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323 - 260329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 박원서 - 세계사

책을 읽는 내내 돌아가신 어머니가 생각났다. 또한 미국에 계시기 때문에 직접 뵙지 못하고 그래도 세상이 좋아져 며칠에 한 번씩은 영상통화를 할 수 있어 화면으로 뵙고 있는 90 중반의 큰누님이 생각났다. 에세이라는 게 소설처럼 창작된 이야기가 아니고 자신의 지나온 사실적 이야기를 풀어가는 일기 같은 이야기다 보니 내 인생에서 보아온 어머니와 큰누님이 겪은 이야기를 읽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는 지금 젊은 사람들도 모두 알고 있는 유면한 여성 작가이다. 1931년에 태어나 2011년 병환으로 타계하였다고 하니 병이 아니었다면 아직 생존에 계실 수도 있는 나이다. 내 큰누님과 비슷한 연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 개인에게 여기 적힌 이야기들은 사실 내 어머니의 이야기 보다는 큰누님에 더 가까운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책속에 담겨진 이야기들 중 70년대의 이야기가 절반이 훨씬 넘게 담겨져 있다. 이 시기는 시골에 계시던 어머니 보다는 서울에 계시던 큰누님과의 생활이 거의 전부였기 때문이다.
이 책은 2002년에 출간된 작가의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를 재편집하였다고 소개되었다. 이 제목은 당시 책의 내용보다도 사회에서 큰 유행어가 되었다는 것을 기억한다. 물론 그 당시 내가 그 책을 읽었는지는 기억에 없어도 지금 재편집되었다는, 2024년에 다시 발간된 이 책을 읽음으로 하여 기억을 꺼내려 노력할 필요는 없어졌다. 이 책은 1983년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각 이야기 단편마다 그 글이 쓰인 연도가 표시되어 있어 같은 연도의 나를 회상할 수 있도록 해 놓았다. 보통 이런 이야기는 지금부터 연도수가 먼 때부터 가까운 연도순으로 편집이 이루어지는데 이 책의 이야기들은 그 역순으로 1974년의 이야기로 마지막 장이 넘겨진다. 1980년대 초반의 이야기로 시작은 되지만 책의 2/3 이상은 1970년대의 이야기가 주루를 이룬다. 1970년대는 나에게도 매우 중요한 시기였다고 할 수 있다. 대학에 진학하고 책속의 이야기대로 데모에도 합류를 하였으며 그 후 병역을 마치고 사회생활의 시작에 이어 결혼도 한, 내 인생의 시작점이라고 해도 좋을 시기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잊고 있던 나의 그런 이야기들이 새록새록 떠올려졌다.
이 책의 내용들이 요즈음 젊은 세대들에게는 공감이 가지 않을 수도 있다. 단지 글 말미의 연도 수 때문에 그 때는 그랬었구나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것만으로도 역사책에 기록되지 않은 그 때의 우리 어머니들의 모습이나 사회의 생활상을 상상할 수 있게 해 주는, 그래서 작가의 말 대로 “집이, 부모의 슬하가, 세상에서 가장 편하고 마음 놓이는 곳이기를 바랄뿐이디.”라는 바람이 누구에게나 느껴지는 글이라 할 수 있겠다. 어디 사회의 모습은 달라졌어도 자식들에게 향하는 모든 어머니들의 마음이 그 때나 지금이나 다름이 있을까? 그러므로 글이 쓰인 연도에 관계없이, 독자들의 세대차에 관계없이, 모든 독자들에게 작가가 바라는 것을 전해 주기에 충분한 책이라 생각된다.
이 책은 여성작가가 쓴 책이다. 책을 끝까지 읽으면서 작가의 시대에도 글을 쓰는 분들은 술잔도 많이 기울이신 걸로 알고 있는데 책의 끝에 도달할 때 까지 술 이야기가 나오지 않아 의아했는데 책의 마지막 부분에 잠깐 언급이 되었다. 작가도 맥주쯤이야 수이 생각하시던 분 같은데 부군께서 “여자가 무슨 술”하면서 허락을 하지 않으셨던 모양이다. 그러나 딸들에게는 쉬이 허락하면서 진작 작가 본인에게는 허락을 하지 않았다는 섭섭한 마을을 전했다. 섭섭했다기 보다는 그냥 푸념 같은 이야기다. 내 집사람과 딸은 알코올음료는 바라보지도 않으니 가족이 모여도 집안 여자들과 술이라는 걸 마실 일이 주어지지는 않는다. 그래서 나는 요새 손녀들과 맥주 마실 날을 기다리고 있다. 3~4년은 더 기다려야 하지만....
2026년 3월 29일
하늘빛
'이야기 흐름속으로 > 잡다한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 - 혜민 (4) | 2026.04.21 |
|---|---|
| 남자의 도가니 - 무레요코 (1) | 2026.04.17 |
| 달이 달다 - 이성필 (1) | 2026.04.04 |
| 세계사를 바꾼 커피 이야기 - 우수이 류이치로 (0) | 2026.04.01 |
| 마시멜로 이야기 - 호이킴 데 포사다 • 엘런 싱어 (0) | 2026.03.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