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623

5월의 딴소리

5월의 딴소리 5월이 ‘가정의달’이라하여 달력을 보았더니 늘 생각하여왔던 ‘어린이날’과 ‘어버이날’만 있는 줄 알았는데 ‘근로자의날’로부터 시작된 5월엔 매일 이어지는 날이 많았다. ‘스승의날’도 있고 ‘성년의날’도 있고 ‘부부의날’도 있었다. 또한 ‘석가탄신일’도 5월에 들었다. ‘유권자의날’도 있는데 선거도 없는 달에 이건 뭐하는 날인지 모르겠다. 아무튼 가족이나 다른 사람들을 위하는 날이 많이 들었으니 모두 ‘가정의달’이라 부르는 모양이다. ‘어린이날’이 들어있는 이런 가정의 달에 난 ‘거짓’, ‘속임’ ‘기만’, '사기‘ 등등 유사한 단어의 뜻은 어찌 다른지 사전을 찾아보며 만일 이런 단어에 관련법을 적용하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 생각해 봤다. 큰손녀가 교과서에 기재되어 필요한 책이라고 어린이날 선..

어린이 놀이터엔

어린이 놀이터엔 주말 동네공원 어린이 놀이터엔 웃음이 쌓인다. 시소 양쪽에 들리고 내리는 아이들의 즐거운 웃음이 쌓인다. 주말 동네공원 어린이 놀이터엔 싸움소리 요란하다. 모자란 그네 서로 타겠다고 내 차례 네 차례 아이들 다툼에 싸움소리 커져간다. 주말 동네공원 어린이 놀이터엔 울음소리 요란하다. 미끄럼틀 내리다 앞뒤 부딪치며 터져 나온 울음 앞의 아이는 아파서 울고 뒤의 아이는 겁나서 울고. 도토리 키재기인걸 조약돌보다 더 작은 손바닥 펴 우는 친구들의 등 토닥토닥 두드리며 위로하는 아이의 모습에서 주말 동네공원엔 그 아이 닮은 어른들의 미소가 가득하다. 2021년 4월 11일 하늘빛 음악 :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qUxJd1dD-CU 링크동요 피아노 모음 ..

노란바탕 신호등

노란바탕 신호등 평소에 그저 지켜야 하는 대로 무심하게 초록색이 켜지면 가고 화살표가 켜지면 그 방향대로 돌고 빨간빛이 보이면 브레이크를 밟던 길에 정차하여 신호등을 바라보며 가끔 어떤 신호등 바탕색이 눈에 더 잘 뜨일까 생각하게 된다. 기본적으로 현재 우리나라 거리의 신호등 바탕색은 모두 검은색이다. 그러나 학교 근처에 기 설치되었거나 새로 만들어지고 있는 신호등들의 바탕은 모두 노란색으로 되어 있다. 내 기억에 길거리 한복판으로 노면전차가 다니던 나의 국민학교(초등학교) 시절에는 모두 노란색이었던 것 같은데 언제부터 검은색으로 바뀌었는지는 모르겠다. 신호 중에는 U턴 신호가 있다. 많은 곳에 이런 장소가 있지만 신호등 표시는 좌회전 신호와 혼돈되지 않도록 땅 쪽으로 초록색 화살표를 가리키게 하고 옆에..

봄비가 꽃비려나

봄비가 꽃비려나 그늘 긴 공원 모퉁이 목련은 여태 봉우리도 다 키우지 못하였는데 햇볕 따스한 언덕 벚나무는 어느새 가지를 스치는 이 바람 저 바람에 꽃이파리 모두 내어 기웃 기웃 봄을 뿌리고 있다. 혹여 내걸음 잘못 디뎌 내려앉은 꽃잎 밟을라 고개 숙여 걷는데 하늘로 올랐던 꽃잎 뱅그르르 머리칼에 하나 운동화 끈 위에 하나 살며시 내렸다. 아침비 내리는 소리에 창문열고 내다보니 온가지 잘려 기둥뿐이던 사거리 검은 통나무에 온통 푸르름이 덮였다. 햇빛 내리던 공원 언덕엔 꽃비가 내리겠다. 이 비 그치면 그늘가 목련도 봉오리 열려나. 2021년 4월 3일 봄비내리는 아침에 하늘빛 음악 :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cQ_rLQ6zXb8 링크 REMEMBER WHEN - ..

빨주노초파남보

빨주노초파남보 별로 볼 프로그램이 없는지 TV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던 집사람이 TV앞으로 나를 부르더니 쇼핑체널에서 진행자가 이야기하는 색이 무슨 색이냐고 묻는다. 방송에서 팔고 있는 옷 색깔을 묻는 것이었다. 물론 방송으로 보여주고는 있지만 천연색과 화면상에 보이는 색이 다를 수 있고 진행자가 알려주는 색은 화면 밖의 보통 사람들은 별로 쓰지 않기 때문에 낯선 색이름에 대하여 묻는 것이었다. 집사람이 가끔 보고 있는 그런 프로그램, 특히 섬유류 관련 프로그램에서 진행자들의 말을 곁다리로 듣고 있으면 난 늘 갑갑함을 느낀다. “컬러”, 칼라“, ”블루“, ”레드“ ”네이비블루“,”퍼플“, ”버건디“, ”와인“ 등등. ”빨주노초파남보“를 외운 내 세대에서는 참 불편하게 들린다. 염료와 염색 기술이 발달하면서..

