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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텨봤자 별수없다.

korman 2018. 8. 25. 13:17




버텨봤자 별수 없다.


우리나라를 관통한다는 태풍의 영향 때문에 지금까지 겪었던 폭염에 비해서는 더위가 많이 누그러졌다는 느낌이 든다. 선풍기나 에어컨을 밤새 틀어대야 했던 열대야가, 물론 동네마다 차이는 있었겠지만, 내가 사는 곳에는 지난 주말부터 요 며칠간의 새벽엔 창문을 닫아야 할 만큼 기온이 많이 내려갔었다. 아직 낮 기온이야 무더위를 느끼기에 충분하다고 하겠지만 8월말이 다 되었는데 제아무리 폭염이라 하여도 계절을 담은 세월에 밀려나지 않는 재간이 있을까? 더위에 지친 몸도 세월이 약인 듯하다.


오랜만에 태풍이 온다하니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TV에 모여 시청자들에게 태풍에 대비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정보라고 제공하고 있다. 오래전에 TV에 나온 전문가들은 모두 베란다 유리에 X자형으로 테이프를 붙이라고 하여 나도 그리 하였었다. 그런데 이 태풍을 앞두고 나오신 분들은 X보다는 창틀을 따라 □자 형태로 붙여아 효과가 있다고 하였다. 예전에  나오셨던 분들인지 다른 분들인지 모르겠지만 다들 X자 보다는 □자 형태를 강조하였다. 또한 물에 적신 신문지를 붙이라고 하였었는데 이번엔 다들 필름을 붙이라고 하였다. 그간 연구를 많이 하였겠지만 누구의 이론이 맞는지 시청자들이야 헷갈리게 되어 있다. 여기 저기서 비슷한 말들을 하는 것을 보니 개인적으로는 전문가 각자의 확고한 이론 보다는 연예프로그램처럼 말의 유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경인지역을 지나갈 거라던 태풍이 아래로 내려가 애초 예보와는 달리 내가 사는 동네는 빗방울 좀 떨어지고 변변한 바람도 없이 지나갔다. 나는 선거 전 모 인사가 서울에서 이혼하고 사업하다 망하면 간다고 하였던 ‘인천시 남구 (그래서 그런지 지금은 구 이름이 ’미추홀구‘로 비뀌었다)’에 살고 있다. 요새는 바로 옆 동네와도 일기가 다르니 동별로 일기예보가 나오고 있지만 내가 사는 동네는 특히 비가 오지 않는다. 여름 내내 시원한 소나기도 없었고 빗방울조차 변변히 구경하지 못한 터라 이번 태풍에 비가 좀 풍족히 내려주기를 바랐는데 간밤에 우산 없어도 될 만큼, 그야말로 몇 방울 찔끔 내리더니 오늘 아침 하늘엔 회색구름만 끼었다. 이것도 비구름은 아닌 듯싶고 여기에 태풍은 끝자락도 내보이지 않았다.


한국 가정에서 제일 이율배반적인 것이 에어컨이라 한다. 이제는 일반적으로 에어컨이 설치된 가정들이 많다. 그러나 에어컨 놓은 가정이라고 해서 더운 날 모두 그것을 작동시키는 것은 아니다. 이 더운 날에도 에어컨은 그저 거실 코너 한 쪽에 장승처럼 서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 이유가 모두 전기요금 때문이라고 한다. 내 집에서도 여름 내내 선풍기는 밤이나 낮이나 쉴 새 없이 돌아갔지만 정작 에어컨은 나의 경우 손주들 접대용(?) 외에는 별로 작동되지 않았다. 에어컨을 놓고 난 이래로 매 여름마다 그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체에 붙어있는 '에너지 소비 효율등급 1등급' 에어컨이라는 딱지가 무색하게도 8월에 고지된 7월의 전기요금은 평소의 3배정도였다. 정작 큰돈 들여 에어컨을 설치할 때는 용감하였지만 한  두어 달 평소보다 더 물어야 할 전기요금에는 민감한 것이다.


어떤 인터넷 신문 기사에 “일본에서는 폭염에 에어컨을 켜라고 종용하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외출을 자제하라고 한다”라고 하면서 조롱조의 기사를 썼다. 그러나 에어컨에 들어가는 일본의 전기료는 어떻고 에어컨을 켜지 않는 일본인들의 원인은 무엇인지 우리와 비교할 수 있는 자료는 하나도 제시하지 않고 밑도 끝도 없이 조롱조의 제목을 뽑았다. 본시 난 인터넷 신문기사를 기사로 생각하지는 않지만 일류 포털사이트들이 기사내용을 받혀주는 기본 데이터도 제시하지 못하는 이런 기사를 전면에 올리는 것도 이해하지 못하겠다. 


정부에서는 국민들이 무더위에 전기요금 때문에 에어컨을 틀지 못한다고 요금을 깎아주는 방법을 다각도로 연구한다고 대통령까지 나서서 말을 하였다. 나도 대통령이 그랬으니 적어도 여름에 쓴 요금은 얼마간이라도 혜택을 보지 않을까 생각하였다. 그러나 진작 깎아줘야 할 7,8월의 전기요금은 소급적용하기 어렵고 깎아주기도 어렵다는 한전의 이야기가 나왔다. 그리고 난 7월의 요금은 평소의 3배가 나온 고지서대로 물었다. 하지도 않을 일을 입놀림부터 한 것이다. 이런 실천이 따르지 않는 생색성 입놀림이 국민들을 더위로부터 더 지치게 만든다.


태풍이 지나가면 더위는 갈 것으로 기대 하였는데 뉴스에 의하면 폭염과 열대야가 다시 올 것이라고 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세월은 간다라 하였으니 무더위 버텨봐야 얼마나 갈까? 처서가 지났는데 지가 버텨봤자지.....


2018년 8월 24일

하늘빛

♡ 이 글을 친구들 카페에 올렸더니 안양에 사는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자기네는 7,8월분 합쳐서 25,000원 할인 받았다고. 인천과 안양이 다른가 하고 한전에 전화해서 성질내지 않고 차분히 물어봤더니 우리는 검침일이 빨라서 7월분 고지서에 적용하지 못하고 8월에 9월에 나오는 8월분 고지서에 소급적용해서 깎아 준다고한다. 그럼 고지서에 언질이라도 줄 것이지......나도 빠른 입놀림을 하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