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잡다한 이야기

달이 달다 - 이성필

korman 2026. 4. 4. 16:12

251007 - 260328
달이 달다 - 이성필 - 리토피아

이제 다 읽었다. 
작년 추석에 아래층 시인이 
집사람에게 넌지시 전해준, 
70여 편의 시가 담긴 그의 두 번째 시집 
이제 다 읽었다.
그런데 다 읽은 게 아니다.
아침에 한 수씩만 읽자 하였으니 
마지막 페이지를 넘긴 건 맞는데 
외워진 게 없으니
다시 첫 장을 넘겨야 한다. 
그리고 아침에 다시 한 편씩.

7년 만에 나온 두 번째 시집이니 
세 번째가 나오려면
다시 7년을 기다려야 할 지 모른다. 
그 때까지는 2집을 아껴 읽어야 한다.
첫 페이지의 한 구절  
드르륵 소주병 따는 소리를
오래 기억해야 한다. 
적어도 7년은 기억해야
막걸리 따르는 소리도
맥주 거품 잦아드는 소리도
다시 이어질 테니까.

늘 꽝이었지만 나도 그의 아버지처럼
주택복권을 열심히 샀다.
그리고 그의 아버지처럼 
주택복권의 덕을 보지 않고도
기거할 집은 장만하였다.
그러나 
아들 사업담보로 말아먹지는 않았다.
지금 그의 아버지는  
봉안당 로얄층에 계시다고 하였다.
아파트 로얄층을 장만하셨으니
저세상에서나마 성공하셨다고 하였다.
아들에게는 그게 그래도 위안이 되었나보다.
난 아들에게 
Everly Brothers의 Let It Be Me를 배경음악으로
공항 가는 인천대교 아래 바다 
10번 부표 아래에 넣어 달라고 하였다.
늘 그 음악을 들으며 파도를 타겠다고.

난 지금도 가끔 복권을 산다.
매주 한 개의 숫자도 맞지 않을 때가 많지만
그래도 일주일의 희망을 주는 게 로토복권이다.
숫자 세 개라도 맞으면 웃음이 나온다. 
복권을 왜 사냐고 물으면
청소년기의 손주들과 세계여행을 위해서라 답한다.
내 친구는 그냥 조용히 시라지겠다고 하였다.
집사람에게도 알리지 않고 사라진다 하였다.
아직 친구의 소주잔은 매월 마지막 토요일이면
어디 가지 않고 친구들과의 점심 탁자에 놓인다. 

시인의 시에는 복권을 예찬한 게 없다.
그에게 복권이 맞으면 뭘 하겠냐 물어봐야겠다.
아들의 사업으로 말아먹은
아버지의 집이 생각날지도 모르겠다.
아버지가 계신 봉안당 로얄층으로
달려갈지도 모르겠다.
오늘 다시 시집의 첫 장을 넘긴다.
그리고 복권을 산다.
드르륵과 봉안당 로얄층을 위하여
아니 
손주들과의 세계여행을 위하여
그리고
인천대교 아래 10번 부표를 위하여.

2026년 3월 31일
하늘빛

 

https://www.youtube.com/watch?v=xet-eNFTh2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