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종, 진리의 울림
하나. 천상天上의 소리를 전하다 _ 통일신라 범종
한국 범종의 전형적인 양식은 통일신라시대인 8세기 전반에 성립되었다. 종신의 외형은 항아리를 거꾸로 엎어 놓은 형태이며, 용뉴는 한 마리의 용에 화려한 문양의 음관이 함께 장식되어 있다. 상대와 하대, 혹은 연곽에까지 반원문 또는 주악천인상 등을 넣었으며, 연곽 안에는 아홉 개의 연뢰가 정연하게 배치되어 있다. 종신에는 악기를 연주하며 구름 위를 날고 있는 주악천인상 한 쌍이 장식되었으며, 주악천인상과 함께 대칭으로 2개의 당좌가 있다.
통일신라시대 범종은 음통과 움통을 통한 공명현상이 극대화되어 은은하고 긴 여운을 가진 청아한 소리가 특징이다.
둘. 불법佛法을 담다 _ 고려 범종
고려시대의 범종은 기본적으로 통일신라시대 범종의 형식을 따르고 있으나 장식적인 부분에서 당시의 양식이 가미되면서 점차 변화하였다.
고려시대 범종의 장식에서는 불교의 특징적인 문양이 나타난다. 범종의 상대 위로 입상화문대立狀花文帶라는 돌출장식이 새로 첨가되었으며, 종신에는 연화좌 위의 불·보살상이 장식되거나 삼존상이 천개天蓋와 함께 표현되기도 하였다.
불교의 대중화로 인하여 높이 40cm 내외의 소종小鐘 제작도 크게 늘어났다. 고려시대 말에는 원나라 종장鐘匠이 만든 개성 연복사 종(1346)을 통해 중국 종의 양식이 들어오며 새로운 변화를 맞게 되었다.
셋. 세상의 모든 소리를 살피다 _ 조선 범종
조선시대에는 고려 후기의 범종 형식과 중국 종의 형식이 결합하여 독자적인 형태와 문양을 갖춘 범종이 만들어졌다. 음통이 없어지면서 한 마리의 용뉴는 쌍룡으로 바뀌었다. 17세기에 들어 단룡이 다시 출현하지만 음통의 역할은 이미 상실되고 장식용이 되었다. 입상화문대는 사라졌으며, 상대 아래에는 범자무늬가 첨가되어 독립된 문양 띠로 자리 잡게 되었다.
종신의 중단에는 중국 종에서 볼 수 있는 돌출된 가로선인 횡대橫帶가 등장하였으며, 하대가 종구 위쪽으로 올라가 배치되기도 한다. 종신에는 합장을 한 보살입상이 장식되었고, 이 외에 용, 범자, 파도 등이 주로 표현되었다.
넷. 호국護國의 염원을 담다 _ 근대 범종
한국 범종의 양상은 조선시대 이후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크게 급변하였다. 이 시기에는 일본 불교와 함께 대량으로 생산된 범종들이 국내로 유입되면서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시대적 여파에도 장인들은 조선 범종의 양식을 계승한 범종을 제작함으로서 전통의 맥을 이어나갔다.
당시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한 주종장鑄鍾匠은 김치운金致云(혹은 致雲)이다. 근대기에는 일본 불교의 영향을 받은 외래형 범종의 유입과 대량생산 구조 속에서 김치운 등 전통형 범종을 제작하던 장인들이 한국전쟁 전까지 활동하며 한국 범종의 역사를 이어갔다. 한국 종의 특징인 4개의 연곽과 36개의 연뢰가 다시 보이고 쌍룡에서 단룡의 형태로 바뀌는 시기는 대략 1960년대 이후로 추정된다.
출처 : 불교중앙박물관 2017년 10월 24일 현재
http://museum.buddhism.or.kr/?c=2/14&uid=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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