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배의 神品名詩]파문
파문 ―우대식(1965∼ )
첩첩의 산을 넘어
상원上院에 선다
어두워져가는 고원,
희미해져가는 몇 개의 불빛과
눈발을 만나 악수를 나눈다
오래 헤어졌던
길고 긴 강물처럼 울려나오는 동종 소리에
몸을 싣고
잘못했다
아름다운 고통이었다
몸을 구부려 또 빌고 빌었다
악기를 타는 비천飛天의 보살이여
천 개의 손을 보여다오
화엄으로 돌아가는
서른다섯 개의 젖꼭지여
어지러운 꿈속에 젖을 물려다오
발등에 먼지가 고여 수레처럼 쌓일지라도
상원의 동종이여
소리여
일 개個 만 개個의
파문이여
언제 우는가. 아니 언제 한 번 천둥같이 백두대간을 온몸으로 흔들며 지구촌 하늘을 울리려는가. 한국은 세계가 ‘코리안 벨’이라 이름 지을 만큼 인류 으뜸의 종(鐘)의 나라. 불국 융성 더불어 큰 산 높은 절마다 크고 작은 범종을 지어왔거니, 그 가운데도 에밀레종이라 부르는 ‘성덕대왕신종’보다도 46년이나 앞선 성덕왕 24년(725년) 주성된 이 ‘상원사동종(上院寺銅鐘·국보 36호)’이 가장 오랜 역사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천판에는 머리가 크고 사나운 발톱을 가진 용뉴(龍(뉴,유))가 마치 천둥소리에 놀란 듯 눈을 부릅뜨고 뿔과 귀를 세우고 입으로 소리를 내지르는 기상이 살아 움직이고 있으며 다섯 구역으로 나뉜 음통(音筒)에는 연꽃, 보상화, 덩굴무늬가 새겨지고 상대(上帶)와 하대에는 당초문을 바탕 삼아 구슬 장식으로 테를 두르고 그 안에 구름 위에서 옷자락을 나부끼며 하늘을 날아오르는 선녀들이 피리, 쟁(箏), 공후, 생황을 연주하고 있다.
범종은 불기 중에서도 대표적인 조형물이며 이러한 조각 양식은 8세기 전반, 극락왕생을 구현하는 신라인의 기원을 담고 있다.
출처 : 동아일보 인터넷 2019년 5월 20일 현재
http://news.donga.com/3/all/20160706/790393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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