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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범종 특색은 만파식적의 음통"

korman 2007. 5. 13. 01:02
  "한국 범종 특색은 만파식적의 음통"
  곽동해씨 '범종' 연구서 펴내


              ▼용두와 음관(탑산사 동종)        

우리에게 익숙한 범종(梵鐘)은 불교 발상지인 인도에는 없다. 대신 범종 문화는 중국과 한국, 일본에서 만개해 오늘에 이른다.

나아가 범종은 여타 불교유산, 예컨대 건축물이라든가 탑파가 그렇듯이 지역별 특

색 또한 완연하다. '코리안 벨'(Korean Bell)이란 말은 한국 범종에 나타나는 특징을 강조한 '학명'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코리안 벨'을 구성하는 핵심요건은 무엇일까?

한국 범종 연구가인 곽동해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 겸임교수는 최근 출간한 '범종'(한길아트)이라는 단행본에서 '만파식적 설화를 응용한 음통'을 거론한다.

음통이란 한국범종에만 나타나는 독특한 구조물이다. 몸체를 매다는 고리 부분에 마치 굴뚝처럼 우뚝 솟은 속 빈 원통형 부속품이지만 그 기능과 유래에 대해서는 설명이 구구하다.

한국미술사학의 개척자로 평가되는 우현 고유섭은 음통이 "악종(樂鐘)의 형용(衡甬)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의하면 음통은 고대 중국 주(周) 왕조에서 만들어 사용한 동(銅) 악기 중 하나로 용을 활용한 용종(龍鐘)이란 것을 모방한 셈이 된다. 이는 음통의 중국 기원설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고유섭의 제자인 황수영 박사는 1980년에 음통은 만파식적을 상징적으로 재현한 결과물이라는 파격적인 학설을 내놓았다. 그렇지만 그것을 뒷받침할 만한 좀 더 확실한 증거 제시는 어려웠다.

만파식적 설화에 의하면 신라를 지키는 호국신이 된 김유신과 문무왕이 합심해 용을 시켜 내려보낸 대나무로 피리를 만들어 부니, 적병이 물러가고 병자는 몸이 완쾌되고 가뭄에는 비가 내리며, 장마에는 비를 멈추게 했다고 한다.

곽 박사는 신라종 3구를 필두로 고려종 11구, 조선종 34구 외에 일본에 전하는 한국종 11구를 합한 총 60점의 한국범종을 탐구한 이번 책에서 1970년대까지 음통에 대한 통설적인 위치를 차지한 고유섭 설을 비판하면서 황수영 설을 적극 보강한다.

그에 의하면 주 왕조 멸망과 더불어 단절되다시피 한 악종이 어떻게 700년 이상을 뛰어넘어 신라 범종에 도안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면서, 그보다는 오히려 만파식적에 주목한 황수영 설이 더욱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그러한 근거로 음통의 구조와 만파식적 설화의 내용이 여러 군데서 합치됨을 언급한다. 설화를 분석하면 만파식적은 대나무로 만들었으므로 그 모양이 원통형이며, 나아가 마디(죽절)가 있어야 하는데, 한국 범종의 음통 또한 이런 형상이 나타난다.

더불어 만파식적 설화에는 동해 용이 대나무를 등에 짊어지고 다닌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두 발을 앞뒤로 벌려 몸통에 부착된 음통을 진 신라 범종의 특징과도 잘 연결된다는 것이다.

곽 박사는 이와 같은 음통 분석을 바탕으로 한국 범종은 자체적인 전통에서 발전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4세기 중엽에 조성된 고구려 벽화고분인 안학3호분 동쪽 회랑 행렬도 그림에서 종이 등장하고 있음을 주목한다.

이 벽화 속 종이 범종은 아니나, 그 원류로 충분히 가치를 지닌다고 강조한다.

 

< 출처 : 서울=연합뉴스, 2006. 5. 4 >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