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거리 '깨우는' 종소리 | |||||||||||||||||||||||||||||||||||||||||||||||||||||||||||||||||||||
30여년 울려온 원불교 광주전남지회 범종 | |||||||||||||||||||||||||||||||||||||||||||||||||||||||||||||||||||||
'예술의 거리'라 칭할 만큼 골동품 가게와 표구사, 미술도구를 취급하는 화방부터 전통찻집과 LP음반점까지 즐비한 이곳에는 특이한게 또 있다. 앞서 열거한 것들이 주로 시각적인 것이라 말한다면 이것은 바로 청각적인 것이다. 밤 10시 분주히 오가는 학원생들과 가게문을닫는 상인들의 귀를울리는 소리가 있다. '둥둥둥' 청소년들에게는 일종의 '귀가'시간을 알리는 것일 수도 있겠고 잠깐 졸음에서 해방시키는 학원생들에게는 '깨우침'의 소리이고 '취객'에게는 '술시'임을 알리는 신호일 수도 있겠다. 인근 동부경찰서 의경들에게는 점호 나팔일 수도 있겠다. 약 10여초 간격으로 울리는 이 종소리는 새벽 5시와 밤 10시 하루 두번울린다. 종소리의 정체는 원불교 광주전남지회(광주 동구 궁동 40번지) 건물에 있는 종각에서 나는 소리다. 3층높이의 콘크리트 구조물로 세워진 이 종각은 30년의 역사를 가진 건물이다. 원래 이 자리에는 일제시대 영광사 교무원으로 사용하던 목조건물을 전남체육관으로 사용하고 있었는데 이를 한국전쟁당시 신도들이 매입해 인수한 것이다. 이곳에는 원래 범종이 있었지만 1973년 종각을 개축하면서 도난당했다고 전한다. 원불교 광주전남지회 기록에 따르면 현재 범종은 1929년 일본 교토시 다가바시 사이지로의 주조품이며 전남 함평군 학교면 시신사(是信寺)의 범종으로 주조하던 것을 종각 개축후 가져온 것이라 한다. '하늘이 열린다'는 뜻을 가진 '33'과 '하늘이 닫힌다'는 '28'이라는 숫자대로 새벽에는 33번을 타종하고 밤에는 28번을 타종한다. 하지만 가끔 타종 횟수가 맞지 않기도 한다고. 부임한 이래 3년째 '타종당번'을 맡은 이종세(42) 교무는 "매번 주의를 한다고 하는데 사람이 기계가 아닌 이상에야 종을 치는 간격이 빠르거나 더 느릴때도 있고 어떨땐 한두번씩 종을 더 치거나 덜 치는 경우도 있었다"면서 "그런데 그때마다 매번 주변 학원생들이나 주민들한테 무슨일 있느냐며 전화가 온다"고 말한다. 종소리를 늘상 듣던 주변 학원가 학생들도 '왜 오늘 종소리는 빠르냐' 는 식의 항의아닌 항의를 할 만큼 주변 사람들도 익숙해졌다는 이야기다. '종소리'가 사람의 기운을 모으고 정서를 맑게 하기도 하지만 왜 좋기만 하겠는가. 그렇지만 이 '타종'은 그 험했던 80년 5월 당시에도 멈추지 않고 어김없이 하루 두번씩 광주 도심을 울렸다고 한다. 새벽 '타종당번' 임성준(33) 교무는 "전에 소음규제법 때문에 종치기를 잠시 멈출 뻔한 적도 있지만 주변 주민들이 민원을 내는 등 반발해서 광주 지역에서 유일하게 이 종소리만은 멈추지 않고 이어졌다"고 말한다. 은은하기도 하고 때로는 깨우침을 주기도 하는 이 종소리는 가끔 마음이 고단한 이들에게 안식을 주기도 하나보다. 임 교무는 "가끔 술취한 취객들이 조용히 들어와 한참 종을 쳐다보고 종소리가 멈출 때까지 앉아있다 가곤 한다"면서 종소리에 얽힌 일화를 소개했다. 가을이 깊어갈수록 종소리는 더욱 은은하게 도심을 깨우기도 하고 잠재우기도 한다. 가을밤 예술의 거리를 걷는 세인들이여. 잠시 발걸음을 멈추어 보라. 그리고 탁한 세상의 잡티를 걸러낼 것같은 종소리에 몸이라도 맡겨봄은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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