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221 - 240107
나이? 유쾌한 반란 - 와다 히데키 - 김소영 옮김 - 지니의 서재
이 책은 현재 일본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중장년층 전문 정신과 전문의라고 하는 분이 저술한 책이다. 1960년생이라고 하니 그의 나이도 어느덧 60 중반에 들어섰다. 우리나라에서 그리 부르는 것을 들어본 적은 없으나 일본에서는 노인의 등급이 있는 모양이다. 65세를 초기 노인, 70세를 중기 노인, 75세를 후기 노인 등으로 부른다는 것이다. 그래서 진정한 노인은 75세가 지나야 그대로 노인 소리를 듣는 모양이다. 물론 65세라 하더라도 정신적, 건강상 75세 보다도 못한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보편적으로 그렇다는 것이다.
이 책은 2024년도 마지막 책으로 삼아 12월 하순에 한 번 읽기는 하였지만 독후감을 쓰기 전에 새해 선물로 딸아이에게 주고 싶은 책을 발견하여 내가 먼저 읽었던 관계로 그 책이 2024년도의 마지막이 되고 이 책은 2025년도의 첫 번째 책으로 다시 읽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 되었다. 통상 나이든 사람들이 책장 넘기면 앞의 내용이 까매진다고 하였으니 나 또한 거기서 벗어나지는 못하는지라 다시 읽는 것이 아니라 그냥 새로 읽었다고 해야 올을 것 같다. 일본식 분류대로라면 중기를 넘어 후기가 가까워지니 까맣다 못해 하얗다고 해도 뭐 틀린 말은 아닐 것 같다. 하지만 아직 그런 분류를 따르고 싶은 생각은 없다. 저자도 그런 생각이 실제보다 더 늙게 한다고 하였다.
젊은 층에서 이 책을 읽는다면 수긍이 가지 않는 내용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대부분의 내용에서 나도 동감한다는 것이다. 책장을 넘기면 앞의 내용이 까매진다 혹은 하얘진다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정신과 의사인 저자는 연구결과 평균적으로 85세가 지나면서 뇌에 알츠하이머성 변성이 일어나지 않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하였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 나이 차이야 있겠지만 통상 평균 그 나이에 우리가 흔히 애기하는 ‘치매’성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85세가 넘으면 말기 고령자로 분류될 것이라 하였다. 요새는 우리나라의 동사무소에서도 치매에 관한 기조적 검사를 하고 있으니 나한테도 알츠하이머성 변성이 잃어나고 있는지 알고 싶으면 동사무소를 찾아 쉽게 검사를 해 볼 수는 있다. 그러나 지금의 컨디션으로는 스스로의 조기진단이 마음 내키지도 않거니와 뭔가 심각한 경우가 생기기 전에는 동사무소에 갈 용기도 별로 없다. 또 내가 뭐 85세가 되려면 아직 까마득하다는 생각도 들고.
우리나라에서도 처음 사람을 만나거나 통상적이지 않은 모임에 나가면 나이를 물어오는 분들이 꽤 많다. 저자는 나이를 강조하는 것이 마음을 더 늙게 만든다고 하였다. 이 생각에는 나도 적극 동의한다. 나는 어떤 친숙하지 않은 여러 연령층이 모이는 곳에 가면, 그들과의 모임이 잦아 친해진 후라도, 상대가 스스로 나이를 밝히지 않는 한 나이를 물어보지 않는다. 또한 그런 자리를 위해서 내 스스로 정확한 나이를 계산해 기억하고 다니지 않으니 누군가 내 나이를 갑자기 물으면 나이의 숫자보다는 “00년입니다.”라고 대답한다. 그게 훨씬 편한 대답이 되겠다. 어떤 분들은 ‘몇 년생이냐’, ‘나이가 몇 이냐’라는 쉬운 물음을 제쳐두고 ‘무슨 띠’냐고 묻는다. 간지를 잘 아시는 분이라고 해도 난 이런 분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너무 뒤떨어진 분 같이 보이기 때문이다. 모임에서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런 분들이 젊은 증에서 이야기 하는 ‘라떼’가 많기 때문이다. 영어로 라떼가 뭐냐고 물으면 'Latte is horse'라고 한다고 한다. 주어진 주제에 늘 ‘나 때는 말이야...’로 응수를 하기 때문이라나. 난 일본인들이 말기 노인이라고 하는 85세가 되어도 말(horse)이 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나는 아직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다루는데 거부감이 없다. 나이를 먹었어도 누구나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다보면 전문분야라면 모를까 보편적인 면에서 자신보다 젊은 층을 능가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기도 한다. 가끔 나보다 젊은 층이나 나와 연령충이 비슷한 분들에게서 “어떻게 나이 드신 분이 그걸 할 줄 아세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내 대답은 언제나 “이 나이에 내가하리? 하지 말고 이 나이에 내가 한다.라고 생각하면 누구나 할 수 있다.”라는 대답을 한다. 그리고 도움 되는 말도 잊지 않는다.
“컴퓨터나 스마트폰 가지고 논다고 망가지지 않으니까 고스톱을 치거나 유튜브만 보지 마시고 여러 유용한 프로그램들과 많이 노세요.”
이 책을 읽으면서 책 내용이야 내가 평소 생각하고 있는 것들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으니 제쳐두더라도 한 가지 부러운 것이 있다. 저자가 아는 사람 중에 80대 한 분이 1년에 딱 하루 “하루에 십만엔 다 쓰기‘를 실천하는 분이 있다고 한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100만 원 정도 될 텐데 이걸 하루에 한 푼도 남기지 않고 다 쓴다는 것이다. 물건이나 주식을 사는 것도 아니고 누구에게 선물하는 것도 아니며 오롯이 혼자 먹고 마시고 즐기는 데 모두 써야 한다는 규칙을 정해서 이를 실천하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그 일본인과 같은 조건으로 우리나라에서 1년에 딱 한 번 우리 돈으로 혼자 10만원 쓰기로 한다면 가능한 분들이 많이 있으시겠지만 일본돈 10만엔(100만원)을 써야 한다면 어떨까? 돈의 액수를 떠나 혼자 운영해야 하는 프로그램이 막막해질지도 모르겠다.
“나이 먹으면 어쩔 수 없지, 내 나이가 몇인데, 이 나이에 어떻게......”저자는 노화의 원인은 이런 스스로의 나이 주술 때문이라고 한다. 마음의 노화가 몸의 노화를 가속화하는 것이니 행복하게 살고 싶다면 스스로의 나이 주술에서 벗어나라고 강조하고 있다.
나이의 주술에 걸려있는 분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2025년 1월 7일
하늘빛
음악 :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ugBGQzx0ssI 링크
CON TE PARTIRÒ (Time to say goodbye) - Performed by Alejandro Aguanta - Classical gui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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