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덕대왕 신종의 비밀 | ||||
과학적인 소리와 진동의 원리 | ||||
종소리는 근본적으로 반경 방향, 원주 방향, 길이 방향 등 종 몸체의 탄성 변형에 따른 세 가지 진동에서 비롯된다. 그 중 가장 큰 진폭, 즉 소리가 가장 크게 되는 진동은 반경 방향에서, 가장 작은 것은 길이 방향에서 발생한다. 또한 종체의 위치에 따른 진폭은 하부, 중부, 상부의 순으로 감소된다. 따라서 종을 치는 위치가 종구(鐘口)로 내려올수록 종소리가 커지고 상부로 올라갈수록 작아진다. 성덕대왕 신종을 비롯한 신라종은 종각에 높이 매달고 치는 것이 아니라 지상의 조금 위에 종을 달고 친다. 이때에 종구 바로 밑의 바닥이 우묵히 패어 있는 명동(鳴洞)이라는 구조가 공명현상을 일으키는 역할을 하여 좋은 종소리를 내게 할 뿐만 아니라 은은한 여음을 내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맥놀이 현상은 168Hz와 64Hz 모두에서 일어난다. 168㎐의 음파는 타종하고 9초 뒤 아이의 곡 울음 소리처럼 ‘어~엉...’하고 울고는 사라지듯 하다가, 다시 한 번 9초 뒤에 약하게 울음을 토해낸다. 168㎐를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168.52㎐, 168.63㎐의 두 가닥 음파가 한쌍을 이룬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런 차이(0.11㎐, 1초에 0.11번 떨림) 때문에 맥놀이 주기는 9초가 된다. 최후까지 남는 에밀레종 소리는 64㎐의 음파이다. 이 주파수의 음파도 실은 64.07Hz, 64.42Hz의 두 가닥 음파가 한 쌍을 이룬다. 이 차이(0.37Hz, 1초에 0.37번 떨림) 때문에 3초마다 한 번씩 등장하는 맥놀이를 하게 된다. 이런 맥놀이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성덕대왕 신종의 비대칭성 때문이다. 타종 순간 50여 가지가 넘는 주파수의 낱소리 음파가 발생하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겉보기에 성덕대왕 신종은 엄격한 대칭이지만 종 표면의 문양·조각이 비대칭을 이룬다. 또한 몸체 곳곳의 물질 밀도나 두께도 모두 미세하게 다르고 심지어 쇳물을 부어 범종을 주조하는 순간에 우연히 섞이는 공기량도 약간씩 달라 어쩔 수 없이 종은 비대칭을 이루게 된다. 그렇다고 정확하게 대칭을 이루지 못하는 것이 마치 우리 조상들의 기술적 한계라고 생각하면 잘못된 논리. 도리어 이러한 미세한 비대칭성이 범종 몸체에 다양한 떨림을 만들고 그것들이 조금씩 주파수 차이가 나는 음파를 내면서 어우러져 그토록 아름답고 은은한 종소리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우리나라 종만의 특징인 음관과 명동, 그리고 미세한 비대칭성에 따른 맥놀이 현상까지. 이러한 특징을 잘 살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성덕대왕 신종 하나에도 이렇게 다양한 과학적인 소리와 진동의 원리가 숨어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랍다. 우리가 종소리를 듣는 것은 종 속에 담긴 다양한 원리를 몸으로 듣고 있는 것이니, 종소리를 들었을 때 가슴에 깊이 와 닿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 아닐까. < 참고문헌 > http://www.hani.co.kr/section-010100007/2005/03/010100007200503011737138.html 신라 과학기술의 비밀, 함인영 저, 삶과 꿈. 범종-생명의 소리를 담은 장엄, 곽동해 저, 한길아트. 성덕대왕신종, 국립경주박물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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