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봄날은 간다

korman 2022. 4. 27. 20:42

동네공원 겹벚꽃

봄날은 간다

 

늘 매년 봄꽃이 피기 시작하면 생각나는 노래의 제목이다. 4월이 오면 ‘4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시구를 떠올리듯 또 그렇게 생각나는 노래 제목이 이 ‘봄날은 간다’이다. 4월은 피어나는 꽃들이 줄을 서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달이다. 봄은 4계절의 하나이니 가면 내년에나 다시 오지만 봄날을 따라 피기 시작한 꽃들은 여름, 가을, 겨울까지 피고 지기를 반복한다. 그러니 꽃들은 봄이 가는 것을 섭하게 느끼지도 않을 것이다. 아마도 봄날이 간다고 하는 건 노랫말의 의미를 떠나 사람들마다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시간이 가버리는 데 대한 아쉬움의 표현인지도 모르겠다.

 

봄날이 한창인 요즈음, 4월이 가면 봄날이 가는가보다 생각나는 요즈음, 내 전화기의 카톡이나 문자엔 평년보다 많은 소식이 도달하였다. 연분홍치마를 입은 19살 새색시는 동구 밖 성황당에서 하늘에 흐르는 구름을 바라보고 이제 꽃이 지고 새파래진 풀잎이 냇물에 떠내려가는 모습을 보며 실없는 맹서를 하고 떠나 돌아오지 않는 낭군을 기다림에 봄날은 간다고 하였지만 아직 봄꽃은 지지도 않았는데 전화기는 모두 가는 봄보다 앞서 가셨다는 분들에 대한 소식을 전하였다.

 

봄은 오지도 않은, 잔설이 내리던 2월초 평소처럼 병원에 다녀오셨는데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지 못하셨다는 조카로부터의 전화. 그렇게 큰형님을 잃었는데 3월 4월이 이어지면서 내가 기억해야할 여러분들이 다른 세상으로 가셨다는 소식이 예년보다 훨씬 많이 당도하였다. 물론 계절이, 특히 겨울에서 봄으로 바뀌는 계절엔 이런 소식을 평소보다 더 많이 접하게 되지만 올해처럼 그리 많지는 않았는데 주위에 있는 이웃들도 올봄에는 이상하게 평년보다 많은 소식을 접하였다고 하였다.

 

형님은 내 부모님과 할머니가 계시는 곳에 생전에 마련했던 자리가 있어 그 곳으로 모셨다. 조카가 말하기를 어차피 좀 지나면 오래된 부모님과 할머니를 법에 정한대로 다시 모셔야 하므로 형님의 묘소를 아예 요즈음 유행하는 가족묘로 만들까 하는데 작은 아버지들은 어떠냐고 나에게 물어왔다. 나는 갈 곳이 따로 있어 그 속에는 들어가지 않겠다고 하였다. 또 그 크고 무거운 돌 뚜껑을 이고 견딜 자신도 없다고 말하였다. 하기야 내 또 다른 조카의 말대로 아무리 원하였다 한들 떠난 사람이 자식들 하는 일을 어찌 알까만 그래도 난 아들, 사위와 술 한 잔 하면 늘 인천대교 근처에 마련된 수장묘 부표 3번의 넘실대는 파도위에 나를 보내라고 한다. 내가 세상에 남기고 싶은 이야기와 가면서 들을 음악 한 곡조와 함께. 그럴 때마다 마누라의 눈총이 따가워지지만.

 

부모님 덕에 세상에 태어나

마누라 덕에 편하게 살았고

손주들 덕에 늘 웃고 지내며

친구들 덕에 거나한 날 보내다

자식들 덕에 문패하나 걸고 가니

이 아니 행복할소냐?

늘 즐겨 듣던 ‘LET IT BE ME’

그거나 들으며 갈란다.

 

단지 지금은 봄날이 갈 뿐이고 내 길은 아직 남아 있으니 연분홍치마, 그녀의 모습은 제쳐두고 아코디언 연주에나 취해보련다. 봄~날~은~가~아안다.

 

2022년 4월 27일

하늘빛

 

 

음악 :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4gEqCDOQ598 링크

이철옥 아코디언 연주 - 【봄날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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