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22

겨울바다의 봄 내음

겨울바다의 봄 내음 오랜만에 파란 털실로 짜진 베레모를 머리에 얹었다. 1970년에 등산을 열심히 다니는 나에게 손재주 좋았던 작은 누님이 손으로 짜준 것이다. 머리에 얹고 다니는 것이므로 지금까지 원래의 모습으로 배낭 속에 넣어져 있다. 지금은 등산을 다니지 않으니 많이 쓰는 편은 아니지만 늦은 봄에서 초가을까지 더위를 느끼는 시기를 제외하곤 배낭을 메고 외지로 여행이라도 가는 길에는 아직 즐겨 쓰는 편이다. 나와 반백년을 같이 한 모자이니 많은 애착이 가고 요즈음은 속알머리가 없으니 더욱 더 필요한 개인 소품 중에 하나가 되었다. 얼마만의 강추위라고 방송에서 강조를 하였다. 체감온도는 영하 20도 아래라고 하였다. 왜 하필 내가 떠나려는데 이런 추위가 몰려왔을까 구시렁거리며 그래도 예약이 되었으니 배..

2박3일의 가을여행

2박3일의 가을여행 수원역을 출발한 KTX가 신경주역에 도착한 때는 예정보다 7분 정도가 늦은 시각이었다. 늦은 데 대한 설명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심심하면 터지던 스피커에선 감감 무소식이었다. 목적지에 도착해서도 아무런 설명이나 사과도 없었다. 아마 7분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하기야 승객들에게 뭔가를 알려야 하는 분이 코리언타임에 대한 인식을 아직 가지고 있다면 7분이야 7초에 가까운 시간이겠지. 모든 탈것들이 항상 정해진 시간을 지킬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두 시간 남짓 가는 시간에 7분 정도면 작은 시간도 아니거늘. 중학교 때는 수학여행으로, 첫째가 서너 살 먹었을 때쯤에는 가족 여행으로 왔던 기억과 함께 KTX를 탔다. 자유롭게 배낭 메고 떠나보자고 여행 계획을 세우며 이미 인터넷..

남국의 열기 속에서

남국의 열기 속에서 국제공항 치고는 많이 작다고 느끼면서 입국 심사대를 나왔다. 심야시간이어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비슷한 시간대에 도착한 여러 비행기들은 모두 한국에서 출발한 국적기였고 들리는 사람 소리 또한 모두 한국말이었다. 그 시간에 입국심사를 받는 사람도 역시 거의 한국 사람이었다. 국내에서 퍼지고 있는 ‘인천광역시 다낭구(區)’ 혹은 ‘경기도 다낭시’라는 신 행정구역이 공연한 소리는 아니라고 생각하며 현지 한국인 가이드가 기다린다는 공항 밖으로 나갔다. 정해진 버스를 타기 위해서는 시차를 두고 도착하는 다른 비행기를 타고 온 분들과 합류를 해야 한다고 하여 오랜 시간을 화단 시멘트 옹벽에 앉아 심야의 남국 열기를 몸으로 받아들여야 했다. 버스가 도착한 호텔은 해변이 잘 보이는, 드넓은 해수욕장..

강요된 건강교실

강요된 건강교실 천주교 신부들이 입는 것과 비슷한 검은 옷에 군화처럼 생긴 신발을 신고 여행객들 앞에 선 그는 흡사 영화의 주연배우와 액션이나 특정 행동을 전담하는 대역배우를 합쳐놓은 것 같았다. 그의 설명은 나처럼 무뢰한에게는 거의 전문 의료인의 수준이었으며 행위는 달인에 가까웠다. 난 그의 연기를 보면서 오징어를 잘 굽던, 아니 구워지는 오징어의 변화되는 모습을 행동으로 잘 표현하여 갈채를 받았던, 그러나 지금은 세상에 없는 코미디언 한 분이 떠올랐다. 가이드 소개로는 그는 정부에서 직접 특별 관리하는 특정 약재를 위하여 베트남 정부에서 고용한 한국인 안내원(판매원)이라고 했다. 그 말이 맞는다면 배우 모집 수준의 오디션을 통과했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옵션이라고는 하지만 자유스러울 권리는 없고 참여의..

