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버려지는 안타까움

korman 2007. 12. 29. 23:14

버려지는 안타까움 


요새 TV를 보면 각종 별난 요리나 맛있는 집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각 방송사마다 넘쳐난다. 특히 토요일이 되면 더욱 그런 것 같다. 아마 주말에 가족들이 즐길 수 있는 장소를 소개하다 보니 자연 먹는 것으로 이어지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런지 길거리를 가다보면 “00 방송국 00프로에 소개된 집”이라는 현수막을 걸어놓은 음식점이 즐비하다. 이에 질세라 어떤 곳에는 “방송에 소개되지 않은 집”이라는 현수막도 걸려있다. 몇 달 전 신문에서 접한 외국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회식문화가 발전하여 OECD국가 중에서 인구비례로 볼 때 음식점 수가 가장 많은 국가에 속한다고 한다.


각 방송국들이 다투어 비슷한 프로를 만들다 보니 간혹 특출한 음식을 소개하는 경우도 있으나 대개는 비슷비슷한 음식을 많이 소개한다. 맛의 기준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으나 다 맛있는 집으로 소개된다. 또한 싼값에 많은 반찬을 제공하는 것을 자랑하는 음식점들도 소개된다. 반찬이 10가지이네 20가지이네 하면서 상다리가 휘어진다고 광고한다. 그러나 나는 이러한 수량위주의 반찬 제공에 대하여 그리 긍정적인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우리나라의 상차림은 외국과 달라서 준비한 모든 음식을 동시에 같은 상에 올려놓고 먹는다. 반찬이 20가지면 20가지 모두를 한상에 올려놓는다. 가정에서 이렇게 준비하였다면 식구들끼리 먹는 것이니 먹다 남으면 상하지 않게 잘 보관 하였다가 다시 먹으면 된다. 그러나 불특정 다시수가 이용하는 대중음식점의 경우는 다르다. 아무리 싼값에 많은 반찬을 제공한다 하더라도 사람에 따라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각자가 좋아하는 것을 주로 먹는다. 나머지는 손도 대지 않은 채 상을 물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면 손도 대지 않은 그 남은 음식들은 어디로 갈까.      


정직한 음식점에서는 손님이 손을 대지 않은 음식이라도 다른 사람의 상에 올리지 않는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런 정직한 음식점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가끔씩 00음식점이 손님상에 올렸던 반찬을 다시 다른 손님에게 제공하여 단속되었다는 뉴스를 접한다. 내가 음식점을 경영한다고 해도 다시 다른 손님에게 제공하고 싶을 만큼 남아서 버려지는 새 음식이 너무 많다. 아직 점심을 굶는 초등학생들이 7만명이나 된다고 하는데.


이제 우리나라 음식점은 많은 나라에 존재한다. 그러나 유독 영국에 있는 한식집에서는 다른 곳에서는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반찬류를, 심지어는 김치까지도 모두 돈을 받고 제공한다. 영국 출장길에 우리음식을 먹으며 참 야박하다는 생각을 하였었다. 한때 우리나라에서도 낭비를 막기 위하여 이런 제도를 추진한 적이 있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나 요즈음 너무 많이 버려지는 음식들을 보면서 음식점 마다 대안이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영국처럼 모든 반찬에 돈을 받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반찬의 가지 수를 제한 한다던지 아니면 대여섯 가지 반찬을 마련하고 손님 각자가 좋아하는 서너 가지를 선택하게 한다던지 하는 제도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음식점에서 사용하는 대다수의 먹거리가 수입된 것이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연말을 맞이하여 각 방송사에서는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에 대한 소개를 많이 하고 있다. 이들을 보면서 문득 그 많은 버려지는 음식에 대한 생각과 함께 영국 한식당에서의 야박함 보다는 현실적으로 우리에게도 그런 제도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2007년 12월 스무나흩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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