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426 - 260430
요리를 한다는 것 - 최강록 - 출판사 클

“맛이 없다가 아니라 ‘내 입맛에는 안 맞는다’라고 하셔야죠.”
내 친구가 어느 음식점에서 밥을 먹고 일행에게 한 개인적인 맛평을 주인이 듣고는 친구에게 다가와 한 이야기라고 하였다. 친구가 밥 먹은 후 말 한 마디 잘못하고 식당 주인으로부터 한 마디 들은 것이다. 어쩌면 식당 주인의 이야기가 맞는 말이기는 하다. 짜던 달던 모든 음식에는 맛이라는 게 있기 때문이다. 맛에는 우리의 오감을 자극하는 각개의 기본적인 맛이 있다. 요리하는 사람이 각개의 맛들을 어떻게 조화하느냐에 따라 음식의 전체적이고 종합적인 맛이 달라진다. 요리의 최종적인 맛이 달라지는 것이다. 그러나 요리사가 아무리 보편적으로 이 조화를 잘 이루더라도 그 조화를 받아드리는 개인에 따라 ‘맛이 있다 없다’라는 평가가 나온다. 우리나라 말의 특성상 그 조화가 내 입에 안 맞으면 ‘맛이 없다’라고 표현한다. 따라서 내 친구가 경험한 그 식당 주인의 이야기는, 맞는 말이긴 하지만, 식당이나 요리사의 자존심 때문에 보편성을 무시하고 처음 대하는 손님에게 격식에 맞지 않는 말을 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이 이야기를 듣고 나는 맛에 대한 평가는 식당을 나와 이야기 하곤 한다. 이 책에도, 요리사의 입장이다 보니까 더욱 그렇겠지만, 다른 식당에서 밥을 먹은 후 저자는 ‘맛에 대한 평가는 그곳에서 하는 게 아니라 집에 가서 한다’라고 적었다.
이 책은 현재 요리사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쉐프라기보다는 요리사로 불리는 게 좋다는 ‘최강록’이라는 분이 자신의 요리 경험과, 오늘의 명성을 얻기 위하여 지나온 세월의 열정적인 기초 공부, 실패와 성공, 그간의 노력과 현재의 위치에 오르게 된 이야기를 기록한 일종의 요리에 관한 자전적 에세이라고 해도 좋을 책이다. 나는 요리와는 거리가 멀다. 그저 라면 하나쯤은 봉지에 적힌 대로 물 붇고 수프 넣고 끓일 수는 있어도 달걀 하나도 집사람처럼 탁 쳐서 제대로 깨지 못하는, 그야말로 집사람이 해 주는 것 잘 먹기는 해도 집사람에게 라면 끓여주기나 믹스커피 타주기 외에는 해줄 수 있는 게 없지만, 그래서 요리에 관한 것을 알기 위해서 이 책을 선택한 것은 아니다. 그저 요리사로서의 일상과, 현재의 자리에 오르기 위하여 요리사라는 전문인으로서 그는 어떤 과정을 겪었을까 하는 인생노트가 궁금하여 읽어 보았다.
가끔 TV 채널을 돌리다 보면 요리나 빵을 만드는 경연 프로그램이 눈에 뜨인다. 경연에 참가한 인물들의 소개를 보면 그 나름대로 현재 이름을 떨치고 있는 사람들이다. 스스로 경연에 참가하였는지 아니면 프로그램을 위하여 초청받은 분들인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혹은 프로그램의 성공을 위하여 모두 열심히 경연에 임하고 있다. 이런 프로그램의 출연자들은 최종적으로 상위권에 오르면 자신의 이름이 더욱 알려지고 처세에도 도움이 되겠지만 초반 탈락하면 이미 알려진 이름에도 좋지 않은 영향이 있을 터인데 왜 출연하여 평가를 받으려할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이 책의 저자는 처음 출연한 경연에서 우승을 하였다고 한다. 그는 출연이유에 대하여 우승을 하면 상금이 주어지고 그 상금으로 빚을 갚을 수 있겠다 하여 출연하였다고 하였다. 결국 그는 목적을 이루었지만 두 번째 경연에서는 초반에 좋지 않은 결과가 있었다고 하였다. 요리경연은 노래경연과는 다르다. 노래에는 음정이나 박자가 틀린다던가 고음이나 저음의 흔들림 등등 전문인이 아닌 TV시청자들도 보고, 듣고 판단할 수 있는 일종의 룰이 있지만 요리를 맛보고 맛을 판단하는 심사위원들의 ‘맛이 있다 없다’ 판단은 위에 언급한 심사위원 개개인의 “맛이 없다가 아니라 ‘내 입맛에는 안 맞는다’라고 하셔야죠.”가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며 심사위원들의 평가기준이 개인의 주관적인 판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보편적이고 대중적인 맛을 평가할 수 있는 시청자들의 참맛 평가와 평점이 불가하기 때문에 객관적이라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도 그걸 의식하였는지 자신은 쉐프라기 보다는 요리사로 불리기를 원한다고 하였다. 맞는 말이다. 예전에는 요즈음 쉐프라고 불리는 분들을 요리장, 조리장, 주방장 등으로 불렀다. 주방을 총 지휘하는 대표요리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새는 요리를 한다는 모든 분들이 쉐프라고 불린다. TV를 보면 요리하시는 분들이 많이 출연한다. 그런데 그런 분들의 유니폼 대부분은 국가 대표급이다. 국가에서 수여한 ‘명장’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계시는 분들이야 그렇다 하더라도 국제경연도 아닌데 태극기와 무슨 훈장 비슷한 화려한 이미지가 부탁된 유니폼을 입고 계신다. 그렇다 하더라도 난 쉐프라 불리는 것 보다는 ‘요리사’가 더 제격인 것 같다. 서양에서도 모든 요리사를 다 쉐프라고 부르는 것 같지는 않다.
이 책을 읽으며 요리사를 꿈꾸는 분들에게 이 책은 마음을 결정하기 전에 최종적으로 읽어보아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리사나 요식업을 하시는 분들은 일상적인 시간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과는 다른 시간을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2026년 4월 30일
하늘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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