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김장

korman 2007. 12. 9. 19:38

김장


지난주에 집사람이

김장을 하였다.

배추가 금추라고 투덜대면서

혼자 20여포기를 하였다.


뭘 도와줄게 없나 기웃거리다

칼이 잘 들지 않는다고 하기에

내가 잘 들게 갈아 주마 하고 나섰다.

가는 흉내야 낼 줄 알지만

숫돌이 있어야 갈든지 말든지 할 것을.


집사람이 불쑥 숫돌이라고 내민다.

칼이 들지 않을 때면 혼자 어찌 해보려고

양옆에 동그란 엽전 같은 쇠숫돌이 붙어있는

칼갈이라고 하는 것이었다.

대충 그곳에 문대기니

그런대로 무우는 썰만하였다.


그거 잠깐 하고

절여 씻어놓은 배추에서

노란 잎사귀 뜯어내

속을 곁들여 한입 베어 물었다.

예나 지금이나

김장때 먹는 배추속은 참 일품이다

소주 한잔 곁들이면 금상첨화.

집사람은 계속 배추를 씻고

나는 연신 속을 뜯어 입에 넣는다.   


예전에는 작은 식구에도

많은 집에서

200여포기 이상씩은 다 하였는데

그래서 김장은

커다란 가정행사 중의 하나였다.

요새는 비닐하우스 덕에

4계절 언제나 늘 푸른 채소를 만날 수 있어

김장이라고 부를 것도 없는 김장을 한다.

중고등학교 시절

집에 수도가 있어도

공동수도에서 물지게로

물을 길어 날라야 했던 시절

내가 살던

미아리 언덕위의 신흥주택지에는

낮에는 수도가 잘 나오지 않아

밤 12시가 넘어서 절인 배추를 씻었다.

만약을 위하여

낮에 공동수도에서 물을 길어

드럼통에 비축을 하고 씻었다.


언덕 아래에서 물지게로

물을 나르는 것은 참 고역이었다.

그때는 김장은 늦게 하고 눈은 일찍 내렸는지라

물 길어 나를 때

눈이라도 와 있으면

물지게를 지고 미끄러져

물통을 엎어버리는 일이 종종 있었다.

매번 돈을 주고 길어오던 공동수도였는데.

그래도 그 밤에 먹는 배추 속은 일품이었다.


김장을 마치면

도루묵을 한냄비 푹 끓였다.

배추 속과 소고기를

정확히 말해 소 심줄에 기름 붙은 것 넣고

된장 풀어 배추국도 끓였다.

지금도 집사람은 내 성화에 배추국을 끓인다.

그러나 그 흔하던 도루묵은 다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김장때만 되면

물지게와 미아리 언덕의 집과

도루묵이 생각난다.

40여년도 더 지났음에도.


2007년 12월 다섯째날일

 

 

한계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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