출석빈곤

출석빈곤 모 방송 뉴스시간에 한 기자가 나와 요즈음 초등학교 자녀를 둔 엄마들이 비행기표를 예약하느라 법석이라는 소식을 전하며 그 이면에 ‘출석빈곤’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한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나는 처음 듣는 단어인지라 무슨 이야기를 하나 들어보았다. 그리고 실소를 금할 수가 없었다. 아무리 초등학교에서 유행하는 말이라고 하여도 초등학생들이 만들어낸 단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였다. 혹 과시하기 좋아하는 부모들이 지어내어 아이들이 듣는데서 이야기를 나눈 게 아이들 사이에 퍼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등학교는 모르겠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도 선진국에서 행하는 것처럼 일정기간 부모와 여행 혹은 다른 활동을 위하여 학교에 나오지 않더라도 결석으로 간주하지 않는 제도가 있다고..

쿠바, 한 개의 심장을 그곳에 두고 왔다 - 전경일

230202-230207 쿠바, 한 개의 심장을 그곳에 두고 왔다 - 전경일 - 다빈치북스 책 이름이 참 멋있다. 보통 사람들은 심장이 한 개 뿐이다. 그래서 그 심장이 정지하면 죽음을 맞이한다. 작가는 콩팥처럼 심장을 두 개 가진 모양이다. 그러니 한 개를 그곳에 두고도 멀쩡하게 살아 돌아와 여행기를 썼다. 쿠바를 생각하면 누구라도 뭔가 자신의 소지품 중 하나쯤은 그 곳에 남겨뒀으면 하는 곳일지도 모르겠다. 그는 30년을 벼르다 그 곳에 갔다고 하였다. 쿠바는 오래전부터 내 여행 버킷리스트 맨 윗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음에도 난 아직 그곳엘 가지 못하였다. 그래서 TV에서 쿠바를 소개하는 다큐멘터리는 되도록 많이 보는 편이다. 물론 유튜브에서도 가끔 찾아보긴 하지만 최근에 발간된 여행기 중에서 ‘쿠바’라는..

하늘아래 만나 땅위에 헤어지기 - 전성호

230120 - 230129 하늘아래 만나 땅위에 헤어지기 - 전성호 - 도서출판 금토 코로나가 좀 수그러들고 많은 나라에서 코로나 때문에 실시하고 있던 입국규제를 철폐하자 우리나라에서도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그만큼 여권의 수요도 늘어 발급 받는 시간도 오래 걸린다고 한다. 내 여권도 코로나 이전에 이미 기한이 만료된 상태지만 지금 급하게 해외 나갈 일 없으니 무관심하고 있다. 받을 사람들 다 받고 나면 며칠 걸리지 않던 정상상태로 돌아 갈 테니 필요하면 그 때 신청하면 될 일이고 지금 신경 쓸 필요는 없다. 2개 국제 민간 기구에서 여권이 필요한 200여 국가 및 지역에 대하여 매년 발표하는 세계 각국의 ‘여권의 힘 (Passport power) 순위’에 따르면 2022년 기..

한국 여권의 힘 (Global Passport Power)

한국 여권의 힘 (Global Passport Power) 2021년 10월 5일 CNN보도에 의하면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글로벌 시민권 및 거주에 대한 자문회사인 Henley & Partners’와 캐나다에 본부를 둔 ‘글로벌 시민권 및 투자에 대한 자문회사, Arton Capital’이 매년 발표하는 세계 각국의 여권에 대한 국제적 선호도, 즉 Passport Power의 2021년도 발표에서 우리나라는 Henley & Partners의 Passport Index에는 공동 2위, Arton Capital의 Passport Index에는 공동 3위에 이름을 올렸다. 두 기관 모두 순위 기준은 각국 여권에 대하여 비자면제(사전비자면제 및 공항도착시 즉시비자발급)와 사전에 비자를 취득해야 하는 국가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