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부여-보령(3)

korman 2024. 10. 14. 12:11

금동대향로

 

부여-보령(3)

정림사지박물관과 부여박물관에 들렀다. 정림사지박물관에서 백제시대를 소개하는 동영상을 보았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입체영상으로 실제로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을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남겨 주었다. 실제 비행처럼 느껴 멀미를 하는 사람도 있다며 인내인은 그럴 경우 시청을 그만하고 밖으로 나오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내부 전시실에는 정림사지터에서 발굴된 수백 개의 손톱만한 유물들이 조그마한 전구의 조명을 받으며 어두운 방에 전시되고 있었는데 그 뒤로 검은 거울이 그 유물들을 반사하고 있어 꼭 통로가 이어진 것처럼 착각을 주고 있었다. 잘 살피지 않으면 관객이 부딪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개선점이 필요해 보였다. 부여박물관은 경주박물관만큼 크지는 않았지만 구성된 각 전시실마다 보고 싶었던 유물들로 꽉 차 있었다. 특히 2전시실에서 만난 ‘금동대향로’의 모습은 한동안 그 앞을 떠나지 못하게 하였다. 경주박물관에서는 금관과 에밀레종만 보아도 박물관에 온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했는데 부여박물관에서는 금동대향로 하나만 보아도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도시를 벗어나 지방의 소도시나 군, 읍으로 가면 신호등 없는 로터리형 교차로가 많다. 대부분의 큰 도시에서는 신호등이 없는 이면도로 사거리라 하여도 로터리가 형성된 것은 아니어서 상대차가 없을 때 직진, 좌우회전을 알아서 하면 된다. 따라서 로터리형 교차로에 익숙지 않은 사람들은 로터리를 돌아 빠져나가는 방향을 잘못 잡으면 엉뚱한 곳으로 가게 된다. 특히 내비를 켜고 가면 12시, 9시 등 시계의 시침 방향으로 알려주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판단하여 핸들을 조정하기가 쉽지는 않다. 부여에서 보령으로 가는 길의 로터리 교차로에서 3시 방향으로 진입하라는 안내가 있었다. 좌측을 살피며 조심해서 회전을 하는데 왼쪽에서 급하게 달려오는 차가 있었다. 내차의 9시 방향에서 내가 가는 방향으로 진입하는 차였다. 그에게는 출구가 12시 방향이었다. 따라서 그의 12시 방향과 나의 3시 방향은 같은 방향의 출구였다. 내가 진입하는 것을 보았을 텐데 나보다 먼저 가겠다고 내 앞을 아슬아슬하게 지나쳐 가고 나는 급정거를 하였다. 아마 내 뒤에 오는 차도 그 차를 발견하였을 텐데 내 급정거에 그가 나보다 더 놀랐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지나친 운전자도 내가 걱정이 되었는지 혹은 자기의 잘못을 알았는지 잠시 동안 천천히 운전하며 내 동태를 관찰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 로터리형 교차로에서는 먼저 그 방향으로 진입한 자동차에 우선권이 있다는 것을 모두 철저하게 인지하였으면 좋겠다.

부여를 출발하여 1시간 남짓 걸린 시간에 예약해둔 보령의 숙소에 도착하였다. 저녁을 먹을 겸 초가을 저녁 해변의 모래도 밟아볼 겸 나선 산책길에서 철지난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그리 많은 사람들이 대천해수욕장을 메우고 있는데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긴 해변의 한 부분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제 우리도 여름에만 휴가를 즐기는 시대는 지나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기야 내 자식들도 수시로 휴가를 내고 여행을 하고 있으니 다른 젊은이들이라고 다르지는 않지 않겠나. 그러나 아직 우리는 정기휴가에 여름을 선호하는 사람들이나 업체가 많은 건 사실이다. 또한 일에서 은퇴한 사람이 아닌 이상 서양 사람들처럼 1년 중 모든 휴가를 몰아 1달 이상의 자유시간을 갖는다는 것도 현실적으로 아직은 낯설어 보인다. 육아휴직 등 상황에 따라 공식적이며 합법적으로 장기간 일터를 떠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되기는 하였지만 특수목적의 휴직이 아니라 개개인의 순순한 여가를 위하여 장기휴가를 즐길 수 있는 여건이, 물론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보편화되지 못한 건 사실이다. 이런 저런 생각과 함께 밀려오는 잔파에 발등을 적셔보았다. 발등에 남아있는 하얀 포말이 무척 부드러웠다. 예전에 왔던 대천해수욕장에선 저녁에 불꽃놀이 하고 남은 쓰레기를 해변에 버리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사회적인 인식이 개선되었는지 아니면 법의 제재 때문인지 내가 도착한 노을 비치는 해변엔 그런 놀이는 없었다. 대신 해변을 따라 들어선 각종 새로운 건물이나 편의시설, 유흥시설 등으로 인하여 해변이 좀 더 시끄러워졌음을 느꼈다. 

언덕위에 자리한, 꽤나 역사가 있다는 리조트 방에서 바라본 대천항에 정박한 어선들에도 어둠이 내리며 수평선 구름사이로 아직 사라지지 않은 노을의 붉은 기운이 항구를 비치는 가로등 불빛에 섞이고 있었다.  

2024년 10월 12일
하늘빛

음악 :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ZzGR49Ax4r8 링크

Kenny G - Forever in Love (H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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