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513 - 260519
동인도회사, 제국이 된 기업 - 윌리엄 달림플 - 최파일 옮김 - 생각의 힘

1984년 5월 나는 런던의 조그마한 호텔에 묵고 있었다. 출장기한이 한 달 가량으로 길었기 때문에 집에서 생활하는 것처럼 좀 편한 곳이며 경비도 절감되고 지하철로의 접근성이 좋아야 했다. 며칠 지내다 보니 혼자 생활에 있어야 할 몇몇 소품들이 필요해 호텔 옆의 작은 가게에 들렀다. 원하는 물건을 집어 들고 계산대 쪽으로 돌아서는데 그 옆에 좀 더 낮은 가격표가 붙은 물건이 보였다. 두 개를 들고 비교를 해 봤지만 내 눈으로는 두 물건의 가격이 차이 나야할 할 아무런 다른 점을 발견하기가 어려웠다. 두 개를 들고 카운터로가 정확하게 같은 것인지를 물었더니 같은 물건이라고 하였다. 그렇다면 더한 궁금증은 왜 같은 물건에 가격이 다르냐는 것이었다. 점원의 대답은 “비싼 것은 가격이 오른 다음에 우리 가게에 온 것이고 싼 것은 가격이 오르기 전의 것입니다.”라는 간단한 대답이었다. 그 대답은 내 상식을 뒤집었다. 가게에서 이윤을 많이 내려면 오르기 전에 가져온 물건도 오른 후의 가격으로 팔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우리나라에서는 극히 당연한 상행위였기 때문이었다. ‘영국은 신사의 나라라고 배웠는데 정말 상행위에서조차 그런 모양이다’라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음으로 해서 그 당시 순간적으로 떠올려졌던 신사의 나라는 서서히 뇌리에서 사라져갔다.
중고등학교시절 세계사 시간에 영국의 ‘동인도회사’는 빠짐없이 등장하였다. 그렇다 하더라도 일반적으로 영국을 대표하는 무역회사로 다른 나라와의 경쟁에서 국가적 우위권을 가지고 인도와의 거래를 독점하여 부를 쌓은 정도로 인식하였는데 책의 제목 ‘동인도회사, 제국이 된 기업’에서부터 느껴지는 것과 책속에 기록된 내용대로, 처음 인도를 식민통치한 기관이 영국 정부가 아니라 동인도회사였다면, 사익을 추구하기 위한 착취가 더욱 심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정부로부터 통치행위를 위한 온갖 권한을 위임 받았을 테지만 영국의 동인도회사 외에도 비슷한 시기에 프랑스, 네델란드 등 다른 유럽의 국가들도 동인도회사를 설립하여 인도를 비롯하여 동방국들과의 교역에 나섰음을 볼 때 영국이 먼저 인도를 식민화하였다는 것은 영국 정부가 교역을 핑계 삼아 처음부터 정부를 대신하여 동인도회사가 인도의 많은 영역을 우선 장악하게 하고 서서히 그러나 완전히 식민화 하고자 하는 영국의 야욕이 숨어 있을 수도 있었다고 생각되었다.
이 책이 인도 침탈의 역사를 기록한 책이라면 역사책 부류에 속하기는 하겠지만, 또한 역사의 기록이라면 열거된 사건들과의 연관이 있는 많은 이야기들이 나열되어야 하겠지만, 역사와는 길게 연관성이 없는 나 개인적인 독자의 입장에서는 동인도회사를 위하여 너무 많은 분량이 할애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번역서이기 때문에 원서보다 분량이 많을 수도 있다. 나는 전자책을 읽었으니 그저 마우스의 커저나 휠을 만졌을 뿐이지만 책의 소개를 보면 쪽 수가 656쪽이고 두께가 4cm, 무게가 1kg이 넘는다고 한다. 이정도면 보통책의 두 배 이상이라 하여도 될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책의 가격 또한 그렇다. 역사책으로 어떠한 사건을 설명하려면 그와 관련된 변두리 이야기가 많이 포함이 되어야 하겠지만 나의 느낌은 그 변두리가 너무 광범위하여 책의 쪽수가 그리 많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돈의 팔촌까지만 설명하였어도 좋을 일을 사돈의 팔촌에 더하여 그 마지막 팔촌의 사돈까지 설명하는 광범위한 이야기 전개로 나에게는 좀 지루한 느낌이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무위키와 위키피디아를 수시로 찾아보았다. 책의 전문이 지루하게 느껴지는 페이지는 대각선으로 읽어 넘기고 그 대신에 요약본이 필요하였기 때문이다. 이 책으로 인하여 저자는 국제적으로 많은 상을 수상하였다. 그만큼 가치가 있는 책이라는 의미가 되겠다. 동인도회사에 관한 책은 이 책이 아니라도 이미 과거에 출간된 것들이 많을 것이다. 따라서 저자는 과거의 책 속에 있는 기록 보다는 좀 더 새로운 자료가 필요했을 것이다. 이 한 귄의 책을 저술하기 위하여 저자는 5년 이상의 세월을 보냈다고 한다. 현대의 동인도회사를 탄생시키기 위한 준비 기간이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나에게는 다른 관련 참고 자료를 찾아 공부하는 기간이었다. 따라서 일본이 우리나라를 수탈하기 위하여 설립한 ‘동양척식주식회사’도 이 동인도회사를 모방한 것이고 주식회사와 주식을 팔고 사는 제도도 당시 네덜란드에서 세운 동인도회사가 그 원조라는 사실도 이 책을 통하여 또는 관련 참고자료를 찾아보며 알게 되었다. 저자에게 이렇게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
2026년 5월 19일
하늘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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