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서해를 바라보며

korman 2007. 12. 22. 12:18

서해를 바라보며


서해안에 닥친

검은 재앙이

여러 사람들의 무조건적인

헌신적 노력에 힘입어

겉으로 보기에는

제 모습을 찾아가는듯하다.


TV 화면에서

자원봉사에 나선 사람들의

검은 얼굴을 보며

그곳에 참여 못한 나 자신이

많이 부끄러워짐을 느낀다.


더욱이

모래 속에 스며든 기름이

완전히 제거되어

자연 치유되려면

앞으로 20년이 걸린다는

환경 전문가의 말에

다시 한번 가슴이 아려온다.


앞으로 삶의 대책이 막연하다고

카메라 앞에서

울먹이는

어머니 같은 노인네의 한탄에

내 눈시울이 적셔지는걸 느낀다.


내가 어린시절을 보낸 곳도

만리포 같은 해변이다.

바닷물에 적셔지면

시멘트 색깔 같은 모래에서는

아침 햇살에

몽실몽실

해무가 피어나던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는 가끔씩

축구장만한

미군의 수송선이 들어와

드럼통에 담은 기름을

하역하곤 하였다.

그리고 수송선이 떠나면

드럼통에서 흘러나온 기름띠가

해변에 밀려드는 파도를 타고

모래를 적시곤 하였다.


어려웠던 시절

그 파도 위, 모래 위의 기름

한 방울을 이라도 건져

등잔불을 밝히려

지금 서해안에서 하듯이

걸레에 기름을 묻히느라

파도를 따라

이리 뛰고 저리 뛰던

어릴 적 생각이

가슴에 스며온다.


적신 걸레를 비틀어

깡통에 담아

바닷물을 가라앉히고

물 위에 뜨는

몇 숟가락 되지도 않는 기름을

등잔에 따라 붙던 기억이

50여년이 지난 지금

서해안의 재앙을 보며

추억을 벗어나

슬픈 기억으로 다가온다.


조국과 강토를 사랑하는

많은 이들의 노력으로

상처 입은 사람들의 마음과

주름진 얼굴이

하루라도 빨리

치유되기를 바란다.


2007년 12월 스무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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