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해가 저물어 간다. 김장을 한다 하니 가족이 모두 모였다. 예전과는 달리 포기수도 얼마 되지 않고 그나마 절인배추를 택배로 받아 속만 넣으니 내가 집사람을 좀 도와주면 더하여 다른 식구들의 도움이 필요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자식들과 손주들이 다 모였다. 손주들은 속 넣은 게 재미있다고 (실은 금방 실증이 나 다른 놀이를 찾지만) 할머니 옆에 붙어 앉았고 며느리와 딸은 주도적으로 일을 하였으니 내가 뭐 딱히 도와야 할 일은 없었다. 아들과 사위는 으레 김장날이면 주어지는 돼지고기 수육과 냉장고에 넣어둔 소주병에 더 관심이 있었다. 모두 모여앉아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던 중 며늘아이가 “좀 있다가 교복 맞추러가요.”라고 말을 꺼냈다. 난 생각지도 않고 무심하게 누가 무슨 교복을 맞추냐고 물었다. “아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