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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에 빠지다.

korman 2018. 6. 12. 10:05




동해에 빠지다


아직 중소기업엔 먼 이야기라고 하지만 대부분의 회사들이 토요휴무제를 실시하고 있는 상황이라 이제 주말에 대한 사회 통념은 토요일에서 금요일로 옮겨진지가 오래되었다. 따라서 어디 여행이라도 가려고 숙박업소를 찾으면 한결같이 금요일 숙박부터 주말요금이라고 더 달라 한다. 예약을 미리 한 것과 안한 것의 차이도 크다.


김삿갓처럼 유랑한다면 모르겠으나 정해진 여정대로 다녀야 한다면 숙소는 늘 미리 예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부부가 같이 여행하거나 일행이 있을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5월의 마지막 금요일 동해·삼척을 거쳐 안동을 다녀오기 위하여 동해시내 숙소를 찾았다. 집을 떠나기 전 인터넷을 열어 홈페이지가 잘 갖추어져 있는 곳을 살펴보았다. 모두가 주말요금이라는 것이 따로 있었고 경험상 그게 요즈음은 금요일부터 해당이 된다는 것은 요일이 표기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렇게 이곳저곳을 살펴보다가 한 곳을 주목하였다. 그곳도 역시 주말엔 숙박료를 올려 받고 있었지만 주말에 해당되는 요일표기 없이 주중범위는 월~금요일이라고만 적어 놓았다. 숙박요금이나 사진으로 보여 지는 시설은 다른 곳과 유사하였지만 금요일을 평일요금으로 받는다는데 시선이 끌린 것이다. 그리고 조식도 무료 제공하였다.


예약을 위하여 전화를 하였다. 예약이야 온라인으로 하여도 되지만 요금을 확실히 확인받기 위해서였다. 전화를 받은 사람은 역시 주말요금을 달라고 하였다. 아마도 자신들이 홈페이지에 적어놓은 주중요일의 범위를 모르는 듯하였다. 내가 지금까지 비슷한 경우를 겪어본 바로는 홈페이지에 그렇게 적었다 하더라도 모두 그 대답은 간단하였다. 잘못된 거라는 한 마디 뿐 주말요금을 내라는 대답이었다. “홈페이지에 금요일을 주중요일로 표기하셨는데 주말요금을 내라고 하시네요?” 라고 말을 건넸다. 어차피 주말요금을 내야 하는 것은 알고 있으니까 말이라도 한 번 꺼내본 것이다. 그런데 그에게서 뜻밖의 시원한 대답이 돌아왔다. “홈페이지에 그렇게 적혀 있어요? 그럼 우리가 잘못한 거네요. 홈페이지는 나중에 고쳐야 되겠고 그러면 주중요금 받아야죠.”라는 대답이었다. 그러면서 계좌번호를 보내준다 하였다. 혹 나중에 다시 전화하였을 때 여자가 받으면 “남자가 그리 해 주겠다고 하였다”라 이야기 하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참 신선한 충격이었다. 럭셔리 하거나 거창한 곳은 아니었지만 하룻밤 묵는데 불편함이 없었으니 후에 동해시에 다시 가게 되면 주저 없이 그곳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이른 아침 로비에 차려 놓은 토스트 한 점을 들고 그곳을 나오며 편하게 잘 묵었다 간다고 그에게 문자를 넣었다. 금방 고맙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동해안엘 간다고 동해시(예전엔 묵호라 불리였던가?)는 그냥 스쳐 지나 북적거리는 속초나 강릉엔 여러 번 갔어도 동해시에서 묵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내가 겪은 그 북쪽 도시에 비하여 너무나 조용하고 깨끗한 거리의 도시였다. 4월 말에 다녀온 속초는 해변조차도 인해였는데 5월말의 동해시는 월정사 전나무숲길에서 느꼈던 치유의 냄새를 바다에서도 느끼게 하여 주었다. 묵호등대에서 그림 같은 언덕마을을 지나 묵호항 소공원에 이르는 산책길에 펼쳐진 저녁바다의 모습은 동해의 다른 도시에서 느끼지 못하였던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왔다. 땅거미가 퍼지는 시간에 요새 아이들 말로 ‘뷰‘가 좋은 2층 물회집 통유리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알고 간 곳은 아니지만 소주 한 잔을 곁들인 그곳의 물회는 인터넷을 통하여 모두들 알고 있는, 그래서 더욱 북적대는 속초의 그 집보다 월등히 좋았다. 집사람과 동행한 부부도 그리 느꼈다하니 나만의 생각은 아니었으리라. 어두움이 퍼져나가는 먼 바다 수평선에는 고깃배들의 불빛이 물위의 별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트롯트 한 곡이 절로 나오는 시간이었다.


숙소로 돌아가는 택시에서 기사에게 물었다. 올림픽 기간 동안 경기가 좀 좋았냐고. 대답은 숙박하는 사람들은 좀 늘었었지만 다른 건 여느 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고 하였다. 올림픽의 기운이 거기까지는 미치지 못하였었던 모양이다. 처가가 좋으면 저가의 말뚝에도 절을 한다고 하였던가? 그 고즈넉하고 아늑한 동해를 떠나기가 아쉬웠다.


2018년 6월 4일

하늘빛



여정

(25일오후) 집→월정사→망상해수욕장→동해숙소→묵호등대, 묵호항(저녁 물회)→숙소(1박)→(26일 오전)동해 추암촛대바위→삼척 해상케이블카→해신당공원→울진 죽변항(점심 생선구이)→(26일 오후)불영계곡→영주 부석사→안동 숙소→안동찜닭골목(저녁 안동찜닭)→숙소(1박)→(27일 오전) 숙소→하회마을→부용대→(27일 오후)문경새재도립공원(점심 산채비빔밥)→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