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울림 속으로/우리 종 공부하기

한국의 전통문화 - 종

korman 2006. 10. 16. 01:04
온몸의 떨림으로 내는 소리 - 종


해마다 새해가 되면 도심 한 가운데서 둥둥 울려퍼지는 보신각 종소리는 누구나 한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그 웅장한 소리를 내는 종에도 유구한 역사와 깊은 의미가 숨겨져 있다는 것을 아는지. 옛날 사람들에게 종소리는 그냥 소리가 아니었던 것이다.


종의 역사

쇳소리를 내는 작은 금속 악기들이 크게 변형되어 만들어진 것이 범종이라 보는 게 일반적인 학설이다. 범종의 기원에는 몇가지 설이 있지만 일반적인 견해는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중국의 은나라(B.C 1500년경) 이후에 악기의 일종으로 사용되었다가 주나라 말기인 전국시대부터 사라져 버린 용종(甬鐘)이라고 불리우는 악기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는 설이다. 또 다른 하나는 고대 중국의 종이나 탁(鐸)을 혼합한 형태가 발전하여 극동의 불교사원에 있는 범종의 조형이 되었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근래에 와서는 불교와 더불어 인도에서 '건추(建椎)'가 들어와 이것에서 비롯되었다는 설과 자체에서 발전하였다는 설 등이 있으나 신빙성이 희박하다. 위 설들중 공통되는 점은 모두가 고동기(古銅器)의 악기의 일종인 종(鐘)이라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 발전되었다는 점이다.

여기서 말하고 있는 종(鐘)이라는 것은 용종(甬鐘)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 용종은 중국의 주시대(周時代)에 만들어져서 성행하였는데 주(周)나라의 末인 전국시대(戰國時代)이후부터 다른 예기(禮器)와 같이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없게 된 악기의 일종이다. 이와 같은 용종(甬鐘)을 모방하여 오늘날 한국종(韓國鐘)의 형태가 이루어졌다.

명칭과 구조

한국종의 각 부 명칭을 살펴보면 종의 맨 윗 부분부터 용통. 용두. 천판. 상대. 유곽. 유두. 비천. 당좌. 하대로 구분된다.

[용뉴]
용의 모양을 취한 범종의 가장 윗부분으로, 이곳에 쇠줄 등을 연결하여 종을 매달게 된다. 즉 용뉴란 '용의 모습을 취한 고리'라는 뜻이다. 뱀의 몸매에 잉어 비늘, 시슴의 뿔, 토끼의 눈, 소의 귀, 뱀의 이마, 배 발톱, 범 발바닥을 취한, 하늘과 땅을 마음대로 날아 다닐 수 있는 용의 모양을 취한 이유는 고래(당목의 모양)를 무서워하는 '포뢰'라는 용이 울기를 좋아해서 선택했다 한다.
범종을 달리 '경종', '장경', '화경'이라 하는 까닭도 포뢰용을 겁주어 더욱 훌륭한 종소리를 얻기 위한 것이라 하겠다.

[음관 (音管)]
용의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음관은 용통, 음통이라고도 불리어지는 소리 대롱이다. 이 음관은 외국 종에서는 찾아볼 수 없고 우리 나라 범종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다. 음관의 유래는 《삼국유사》<만파식적> 설화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소리로써 천하를 다스리고 천하를 화평하게 하며 모든 파도를 쉬게 하는 피리, 만파식적의 상징성이야말로 범종의 참뜻과 같다 하겠다.

실제 음관은 대나무의 마디 모양을 뚜렷이 나타내고 있다. 이 소리대롱은 종을 쳤을 때 잡소리 하나 없이 한 가닥의 맑은 소리를 나게 하는 역할과 함께, 뒤울림이 명주실 같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게끔 하는, 비록 과학적 증명은 되지 않았더라도 이것이야말로 우리 조상의 슬기요, 만파식적 정신의 계승이라 하겠다.

[천판]
천판(天板)은 용뉴, 음관과 접촉되어 있는 종머리 부분이다.

[상대(上帶)와 하대(下帶)]
상대는 종의 어깨 부분에 둘려진 무늬띠이고 하대는 종의 아래 부분인 종구에 둘려진 무늬띠이다. 상.하대를 종의 양쪽에 둘러서 특별한 문양을 새긴데 비해서는 몇 가지 타탕성있는 주장이 있다.

첫째는 종이 큰 북을 세워놓은 것과 같은 형태로서, 북의 양쪽 가죽을 단단히 끌어당겨 양쪽 테두리 위에 고정시킬 때 만들어지는 북테 장식에서 옯겨갔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종의 아랫부분과 윗부분이 잘 터지지 않도록 단단히 하기 위해서 마련된 테두리라는 것. 세 번째는 두쪽을 두툼하게 마감하여 가볍고 퍼진 소리가 아닌 굵은 울림소리가 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 등이다.

[유곽 (乳廓)과 유두(乳頭)]
유곽은 상대 밑쪽의 네곳에 붙어 있는 네모난 테이며, 이 유곽 속에서는 각각 9개씩 솟아있는 도들꼭지가 있는데 이를 유두라 한다. 그 솟은 부분 주위에 꽃판이 있어 흡사 젖꼭지 모양과 같다고 하여 유두라 부르게 된 것이다. 이 유곽과 유두 또한 중국종과 일본종과 차이가 나는 것으로 한국종이 갖는 또 하나의 특징이다.

