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잡다한 이야기

미술로 본 한국의 에로시티즘 - 이태호

korman 2023. 4. 20. 20:15

230410-230418

미술로 본 한국의 에로시티즘 - 이태호 - 여성신문사

이 책을 읽음으로써 중국, 일본,  한국 등 동양 3국에 대한 성문화에 대하여 분야별로 이해 가는 점은 있었지만 엄밀히 말하면 3국의 성문화에 대한 비교가 되었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중국 편에는 황제를 비롯하여 역사적으로 특권층이 누렸던 상황을 기록한 것이었고 일본 편에서는 주로 예전의 유곽풍경을 다루었으며 한국 편에는 역사속이나 일반 대중에 관한 성 문화 보다는 미술이나 조각 및 자연환경에서 성과 비유되는 예술적 소재만을 기술하였기 때문이다. 책 이름으로 보아 주제는 비슷하다고 하겠지만 소재와 내용은 다른 책들이니 이 세권을 읽고 성문화에 대한 상호 비교를 한다는 게 일반적으로 무의미하다 하겠다. 세권 모두 현대를 살아가는 각국 사람들의 성문화에 대한 이야기는 없으니 실생활에서 일반인들의 공통점이나 다른 점들은 발견되지 않는다. 비교를 위하여 또 다른 에로티시즘에 관한 책을 찾아 읽을 마음은 없다.

이 책은 책제목 그대로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미술, 즉 예전의 풍속화나 조각품 및 자연적으로 생성된 성과 관련된 돌, 나무, 바위 등에 대한 이야기들을 채집하여 실체 사진과 함께 전문가다운 분석과 해석을 곁들여 설명을 이어놓은 책이라 할 수 있겠다. 따라서 사람 개개인이 얽혀있는 중국 편과 일본 편에서 기술된 성문화 보다는 우리나라 전역에 존재하는 상징물에 얽혀있는 이야기들과 이런 상징물들을 이용하여 사람들과 마을의 전체적인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고 나쁜 기운을 몰아내는 일종의 토속신앙을 주로 다룬 책이라 할 수 있겠다. 물론 좋게 말하여 ‘풍속화’, 세속적으로 말하면 ‘도화’ 혹은 ‘춘화’라고 하는 그림에 대한 설명이나 ‘어디에 쓰는 물건인고’에 대한 이야기도 있으며 선사시대 울산 암각화에 그려진 과장된 남근의 모습에서부터 신라시대 토우나 토기에서 나타나는 형상에서 남근을 힘의 상징이나 다산의 상징으로 여긴 문화재적 가치 또한 다루어지고 있다. 이 책 자체가 미술적 작품에서 나타나는 에로티시즘이 주제인 만큼 이야기는 암각화에서 시작이 되고 각 시대에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그림이나 조각 등 성문화적인 작품으로 이어지며 남근, 여근에 대한 토속신앙과 이와 관련한 민속놀이, 그리고 남사당패들의 입담 좋은 공연에 대한 이야기로 끝맺음을 한다.  

‘님’이라는 글자에 점하나를 찍으면 ‘남’이라는 정 반대의 의미가 담긴 트로트 가사가 있다. 이와 비슷한 의미로 ‘예술’과 ‘외설’을 비교하여 이야기 할 때가 많다. 이 책에 소개된 조선시대의 춘화 중에는 김홍도나 신윤복의 그림도 있고 최우석 혹은 작자 미상의 작품도 있다. 비유법으로 표현된 작품도 있고 행위 자체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그림도 있다. 한 발 물러서서 풍속화라고 봐줄 수 있는 그림도 있지만 많은 것들이 춘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느낌이 든다. 따라서 예술이냐 외설이냐는 작가의 유명세에 따라 나눠지는 듯하다. 그림들 중에는 현대적으로 말하여 쓰리썸, 훠썸을 연상시키는 것들도 있다. 따라서 이런 그림들은 말이 좋아 풍속화, 춘화이지 냉정히 생각하여 현대적으로 표현하면 포르노그래피와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현대의 ‘벌거벗은 영화들을 예술이냐 외설’이냐로 논쟁할 때도 있다. 내 생각에는 같은 행위라도 유명배우들이 나오면 예술이고 무명 배우들이 출연하면 외설로 취급당하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일반적으로 보면 그게 그거 같은 작품들인데. 

한 10여 년 전쯤 되었을까? 모 대학교수가 파격적인 소설을 내놓아 세상을 좀 시끄럽게 한 적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일반적인 소설이냐 아니면 포르노 소설이냐’를 두고 많은 논쟁이 있었다. 당시 거리에서 포르노 테이프를 판매하거나 그런 류의 예술품을 빙자하여 사람들을 속이는 행위가 많아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었던 시기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그 당시 판매가 금지되었던 모양이다. 나도 그 책을 읽어 보았다. 당시 내가 느낀 점은 일반 소설로 봐주기는 어렵지 않나 하는 것이었다. 포르노 영화를 글로 옮긴 것과 매우 유사하였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판매금지에 대하여 ‘표현의 자유’라고 외친 사람들이 있었다. 그렇다면 포르노영화는 왜 단속이 되었으며 지금도 그렇게 되고 있을까? 자유도 자유 나름이다. 표현의 자유라는 이유로 자유를 억압한다고 하기 이전에 사회적 관습에 따른 자율이 우선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   

아무튼 우리나라에서의 일반적인 성문화는 사람들이 밖으로 새어나오도록 문란하게 즐기던 중국이나 일본과 비교하면 좀 더 은밀하였으며 예술적이고 문화적이었던 모양이다. 또한 성적인 해학이나 성을 이용한 토속신앙에서는 다른 두 나라에 앞서 있었다는 느낌이 든다. 

2023년 4월 18일
하늘빛

 

음악 :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AqYiqxDVMak 링크

Richard Clayderman - La Mer (Beyond The S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