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부여-보령 (1)

korman 2024. 10. 8. 12:14

백제문화단지

부여-보령 (1)

난 늘 부여라는 곳이 궁금하였다. 중.고등학교 때 몇 번의 수학여행을 갔었지만 역사시간에 경주 못지않게 중요성을 두었던 부여는 왜 그랬는지 수학여행 장소로도 채택되지는 못하였다. 그간 몇 번 다녀온 경주는 작년에도 집사람과 다녀왔지만 그 때도 부여여행의 계획을 짜다가 포기하고 경주-부산-울산으로 코스를 변경하였다. 내가 바다를 좋아하다보니 여행은 늘 바다가 있는 곳으로 향하였고 작년에도 부여를 택하지 않은 것은 아마 바다를 볼 수 있는 곳으로 장소를 정하고 싶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러나 그 때나 지금이나 가장 중요했던 문제는 대중교통이었다. 나이를 좀 덜 먹었을 때는 자동차를 가지고 다녔지만 요새는 할 수 있는 한 가벼운 배낭 하나 짊어지고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인터넷 검색만 하면 가고자 하는 장소의 대중교통이 모두 표시되고 시내버스 정류장 ID번호까지 안내되며 웬만한 주요 교통은 인터넷으로 사전 예약이 모두 되니 요새는 굳이 자동차를 가지고 다닐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장거리 운전이 부담이 되는 나이도 되었지만 길이 막힌다던지 주차장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는다던지 하는 자동차 때문에 불편함을 느끼기 보다는 여유롭게 주위를 살피며 다닐 수 있는 대중교통 이용의 매력을 터득한 이유도 있기 때문이다. “느림의 미학”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더위가 좀 식어지면 1박2일 여정을 계획하여 보자고 생각하고는 이번에는 꼭 부여를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집사람에게 의견을 물으니 “거기는 왜”라는 말이 대답이 돌아왔다. 집사람도 나와 같은 세대이니 수학여행조차 그곳으로 가보지는 않았다고 하였다. “그래서 이번에 한 번 가보자고. 부여박물관이 경주박물관과 어찌 다른지 비교도 해보고”라는 내 채근에 집사람도 더 이상 토를 달지는 않았다. 여행을 계획할 때는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도 가야할 곳을 정하고 차를 가져가지 않는 한 갈 곳과 연관된 대중교통을 검색하고 각 목적지에 대한 시간표와 먹거리 및 이와 관련된 예상 경비를 산출하여 여정과 예정에 대한 표를 먼저 만든다. 그리고는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실제로 시행 한 후의 결과를 입력하여 예정과 비교를 해 본다. 여러 번 그렇게 하고 있지만 예정된 코스를 벗어나지 않는 한 예정과 시행의 차이가 많이 나지 않는 것은 인터넷 검색의 위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여정을 짜기 위하여 9월 말경으로 시기를 정하고 인터넷 검색에 들어갔다.

부여라는 곳을 처음 목적지로 정하고 학교 역사시간에 배웠던 낙화암, 고란사 등 역사적인 장소 및 박물관을 포함한 대상지를 여정에 넣고 우선 그곳들과 관련된 대중교통을 검색해 보았다. 이런 과정에서 부여라는 곳이 자동차를 가져가지 않는 한 이동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부여 내에서 내가 가고자 하는 목적지로 가는 대중교통이 용이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선 부여까지는 기차로 갈 수 없다. 물론 고속버스나 시외버스로 갈 수는 있지만 기차보다는 여유롭지가 못하다. 기차로 가려면 논산역까지만 가고 그곳에서 부여 가는 버스를 타야하는데 배차가 제한적이라 내가 타려는 기차시간과 비교하여 논산역에 내려 얼마를 기다려야 할지 예산을 하기가 어려웠다. 버스 시스템이 논산에 예속된 느낌을 받았다. 부여에 도착해서도 곳곳을 이동하는데도 연계된 대중교통은 없었다. 관련 지도를 탐색한 결과 부소산성 입구에서 낙화암, 고란사를 제외하면 정림사지, 부여박물관, 궁남지 등 대부분의 상호 이동거리는 걸음걸이가 불편하지 않은 보통 사람들에게는 길을 잘 찾아 이동하면 15분~20분 정도면 목적지를 옮겨 다닐 수는 있을 것 같았다. 어쨌든 논산에 일찍 도착하는 기차 시간을 알아보고 부여 내에서 다닐 수 있는 곳까지 걸어서 천천히 둘러 본 후 저녁에 보령으로 이동하여 숙박을 하기로 정해 놓았다. 역시 저녁과 아침 바다를 보고 싶은 바다욕심이 작용한터였고 또한 예전 대천이라는 이름의 보령에서는 상행선 기차가 여러 차례 운행되어 집으로 돌아오는 편리함을 제공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부여에서 보령으로 가는 시외버스는 하루에 세 번 있었고 오후 5시35분에 출발하는 마지막 버스를 타면 되겠기로 보령에 숙소를 예약하였다. 예약 시 결제조건이니 물론 결제도 행하였다.  

보령에 숙소를 정하고 나서 부여-보령간 시외버스를 예약하려고 시외버스 예약사이트를 찾았다. 공식 예약사이트는 2개가 있었지만 부여-보령간은 예약이 되지 않았다. 한 곳에는 현장구매하라는 메시지가 적혀있었다. 보령에 숙소를 이미 예약했기 때문에 평소 예로보아 내가 타야하는 시간에 현장구매가 가능한지를 묻고자 해당 부여버스터미널에 전화를 걸었지만 응답하는 건 기계음이었고 상담원이 응대하는 시스템은 되어있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게 전화예약 시스템도 아니었고 다른 사이트처럼 ‘상담원을 원하면 몇 번을 누르라’는 안내도 없었다. 그러니 상담원을 찾아 직접 물어볼 수도 없었다. 부여 114에 사람이 응대하는 전화번호를 물었지만 그들도 기계응대번호밖에는 모른다고 하였다. 부여 관공서에 문의하였으나 해결은 되지 않았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차를 가지고 가는 거였다. 부여에서의 이동에 불편함은 접어두더라도 부여-보령간 시외버스를 타지 못할 경우 숙소가 있는 보령으로의 이동이 곤란해지기 때문이었다.

이번 부여여행을 준비하면서 느낀 것은 자동차를 가져가지 않는 한 부여로의 이동이 불편하고 부여 내에서도 걷지 않는 한 장소 이동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은 어렵다고 점이었다. 내 주위에 계신 분들 중에서 부여를 다녀왔다는 분들은 별로 없었다. 모두가 나와 같은 이유는 아닐 테지만 부여에 대한 접근성과 이동의 편의성을 대중적으로 높이는 연구가 필요해 보였다. “3시간은 가야 한다며 힘들지 않겠어?”라는 집사람의 걱정을 들으며 아침 일찍 자동차의 시동을 걸었다. 

2024년 10월 6일
하늘빛

 

음악 :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A08oIP7iXGo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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