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의 중생 구하는 범종 예술성 뛰어나 세계적 인정
에밀레종’이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성덕대왕신종의 새로운 보존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한다. 현재 국립경주박물관 야외에 전시되어 있는데, 부패를 막기 위해 실내로 옮기거나 유리로 씌워 비바람을 막고 공기와 차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보존을 위해 종을 치는 것을 중단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아닌지 논란도 일어나고 있다. 어느 쪽 주장이 맞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신비스러운 종소리를 직접 들을 수 없게 될지 모른다는 안타까움은 남는다.
성덕대왕신종은 예불이나 의식, 식사 시간 등 불교에서 각종 행사나 일상적인 업무를 알리는 데 사용하는 4가지 물건을 가리키는 사물 중의 하나인 범종이다. 사물의 소리는 온 세상에서 살아가는 중생을 구제한다는 의미를 갖는데, 각각 그 대상을 달리한다. 법고라고 불리는 북은 지상에서 살아가는 가축이나 짐승이 구원의 대상이다. 청동이나 쇠로 만드는 구름 모양의 운판은 공중을 떠돌아다니는 영혼, 특히 새를 극락으로 인도한다. 나무로 만든 물고기 모양의 목어는 물에 사는 동물의 영혼을 구원하며, 범종은 지옥의 중생을 구제하는 역할이 주어졌다. 불교에서는 범종의 소리를 들으면 온갖 고민과 갈등에서 벗어나서 수행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범종은 오늘날 남아 있는 불교 미술품 중 뛰어난 가치를 인정받는 금속 공예품이다. 범종은 주로 구리와 주석을 섞어 만든다. 대체로 주석이 15% 정도 섞여 있을 때 가장 좋은 상태의 종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불교를 믿어 온 나라들에서는 많은 범종이 만들어졌으나, 한국의 범종은 별도로 ‘한국종’으로 분류될 만큼 독자성과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한국종은 전체적으로 안정감이 있으면서도 우아한 모습을 띤다. 종의 윗부분 고리는 용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겉에는 ‘당초문’이라는 덩굴무늬나 불교의 보살과 같은 무늬가 주로 등장한다. 종을 치는 곳에는 ‘비천상’이라고 불리는 하늘을 나르는 사람의 모습이 새겨져 있다. 한국종은 무엇보다도 은은하고 맑은 소리를 내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 비법은 대나무 모양의 원통에서 나오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범종은 강원도 오대산 상원사에 있는 동종으로, 성덕대왕신종보다 약 50년 전인 725년에 만들어졌다. 신라 33대 성덕왕의 명복을 빌기 위해 만든 성덕대왕신종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범종이다. 아름다운 소리와 함께 종을 만드는 데 들어간 엄청난 규모의 구리, 뛰어난 제작 기법과 정교한 무늬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종을 완성하기 위해 아이를 넣었으며, 이 때문에 종을 칠 때마다 아이의 구슬픈 소리가 ‘에밀레, 에밀레’하고 들린다고 하여 흔히 ‘에밀레종’이라고 불린다.
신라에 이어 고려 때도 많은 뛰어난 범종들이 만들어져 국보나 보물과 같은 문화재로 지정돼 전국 여러 사찰에 보존돼 있다. 하지만 상당수의 범종이 일본으로 흘러 나가 그곳에서 국보로 지정되어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김한종 한국교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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