겠다.

 

요즈음 중국에서 개발한 AI ‘딥시크’라는 것에 대하여 우리도 놀라고 세계가 놀라고 있다. 비단 AI뿐만 아니라 중요한 세계적 산업분야에서 중국이 우리보다 앞선 부분도 많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중국 신드롬은 오래전에 흘러갔다고 하더라도 개인의 불편했던 경험만으로 중국을 우리보다 못한 국가로 혹은 우리와 다른 부정적인 국가로 평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2025년 2월 12일

하늘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