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127 - 241206
지구별 여행자 - 류시화 - 김영사
연말이 되니 마음이 허해진 탓이었을까? 20여 년 전에 읽고 책꽂이에 방치하였던 이 책을 다시 읽고 싶어 꺼내들었다. ‘류시화’라는 작가야 이미 알려 질대로 알려진 유명 문학인이니 그에 대한 이야기는 꺼낼 필요는 없지만 보통 시인으로 알려진 그분을 나는 단순 시인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시집을 많이 냈으니 기본적으로 시인은 맞지만, 에세이, 여행기, 유명인의 명상록 번역 등 많은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으니 포괄적으로 ‘문학인’으로 칭하는 게 더 어울릴 것 같다. 한편 그가 여행한 인도나 번역 서적으로 보아 철학은 아니더라도 인도의 종교와 인도의 신에게 빠져있는 인도 신봉자라는 호칭도 그의 한 켠에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지금까지 그가 쓴 혹은 번역한 책 3권을 읽었다. 이 책 외에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이 책은 읽은 후 누구에게 주었는지 지금 책꽂이에 없다)’, ‘달라이 라마의 행복론 (번역서, 두 번 읽고 지금 책꽂이에 있다)’이다. 에세이를 좋아하면서도 특히 여행과 관련된 이야기라면 더욱 더 좋아하는 나로서는 20여 년 전에 읽은 이 책속에 무슨 이야기가 있었는지 전혀 기억에 없으니 다시 읽는 것은 신간을 읽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다. 류시화가 쓴 이 책이 아니라도 여행기는 여러 권 읽었고 특히 인도에 관한 것이라면 우선적으로 읽었다. 아마도 내가 가고 싶은 지역 중에 아직 가지 못하고 버킷리스트에만 들어있기 때문인 것도 같다. 이제는 여행 자금이 충족된다 하더라도 혼자만의 시간을 갖자고 홀로 돌아다닐 나이는 지난 것 같고 TV에 소개되는 인도 다큐멘터리를 보고 ‘저기는 절대로 안 가겠다’는 마누라를 빼고 배낭을 꾸려야 할 용감함도 없으니 나에게 인도는 아마 영원한 버킷리스트 뿐일 것 같다. 그러나 이 책속에 적혀있는 인도 사두의 말을 빌려 “우주가 내 집이니 인도 또한 내 집 안에 있는 것” 아닌가!
내가 읽은 인도 여행기 중에는 일반 여행작가가 쓴 것도 있고 스님이 쓴 책도 있고 류시화 같은 인도나 사두에 심취한 분이 쓴 책도 있다. 비교하자면 모두 비슷한 경험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일반적인 여행자들이 쓴 책은 인도사람들의 행위나 생각에 대하여 긍정보다는 부정적인 생각이 앞서는 반면 스님들의 책은 수도자의 입장에서 긍정적인 면을 발견하는 것이고 류시화 같은 경우는 부정적인 생각이 시작되는 시점에 그 행위를 하는 일반인들이나 사두의 말에서 진실을 느끼고 긍정적인 생각으로 마음이 바뀐다는 것이 다른 것 같다. 그럼 그런 책을 읽는 나 같은 일반 독자의 느낌은 어떠할까? 직접 가보지 못하고 대해보지 못했으니 긍정이나 부정을 이야기 하지는 못하겠지만 사실이 그렇다면 일반 작가들의 판단에 더 가까워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단지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느낀 것은 인도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눈 사람들이 일반인이건 수행자건 간에 작가가 지어낸 말이 아니고 실제로 그들이 한 말이라면 한 마디라도 흘려들어서는 안 된다는 점에는 동의를 하겠다. 단지 신과 너무 가까워지는 것에는 좀 거리를 두고 싶다. 종교에 대하여 별로 긍정적이지 못한 불량독자의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 안에는 작가의 생각을 부정에서 긍정으로 바뀌게 한, 작가가 인도를 여러 차례 여행하면서 만난 모든 사람들의 명언이 기록되어 있다. 인도의 신을 생각하지 않아도 일반적으로 살아가면서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데 매우 도움이 될 만한 말들이 페이지마다 적혀있다. 이 독후감도 못되는 독후감을 쓰면서 그런 말들을 좀 인용할까 하여 페이지 갈무리를 하다 그만두었다. 한 번 더 읽어야 할 책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 때는 천천히 읽으며 페이지마다 적혀있는 그 명언들을 솎아내어야겠다. 그 많은 말들 중에서 마지막 책장을 넘기며 잊혀지지 않는 한 마디는, 빨래해 널은 티셔츠를 잃어버리고 여인숙 직원에게 화를 내는 류시화에게 여인숙 주인이 들려주었다는 말,
“행복의 비밀은 당신이 무엇을 잃었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얻었는가를 기억하는데 있소. 당신이 얻은 것이 잃은 것보다 훨씬 많다는 걸 기억하는 일이오.“
옳은 말이고 멋진 말 같기는 한데........
2024년 12월 9일
하늘빛
음악 :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UUvZ6yN6YhY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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