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잡다한 이야기

배려(마음을 움직이는 힘)

korman 2022. 12. 2. 21:52

221126-221201

배려(마음을 움직이는 힘) - 한상복 - 위즈덤하우스

요새는 동네 조그마한 가게를 제외하고 웬만한 규모의 마트라는 곳에 가면 카트라고 불리는 손수레가 있다. 물건을 구매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이것을 이용하고 여기에 사고자 하는 물건들을 담는다. 손수레를 밀고 천천히 걸으며 물건들이 쌓인 이 곳 저 곳을 돌아보는 사람들의 모습은 사뭇 여유롭다. 그러나 수레를 밀고 진열대 사이를 좀 다니다 보면 눈살이 찌푸려지는 순간이 종종 일어난다. 물건을 고를 때는 수레를 진열대 한 쪽에 붙여 놓고 고르면 좋으련만 통로에 대각선으로 걸쳐 놓는다던가 가운데에 놓음으로 인하여 다른 사람들의 통행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편의를 위하여 다른 사람은 생각하지 않는 경우이다. 

이면도로의 인도를 걷다보면 불법주차 차량을 많이 보게 된다. 주차할 장소가 중분하지 않다보니, 이면도로의 단속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문제도 있지만, 인도에 인접한 면은 거의 대부분 불법주차 차량들의 차지가 된다. 그렇다고 불법주차를 무조건 탓하기에는 주차환경적인 문제가 따른다. 그러나 좀 짚어봐야 하는 것은 건널목 주차다. 특히 차도와 인도 경계석을 낮춰 놓은 곳을 가로막고 주차를 하는 경우는 무지몽매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그곳은 정상인보다는 유모차나 휠체어 등의 편의를 위하여 설치된 곳으로 그곳을 가로 막으면 필요한 사람들이 건널목 이용을 정상적으로 할 수 없게 된다. 또한 자신의 주차 편의를 위하여 건널목을 막으면 길을 건너야 하는 모든 사람들이 건널목의 보호를 받을 수가 없게 된다. 이런 문제는 불법주차 이전에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지 않고 나만을 생각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앞을 못 보는 사람이 밤에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 한 손에는 등불을 들고 길을 걸었다. 그와 마주친 사람이 물었다. “정말 어리석군요. 앞을 보지도 못하면서 등불은 왜 들고 다닙니까?” 그가 말했다. “당신이 나와 부딪히지 않게 하려고요. 이 등불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당신을 위한 것입니다.” - 비바 하리다스】
위의 글은 이 책의 겉표지 안쪽에 쓰여 있다. 앞을 못 보는 사람과 정상인의 이 짧은 대화가 ‘배려’의 모든 것을 대변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몸이 불편한 사람이 아니라도 우리는 길을 가다가 마주 오는 사람과 종종 어깨나 팔을 부딪칠 때가 있다. 우측통행이라는 사회 규범이 있지만 그게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앞에 오는 상대를 생각해서 내가 한 걸음 옆으로 먼저 비켜줄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갈 길을 못가거니 가는 시간에 크게 손해나는 건 아니다. 가끔 서로 비켜주려다 동시에 같은 쪽으로 비키는 바람에 겸연쩍은 일이 발생할 때도 있지만 그건 즐거운 겸연쩍음이라고 해도 좋을 듯싶다.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다 일어난 일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러한 배려에 대하여 단편소설 형식으로 기술한 책이다. 목차를 보고 고르면서 배려에 대한 지은이의 수필이려니 하고 선택을 하였는데 진작 본문을 들추니 수필이 아니라 한 편의 단편소설 형식으로 엮은 책이었다. 자신만을 생각하며 가정이나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주인공이 끝내는 가정의 파탄과 직장에서 동료들과의 유대관계가 파괴되는 과정에서 다른 변화를 겪으며 ‘배려’를 배우게 되고 이 배움을 통하여 가정과 직장생활이 정상으로 돌아온다는 내용을 통하여 독자들에게 ‘배려‘라고 하는 간단한 단어가 살아가는데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우치는 책이라 하겠다. 이 소설의 이야기는 일반 소설처럼 복잡하지도 않고 엮여지는 출연자들이 그리 많지도 않다. 그리고 특별한 치정이나 애정이나 뭐 그런 복잡한 것도 없다. 또한 그의 가정이나 직장생활을 세세하게 묘사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간결한 소설의 흐름을 통하여 지은이가 강조하고 싶어 하는 ’배려‘의 중요성은 이루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여느 소설책보다 책 사이즈도 작고 종이는 두꺼우며 글자 수나 쪽 수가 많은 책이 아니어서 모두 읽는데 며칠 걸리지는 않았다. 그렇다 하더라도 지루하게 넘긴 페이지는 하나도 없다. 아마 간결한 이야기 흐름이 몰입도를 높여 주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다른 일 없이 책만 읽는다면 하루가 지나지 않아 모두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책의 겉장을 넘기면 “_______님께, 늘 배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__________드림”이라는, 메모난이 그려져 있다. 책의 마지막 쪽을 넘기면서 좀 기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제목의 책을 누구에게 선물로 주면 ‘당신은 남을 배려하는 것이 부족해’라는 의미로 해서되지나 않을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이 뒤따랐다.   

2022년 12월 1일
하늘빛

 

음악 :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DXTW1CwX0zs 링크

Louis Armstrong - What a Wonderful World | Saxophone Cover | Alexandra Ilieva | Thoman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