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27

이제야 가버린 걸 알았네

이제야 가버린 걸 알았네 온다는 인사 건네 온 바 없고 간다는 인사 들은 바도 없네 오가던 말든 내 알바 아니라도 벽걸이 달력장은 잘도 넘어가네 잘 가라 손 흔들어 보낸 적 없고 어서 오라 양팔 내민 적도 없는데 뉘라서 오가는 모습 보았을까 만은 사람들은 세월이 잘도 오간다하네 누가 떠먹여 주는 것도 아니고 스스로 수저질 한 것도 아니면서 해가 바뀔 때 마다 사람들은 나이만 먹었다고 푸념하고 있구나 아침에 오르는 새 해를 바라보며 저녁을 잉태하는 해넘이 속에서도 하늘 물들이는 노을에 시간 모르다 이제야 한 세월 가버린 걸 알았네. 2023년 12월 26일 하늘빛

뭘 정리하나?

뭘 정리하나? 매해 12월 후반이 되면 지난해 12월에는 어떤 글을 썼나하고 찾아 읽어본다. 누구나 그럴 테지만 12월에는 세월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썼다. 비단 12월이 아니더라도 70이 넘으면서부터는 시도 때도 없이 세월타령이 많았던 것 같다. 보이지도 않는 것에 모든 사람들이 신경 쓰는 것은 세월 하나가 아닐까 생각된다. 이아들이야 세월이 빨리 가서 얼른 어른이 되고 싶어 하지만 막상 어른이 되고 나면 뒤를 돌아보며 ‘그 때가 좋았지’하는 게 세월 아니겠나. 작년 연말에 버려야지 하고 들춰 놓고는 또 다시 집어넣었던 노란 대봉투속 서류들을 다시 꺼내 보면서 올해도 ‘이걸 버려야 하나’ 고심하고 있다.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일반적인 서류들의 폐기연한은 5년이라는데 작년에 들춰보고 까맣게 잊고 있다가..

내 것이 아니라오

내 것이 아니라오 오롯이 내 것은 아니었나 아끼고 아낀 것 같은데 1월은 어느새 모습을 감추었네 애초에 없는 몸이었으니 감추지 않는다 한들 붙잡을 옷깃도 없었거늘 회색빛 하늘엔 노을조차 비켰으니 너무 빨라 못 보았다 한들 세월은 본디 내 것이 아니라오 2023년 1월 31일 하늘빛 HTML 삽입 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음악 :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ivFPsxbpOA4 링크 Historia De Un Amor piano

봄날은 간다

봄날은 간다 늘 매년 봄꽃이 피기 시작하면 생각나는 노래의 제목이다. 4월이 오면 ‘4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시구를 떠올리듯 또 그렇게 생각나는 노래 제목이 이 ‘봄날은 간다’이다. 4월은 피어나는 꽃들이 줄을 서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달이다. 봄은 4계절의 하나이니 가면 내년에나 다시 오지만 봄날을 따라 피기 시작한 꽃들은 여름, 가을, 겨울까지 피고 지기를 반복한다. 그러니 꽃들은 봄이 가는 것을 섭하게 느끼지도 않을 것이다. 아마도 봄날이 간다고 하는 건 노랫말의 의미를 떠나 사람들마다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시간이 가버리는 데 대한 아쉬움의 표현인지도 모르겠다. 봄날이 한창인 요즈음, 4월이 가면 봄날이 가는가보다 생각나는 요즈음, 내 전화기의 카톡이나 문자엔 평년보다 많은 소식이 도달하였다..

세월에 흔들리며

세월에 흔들리며 먼 발취에서 멍하니 산허리 바라보다 억새밭 일렁이면 가을이 오는구나 그리 생각합니다. 산중턱 오르다 억새풀 사이 바람 스치는 소리 들리거든 가을이 문턱에 왔구나 그리 느껴도 좋겠소. 습지 고랑 수면에 일렁일렁 물주름 지면 가을이 오나보다 그리 생각합니다. 갯골가녘 갈대 끝에 삐죽 내민 마른 꽃 보이면 가을이 문턱을 넘었구나 그리 느껴도 좋겠소. 산등성에 개울가에 고개 숙인 채 여기 기웃 저기 기웃 바람 따라 흔들리고 물결 따라 오가는 마른 이파리 보이거든 그러면 가을이 익었구나 그리 생각하시구려. 오는 가을에 세월 빠르다 투정마시고 그냥 세월에 흔들리며 사시오. 그래도 깊은 가을 만산홍엽은 볼만하다오. 2021년 9월 5일 하늘빛 음악: 유튜브 https://www.youtube.com/..

세월의 무게

세월의 무게 전화 통화야 늘 하는 거지만 요새는 시국이 시국인지라 손위 형제들과 자주 연락을 한다. 내가 좀 미적거리고 있어도 형님이나 누님은 그새를 참지 못하시고 전화를 걸어오신다. 내 나이도 그리 작은 나이는 아니지만 모두 연로하신 분들이다 보니, 요새는 연로하다는 표현이 몇 살부터인지 불분명하지만, 당신들 보다는 동생네 걱정이 많으시다. 당신들이야 다들 단출하게 두 분씩 계시고 당신 자식들이나 동생들 오지 못하게 하시면서 다른 사람들 대할 기회가 별로 없으니 난시적 걱정은 하지 말라고 하시면서도 내 자식들은 아이들과 관련된 직업을 가지고 있고 그래서 나와 집사람은 어린 손주들과 접촉이 잦으니 행여 당신들 뵙는다고 오가다 잘못되면 다른 집 아이들까지 피해를 줄 수 있으니 행여 오갈 생각 말라고 늘 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