햇볕 쌓이는 공원에서

햇볕 쌓이는 공원에서 동네공원 흙밭에 봄이 심어졌다 다른 데로 갈 봄 아닌데 곧 올거야 가다리다 조급한 사람들이 만든 봄 여린 팬지가 심어졌다. 꽃이파리 살랑임 시샘 되었나 심어진 봄 질투 되었나 햇빛 가리지 않는 공원모퉁이 꽃나무엔 얽혀진 가지마다 동그란 흰매화 봉오리 맺혔다. 친구가 보내온 물오른 강아지풀 사진에 문득 아지랑이는 피었을까 먼발치 바라보니 일렁이는 건 미처 맞추지 못한 수동 사진기의 초점 같은 희미함 뿐이었네. 잔디위에 호미 들고 앉은 아낙네는 오는 봄은 혼자 맞는 것이라 착각하고 있음인지 검은 비닐봉투에 돋아나는 봄을 마구 캐담고 있었다. 오늘은 매화꽃 꽃봉우리 만개하였으려나 따스한 햇볕 쌓인 공원길로 발걸음 옮긴다. 2021년 3월 13일 하늘빛 음악 : https://www.you..

추억인가 기억인가

추억인가 기억인가 어느 날 TV를 보다 ‘저런 게 과연 추억일까 아니면 추억으로 포장된 기억일까’ 생각한 적이 있었다. 기억이나 추억이나 사전적 의미는 별로 다른 것 같지 않다. 영어사전을 찾아봐도 모두 같은 단어로 번역되어 있다. 그렇다고 하여도 두 단어는 인생이나 문학을 논하지 않더라도 나에게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도 그 느낌에 커다란 차이가 있을 것 같다. 가끔 현재 성공을 하였거나 자신의 현 상태를 누구에게도 떳떳이 말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TV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자신이 과거 걸어온 길을 회상하며 불행했던 시절을 ‘추억’이라고 말 하는 경우가 있다. ‘아린 추억’이라고. 하지만 아직 그 불행했던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도 지난 시절을 추억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저 ..

봄소리가 반갑다

봄소리가 반갑다 소리가 반갑다 비가림 챙으로 떨어지는 빗소리가 반갑다 3월의 첫소리에 겨우내 움추렸던 마음은 먼지 쌓인 두꺼운 철문 열리듯 천천히 들판으로 향한다 봄비일까 3월이니 봄비이겠지 신발 젖는줄 알면서도 아이처럼 봄고인 물 밟아본다 발 새봄에 적셔지도록 비 그치면 을씨년스러운 콘크리트 전주에도 봄싹 돋을 것 같다 날 개이면 까치가 올려놓은 나목 꼭대기 마른가지 집에도 파릇한 지붕이 덮여질 것 같다 해 나면 솟대 끝 나무새도 하늘로 날아오를 것 같다 2021년 3월 1일 하늘빛 음악 :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gjsWi61LTDI 링크 YIRUMA&PIANO Spring Rain

그리움 무겁다네

그리움 무겁다네 그립다 샘물이 그립고 강물이 그립고 바다가 그립고 친구가 그립다. 샘물을 만나면 목을 축이고 강물을 만나면 몸을 담그고 바다를 만나면 가슴을 씻고 친구를 만나면 마음을 적실 텐데 가는 세월이 밉다더냐 오는 세월이 반갑더냐 오가는 세월 부질없다더니 그리움 한 쪽도 못 덮는구나! 오늘도 자작 채우는 술잔너머엔 무심히 흘러가는 흰 구름만 가득한데 가다 가다 산봉우리에 걸리면 쌓인 그리움 무거워 더 못 간다 하려나. 2021년 2월 18일 하늘빛 음악 :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wtqPHTxt1cg 링크 Feelings - Piano Solo-Sheet Music

마담 캉이나 강마담이나

마담 캉이나 강마담이나 주차장에서 만난 이웃이 내 집에 왔다가는 손녀들을 보더니 손녀들이 많이 켰다는 인사를 건넸다. 아이들은 할아비 집에 수시로 드나들지만 사는 층이 다른 이웃이라 못 보았으니 그리 이야기를 한 것이다. “내 손녀들이 큰 것만 보이고 댁의 딸님이가 이제 시집 갈 나이가 된 건 모르겠죠?” “아이들 크는 것만 대견해보이고 그에 비례하여 자신들이 늙어 간다는 건 생각 안 들죠?” “그러게 말입니다.” 그리 웃으며 서로 설날 복 많이 받고 건강하라는 덕담을 나누고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여자 아이들이라 그런지 커가면서 할아비·할머니 세대에 대하여 궁금한 게 많다. 오늘은 느닷없이 할머니와의 내 연애시절에 대하여 물어왔다. 가장 궁금한 것이 지금처럼 핸드폰도 없었고 집집마다 전화도 많지 않았다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