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나 세월이나 절기나 세월이나 또 초하루 아홉 번을 되돌아온 이 아침의 초하루는 달라진 햇볕으로 한여름의 아침을 깨우던 매미의 울음마저 흰 뭉게구름 속으로 감추어 놓았다. 8월 초 달력에 새겨진 한여름의 입추를 바라보며 더위 먹은 입추가 언제 이 열기를 식힐까 하였더니 초록은 동색이라 절.. 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2019.09.01
앞서거니 뒤서거니 앞서거니 뒤서거니 여명이 벗겨지는 시각 아직 장마의 끝비는 후드득거리는데 이제부터는 태양과 마주할 내세상이라 생각한 매미가 성급히 짝을 부르다 자기소리보다도 더 큰 갑자기 모아 쏟아지는 빗소리에 화들짝 놀랐는지 꾸르륵하고 울음을 접었다. 거리의 소음을 모두 점령할 매.. 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2019.07.29
반편(半偏) 반편(半偏) 누군가는 벌써 절반이 지났다고 아쉬워하고 누군가는 그저 덤덤히 그게 세월이지 하고 내 마음은 반반 반만 지났으니 아직 반은 남았잖아 그리 위하면서 7월의 하루가 벌써 지났거늘. 동네공원 산책길에 손주들 바라보며 대견한 듯 많이 컸네 하지만 진작 그만큼 늙어간 자신.. 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2019.07.01
4월의 봄 4월의 봄에 새해를 맞으며 1년은 길지 하였더니 어느새 4월이 날을 세고 있다. 겨울을 맞으며 봄은 한참 기다려야 오지 하였더니 공원 양지엔 어느새 봄꽃이 피었다. 계절은 이리 돌고 도는데 흘러버린 세월은 돌아오지 못하거늘 돌아온 봄은 산야와 거리에서 활짝 피어나는데 그저 흐르.. 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2019.04.06
가을 순천만에서 가을 순천만에서 초록이라 해도 그렇다 하려오. 갈색이라 한들 또 어떠리오. 누렇다 한들 뉘 아니라 하겠오. 시간은 갯가에 세월의 정원(庭園)을 만들고 펄에 누운 캔버스엔 물감 없이도 갯골의 들썰물따라 가을빛을 놓았구료. 소슬한 바람은 갈대위에 너울을 만들고 숲의 일렁임은 바람 .. 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2018.11.09
그건 세월이었을까? 그건 세월이었을까? 한가한 버스 중간쯤에 앉았다가 승차문 안쪽 위에 걸려있는 거울을 보았다. 거울 속에 어느 버스승객의 낯선 얼굴이 보였다. 그도 나처럼 안경을 썼다. 머리카락 몇 개만 있는 속없는 머리 정수리도 보였다. 안경 너머로 내려앉은 눈꺼풀도 보였다. 거울 속의 그와 눈.. 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2018.09.29
7월 7월 어느덧 벌써 반이 그리 가버렸나 돌아보고 후회하고 아직 반이 남았다 자위하며 다시 써보고 또 다짐하고 7월은 그래서 게으른 사람들의 달. 2018년 내 반년은 제대로 갔을까? 흐르는 세월에야 걸림이 없으니 가고 싶은 대로 갔겠지만 하늘 가리며 떠가는 잿빛 구름에서 후두둑 떨어지.. 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2018.07.10
버킷리스트를 정리합니다. 버킷리스트를 정리합니다. 하루가 일각이라더니 일각이 여삼추라더니 돌아볼 여지도 없이 일 년이 일각이었습니다. 동창에 여명 비친다 하였더니 서창의 노을 아름답다 하였더니 어느새 그 창가엔 시간의 그림자조차 남지 않았습니다. 오늘 해가 지면 어제가 되고 내일 해가 뜨면 오늘.. 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2017.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