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기 수도꼭지 때문에 비밀번호를 아는 아이들이야 부모집 초인종 누를 일 없고 문 열어달라고 하는 방문객도 별로 없으니 어쩌다 집안 인터폰에 벨이 울리면 건물 1층 출입구에서 누르는 것인지 내 집 현관문 앞에서 누르는 것인지 모니터에 그림이 같이 나오고 벨소리도 다른데 늘 구별에 미숙하여 엉뚱한 단추를 누를 때가 있다. 나보다는 집사람이 더 그렇다. 토요일 오전, 카페와 블로그속에서 컴퓨터 삼매경에 빠져 있는데 벨 소리가 났다. 집사람이 알아서 하겠지 하고 무심하게 있는데 인터폰 패널에서 무얼 만져야 할지 순간적으로 잊은 듯 좀 와보라는 집사람의 호출이다. 모니터에 비쳐진 모습이 내 집 현관인데 중학생쯤 됨직한 어떤 여자아이가 강아지를 안고 문 앞에서 울고 있었다. 모르는 여자 아이의 이 모습이 집사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