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508 - 2605011
초보노인입니다 - 김순옥 - 민음사

동네 구립도서관에서 검색하면 이 책은 늘 대출 중이었다. 비교적 최근에 도서관 리스트에 추가되기도 하였지만 아마도 내가 사는 동네에는 노인층에 든 분들이 많아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예약을 하면 다음이 내 차례가 되지만 이 책이 아니라도 읽고 싶은 책들은 여기저기 여러 도서관에서 빌려 볼 수 있으니 다른 분들이 다 읽고 책이 한가해 졌을 때 읽으면 되겠기로 미루어 왔는데 누군가가 책을 반납하고 며칠이 지나도 ‘대출가능’으로 남아있어 요새 읽게 되었다. 노인들이 책을 읽으면 치매에 걸릴 확률이 많이 줄어든다고 한다. 특히 책을 읽고 글을 쓰면 더 좋다고 한다. 지금 나나 집사람이나 이미 노인이라 불려도 섭섭하지 않을 나이에 속한다. 노인에 속하기 전에도 책은 읽어왔고 독후감도 썼지만 집사람과 같이 읽는 게 좋을 것 같아 요즈음은 되도록 도서관에서 집사람이 흥미로워할 책들을 골라 빌리는 중이다. 나 개인적으로 읽고 싶은 책들이야 스마트도서관이나 전자도서관에서 별도로 빌려도 되기 때문이고 내가 집사람보다는 책 읽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집사람이 먼저 보고 내가 보아도 한 번에 14일씩 주어지는 대여 시간은 충분히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게 안 되면 홈페이지에서 연장을 하면 된다. 지금 국가나 사회적으로 몇 살부터 노인층으로 봐야 하느냐가 많이 논의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65세로 되어있는 각종 노인우대정책의 연령 한도가 달라질 것이다. 특정 사찰의 독자적인 정책이겠지만, 문화재가 있는 사찰의 입장료(사찰입장료가 아니라 문화재관람료라고 함) 면제가 65세에서 70세로 연장된 지는 이미 오래되었다.
이 책은 ‘큰 글자책’이라고 한다. 노인들의 편의를 위하여 글자를 다른 책의 세배 정도는 크게 한 것이다. 글자를 크게 키웠으니 보통사이즈의 책에 글을 모두 실으면 책이 많이 두꺼워질 테니 책의 크기도 그만큼 크게 만들었다. 그래서 통상적인 책 크기의 1.5배정도는 되어 보인다. 글자가 크다보니까 집사람이나 나나 다른 책 보다 빨리 읽었다. 아니 어쩌면 노년으로서, 내가 노년인지 스스로는 모르겠지만, 이미 다 알고 있는 사항들이기 때문에 책장이 빨리 넘겨졌을 수도 있고, 알고 있다 하여도 그렇게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저자보다는 빨리 올 수 있는 나이가 되다보니 그 심리적인 두려움이 책장을 빨리 넘기게 하였을 수도 있다. 집사람은 나보다 먼저 다 읽고도 책에 대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나 또한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집사람에게 먼저 읽게 한 것이 별로 좋은 생각은 아니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책은 60 초반에 교사라는 직업에서 은퇴하고 현실적으로 노인이라 불리지도 않는 나이에 어쩌다 실버아파트라고 하는 노인 전용 아파트에 입주하여 보낸 시간을 기록한 내용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그곳의 경험담이 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물론 실버아파트에서 거주하시는 분들과 그 사회에서 일어나는 노인성 문제들이야 대부분은 노인이 아니라도 매스컴을 통하여 익히 들어 알고 있거나 사회적으로 거론되고 있는 문제들이기는 하지만 노인층에서 일어나는 일을 살아가는 곳에서 실제로 경험하면서 그 노인들의 세계에 녹아들지 못하는 저자의 난감함이 묻어나는 책이기도 하다. 그곳에 적절히 적응하고 있는 남편과는 달리 실질적으로 노인 측에도 들지 못하는 멀쩡한 60 초반 여성으로 각종 형태의 문제가 모두 나타나고 있는 노인아파트 사회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연일 다른 곳으로 이사할 궁리를 찾고 있는 저자의 마음을 십분 이해하게 만드는 책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치매 초기부터 말기까지의 어머니를 모셔보고, 나보다 나이가 많으신 홀로된 누님이나 형수가 있는, 70 중반이 된 나도 정신적으로는 아직 노인들의 사회에 섞여들지 못하고 있는데 노인이라 불리기도 민망한 저자의 나이에 그곳에서 버텨야 하는 시간은 무척 더디게 갔을 것 같다.
내가 노인이 된 나이이기는 하지만 아직 모르고 있었던 용어들을 이 책을 통하여 일게된 것이 있다. ‘워커(Walker)’라는 것. 이건 군인들 신발로만 알고 있었는데 그건 콩글리쉬이고 워커라는 것은 보행용 보조기, 특히 노인용 보행기를 워커라 부른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그 내용에 관심이 깊었던 것은 아니고 노인으로서도 알아야 할 기본적인 남의 나라 말이 많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워커, 퍼걸러, 실버포비어, 레트로, 키치, 메모리얼 파크, 브런치북 등등. 그 뜻을 찾아보니 거의 대부분이 우리말로 적을 수 있는 것들이었는데 업체들이 상업적으로 붙여놓은 외국어를 그대로 인용한 것 같다. 노인을 시니어니, 실버니 하고 부르는 것조차도 우리말로는 잘못된 표현이 아닌가 생각된다. 외국어를 사용하여 노인을 표현한다고 해서 노년의 삶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청년이 되는 것은 아니며 노년사회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우리말 경시화가 느껴지는 대목들이다. 멋스러움이 느껴지기 보다는 그냥 노년이나 노인이라 불려왔던 자연스러운 우리말이 살아지는 게 더 안타깝다.
내 경우에는 이 책을 읽은 게 나의 노인으로서의 생활에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덮으며 그냥 노인성 앙금만 남은 느낌이었다. 실버아파트를 탈출하고 싶었던 저자의 마음이라고나 할까.
2026년 5월 11일
하늘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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