[비천 (飛天)과 불보살상 (佛菩薩像)]
비천상은 신라종에서 많이 나타나며 불보살상은 고려와 조선종에서 나타난다. 고려종은 꼬리 구름위에 놓인 연꽃 자리에 홀로 앉은 부처.보살의 모습이고, 조선종은 거의 대부분 연꽃위에 꼿꼿이 선채로 합장한 보살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비천상에서 불보살상으로 바뀐 이유는 부처님에 대한 강했던 신심이 옅어지면서 불상의 힘을 빌려야 했기에, 신심이 아닌 신앙의 힘을 빌어야 했기 때문이라 한다.

[당좌 (撞座)와 종의 몸매]
당좌는 종을 치는 당목이 집적 접촉되는 부분이다. 당좌의 위치는 종의 소리에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밑동에다 치면 소리는 크나 뒤섞여서 시끄럽고 깨어지기도 잘 하므로 가장 적절한 위치는 밑에서 1/3쯤이 좋다고 한다. 종의 몸매는 시대별로 차이가 있는데 신라종은 늘씬하게 길며, 밑으로 갈수록 천천히 배가 부르다.

2/3쯤에서 도로 안쪽으로 들어가는 모양이다. 고려종은 길이가 짧아져서 종의 밑인 종구의 지름과 키가 거의 1:1 에 가까워지며, 밑으로 갈수록 차츰 배가 부르다가 배부른 모습이 거의 직선을 이루며 끝까지 나아간다. 조선종은 위에서부터 평퍼짐하게 선을 그리면서 내려오다가 끝에 와서는 밖으로 벌어지는 꼴을 나타내고 있다.

종의 특징

한국 범종의 특수한 구조를 살펴보면 정상에 있는 용뉴 옆에 용통이 첨가되었고, 유곽의 높이는 종신 높이의 약 1/4로 줄어들어 종견 밑의 네 곳에 배치되었으며, 유곽 안에 조식된 유두의 수는 1개의 유곽에 9개씩 배치되어 전부 36개이다. 그리고 종신에는 넓은 간지를 남겨 그곳에 공양 비천상과 당좌가 대칭으로 배치되었으며, 간혹 명문이 조각된 예를 볼 수가 있다.

이러한 한국범종의 대표가 되고 가장 기본적인 형태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상원사 동종과 성덕대왕 신종을 들 수 있다. 상원사 동종은 종의 모양이 포탄의 머리부분을 잘라낸 것과 같이 위로 올라가면서 좁아지는 추형이며, 또한 흔히 우리나라 가정에서 사용하는 장독을 엎어놓은 것 같은 형태이기도 하다. 종신의 밑부분 약 2/3쯤 되는 곳이 가장 넓고 그 밑은 조금 좁아져서 매우 안정된 느낌을 주는 외형을 갖투고 있다.

이들 신라종의 종신 상단에는 상대가 있고, 하단에는 하대라 불리는 문양대가 돌려져 있는데 상대에 붙은 유관 내에는 9개의 유두가 조식되어 있다. 그리고 종복에는 2개의 당좌와 2군의 비천상이 서로 대칭되게 배치되어 있다. 종신의 상부에는 용종의 '무'에 해당하는 천정판, 즉 종정을 두 발로 딛고 용두를 숙여서 종 전체를 물어올리는 듯한 용뉴를 만들어 놓았으며, 구린 용체에 철색을 끼워서 종뉴에 매달아 놓았다.

또한, 용뉴 옆에서 용종의 용에 해당하는 부분에 용통을 배치하였는데, 용종에 있어서의 용은 내부를 뚫지 않아 손잡이밖에 되지 않았으나 신라종의 용통은 내부를 뚫어 종신의 내면과 철판을 통하여 서로 맞물리게 한 독특한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나 일본의 종에는 천판에 용통이 없고 용뉴도 한 마리의 용이 아니라 일체쌍두룡을 구부려서 배치하고 있으며, 종신에는 비천상을 배치하지 않은 것이 한국종과 구별되는 점이다.

상징적 의미

최초의 범종은 상원사 동종으로 보고 되었는데, 이것은 725년(성덕왕 24년)에 만들어진 것이다. 그 46년 뒤인 771년(혜공왕 7년)에는 사상 최대의 걸작인 성덕대왕 신종이 탄생하였다.

범종은 불교의 상징물이며 강력한 왕권전제 국가의 산물이다. 종을 만들어서 부처님의 진리나 자비를 담아서 온 누리에 퍼지게도 하고, 역사에 기록될만한 대왕의 공걱과 위업을 종에 담아 그것을 국토에 퍼지게 하여 호국의 수단으로 삼기도 하였으며, 중생들은 부처에 종을 만들어 시주함으로써 소원을 빌기도 하였던 것이다. 결국 종소리야말로 높은 세계의 뜻을 아래로 하달할 수도 있고, 아래 세계의 뜻을 높은 세계로 상당할 수도 있는 신구였던 것이다.

부처님의 진리와 자비를 담아서 호국사상을 고취하는 경우(연복사종), 대왕의 공덕을 종에다 담아서 호국을 꾀하려는 경우(성덕대왕신종), 일반 중생들이 종을 만들어서 발원한 것 등이 범종의 의미라고 하겠다.   
한국의 종은 매우 과학적이면서도 모든 형태가 이치에 합당하게 설정되어 있다. 그와 같은 슬기는 오늘날에도 마땅히 계승되어야 할 것이다.

출처 : 관광통역안내사 시험정보방[합격]  |  글쓴이 : 라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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