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색 유리병이 그립다 아마도 이제 자기가 나서 자란 가지에 매달일 힘조차 없는 모양이다. 얼마 전 며칠간 추적추적 반갑지 않은 가을비가 계속 내리고 바람까지 불어댄 날씨에 가로수 가지마다 남아있는 잎사귀들이 절반도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날이 차가워지기는 하였지만 미풍조차 불지 않는 오늘에도 동네 은행나무 대부분은 몸을 털어내는 소리마저 들릴 듯 여기서 툭 저기서 툭 노란 이파리들을 떨어뜨리고 있다. 그런 가운데서도 아직 힘겹게 빛바랜 초록빛을 간직한 나무가 있는가하면 노란색이 온 몸을 감싸기는 하였지만 비와 바람을 굳건히 버티며 온전한 몸을 간직하고 있는 나무도 있다. 자신은 아직 땅으로 내리거나 바람에 실려 가야 할 정도로 가을을 타지는 않는다는 뜻인지. 사람들 대부분이 계절이나 날씨에 민감하기는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