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울림 속으로/우리 종 공부하기

범종소리

korman 2007. 10. 18. 21:35



스물 여덟 번 울리는 범종 소리, 범종을 치는 것은 지옥의 중생들이 모두 고통에서 벗어나 불법의 진리를 깨닫게 하기 위함이다.

범종을 치는 뜻

범종은 사물(四物) 중에서 단연 으뜸이다. 범종을 치는 뜻은 지옥의 중생들이 모두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고 불법의 장엄한 진리를 깨우치게 하기 위함이다.

지극한 진리는 형상 밖의 모든 것을 포함하니
그것을 보려 하여도 그 근원을 보기 어렵고,
진리의 소리는 천지에 진동하니 들으려 해도 듣기 어렵다.
이에 신종(神鍾)을 달아 진리의 소리를 깨닫게 한다.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 명문

긴 여운의 범종 소리

범종각은 법당 쪽에서 볼 때 반드시 오른쪽에 위치한다. 그것은 불교의 체용설(體用說)에 기인한다. 변하지 않는 본질인 체(體)는 왼쪽, 체에 근거해 다양하게 움직이는 용(用)은 오른쪽에 해당된다. 소리 공양 도구인 사물은 용에 해당되고, 따라서 범종각은 법당에 오른편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종각에 걸린 범종은 당목(撞木, 종을 치는 막대기)을 이용해 종을 쳤다. 당목은 원래 고래 모양으로 만든 나무나 고래뼈로 만들었다. 우리 전통 범종은 종각에 종을 걸기 위해 종 꼭대기에 용뉴(용머리를 한 고리)가 있었다. 종의 머리가 용 모양이고, 당목이 고래 모양이었던데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해져온다. 중국 기록에 따르면 용에게는 모두 아홉 명의 아들이 있었는데, 그 중 포뢰는 울기를 잘해 소리가 우렁찼고 고래를 무척 무서워했다. 범종 꼭대기에 용을 앉힌 것은 울기 잘하는 포뢰가 소리를 내야하는 종에 안성맞춤이었고, 고래로 종을 두드리면 꼭대기에 앉은 포뢰가 무서워서 더 크게 소리칠 것이란 생각에 서였다.
우리나라 범종 중에서 으뜸인 것은 신라 종으로 상원사 범종(725)과 성덕대왕성종이 대표적이다. 국보 제 36호인 상원사 범종은 현존하는 범종 가운데 가장 오래되고 아름다운 범종으로서, 음향이 맑고 깨끗하다. 우리는 상원사 범종의 종소리를 땄다. 당목을 몇 번 반복해 전후로 움직이다 그 반동으로 범종을 치면 '더엉-'하고 종소리가 난다. 그 여운이 매우 길어 한 참을 기다려 다음 타종을 한다. 계곡 깊숙이 범종 소리가 울려 퍼지며 만물을 깨우고 마침내 산사의 아침이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