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516 - 250530
왜 항상 아가리로만 할까? - 이창현 - 모티브
아가리 - 사람의 신체부위 중에서 ‘입’을 가리키는 속어 중의 하나이다. 국어사전의 첫 번째 풀이는 참 점잖게 기록되어 있다. 〔아가리 - ‘입’을 속되게 이르는 말〕. 수많은 나라들의 각기 다른 말들이 모두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들은 소식으로 ‘세계의 언어 중에서 각종 형용사가 가장 많은 말이 우리나라 말’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입’이라는 표준어에 대하여 속되게 표현하는 말이 여럿 있다. 각 표현에 따라 그 원인 행위 자체도 달리 해석될 수 있다. 아가리를 비롯하여 주둥이, 주둥아리. 조동이, 조동아리 등등. 그런데 다른 속어와는 달리 ‘아가리’라는 말은 인간에게는 속어일지 모르겠지만 사물이나 동물 등에게는 이 ‘아가리’가 사람에게 ‘입’이라 칭하는 것처럼 표준어라 할 수 있겠다. 병의 입구를 ‘병 아가리’, 동물이나 생선의 입을 ‘생선 아가리’, ‘개 아가리’ 등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그건 저속어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마도 사물이나 동물 등은 인간과 동격이 될 수 없다는 인간의 우월감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사람에 따라서는 ‘병입’이나 동물의 ‘입’으로 표현하는 분들도 있다.
이 책 제목의 ‘아가리’는 사람의 ‘입’을 가리키고 있다. 보통 사람들이 ‘아가리’라는 속어를 사용할 때는 서로 간에 다툼이 있는 안 좋은 상황에서 욕에 가까운 막말을 할 때 사용하거나 제3자에 대한 음해성 이야기를 할 때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이 책에 사용한 아가리는 음해성이나 욕이라기보다는 행위나 실천은 하지 않고 말만 앞세우는 사람들의 잘못된 행동을 강하게 지적하기 위하여 ‘아가리로만’이라는 표현을 제목에 삽입하였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 ‘작심3일’, ‘언행불일치’, ‘이율배반’ ‘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 등 우리가 평소에 종종 사용하는 이런 말들도 이 아가리 속의 한 모퉁이를 차지한다고 하여도 별로 틀린 말은 아닐 듯싶다.
이 책을 읽으면서 참 많은 생각이 났다. 나에게도 돌이킬 수 없는 세월속의 ‘아가리’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 책 속의 이야기들은 누구나 다 수긍이 가는 것들이다. 그리고 누구나 다 그런 경험들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잘 하고 있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잘하기까지에는 숫한 ‘아가리’를 거쳤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특히 사람들은 해가 바뀔 때 많은 계획을 세우고 꼭 실천하겠다는 다짐으로 여러 사람 앞에서 맹세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게 작심3일이 되는 게 허다하고 또 다른 해를 맞이하면서 올해는 꼭 실천하겠다는 다짐과 함께 지난번에 행하지 못한 경우에 대한 핑계를 찾느라고 분주하기도 하다. 이 책에는 그 모두의 경우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으며 또한 말에 대한 행동이나 계획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 주고 있다. 따라서 말이나 계획을 우선하지만 실제로 행동이나 실천에 실패하는 독자들에게 방향을 제시하는 책이라 할 수 있겠다.
최근 몇 년간 나는 큰 계획을 세워 본적이 없다. 나이를 먹어서가 아니다. 이 책에서 지적하는 아가리가 나이 들어서까지 계속되면 안 되겠고 또한 나의 현 위치에서 말보다는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실천하고 있는 것이 하루 한 시간 걷기, 한 달에 최소 책을 두 권은 읽기와 독후감 쓰기, 한 달에 두 편정도의 잡기 같은 이야기 쓰기, 1년에 두 번 이상 외박하는 여행하기 정도다. 생각한 이래로 지금까지는 잘 행하고 있다. 걷다보니 체중이 좀 빠져나갔다. 나이가 들면 몸이 줄어든다고 하는데 걸어서 빠진 건지 나이가 들면서 몸이 줄어든 건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친구들은 지금까지 지켜온 체중이 이 나이에 빠지면 다른 원인이 있을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 한다. 맞는 이야기다. 체중이 빠지니 부작용이 있다. 옷이 헐렁해진다는 것이다. 그래도 걷는 게 좋긴 좋다. 그걸 왜 이제야 느꼈는지. 그래서 여행도 자동차를 가지고 가는 것 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걷는 쪽을 택한다. 실제야 어떻든 몸과 마음에 여유와 여백이 주어지는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가끔 버킷리스트와 일상의 계획을 혼동하곤 한다. 내 생각으로 버킷리스트는 인생의 꿈이기 때문에 지금 혹은 미래에라도 이루어지면 좋고 이루지 못하더라도 실망할 필요는 없는 것들이지만 일상의 계획은 반드시 행동으로 옮겨져야 할 목표인 것이다. 따라서 계획이 실천되어야 비로소 버킷리스트도 현실화 될 것이다. 저자는 ‘술에 취해 보이는 것은 헛것이지만 꿈에 취해 보이는 것은 현실이 될 미래이다.’라는 글귀를 만난 뒤부터 말뿐인 삶에서 ‘행동’하는 삶을 살기 시작했다고 책표지 속 첫머리에 적었다. 그는 “왜 우리는 말만하고 행동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을 이 책의 아가리를 통해서 독자들에게 남기고 있다.
2025년 6월 4일
하늘빛
음악 :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29wjd3GPnPI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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