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종 제작 ‘성종사’ 원광식 원천수 부자
1954년 설립 국내 최다 실적
보신각종 만든 대표적 장인
이제는 아들이 가업 계승
범종에 불화의 칠보개금
입히는 특허기술 ‘획득’
범종(梵鐘)은 불교의 사물(四物) 가운데 하나다. 사물은 일체 중생을 제도하는 데에 쓰이고 범종은 지옥 중생을 제도하는 데에 쓰인다. 소리가 대단히 깊고 웅장하여 땅 밑까지 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종소리는 부처님의 거룩한 법문을 상징하며 그만큼 범종은 불교건축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웬만한 규모를 지닌 사찰에서는 범종과 그 범종을 둘러싼 종각(鐘閣)을 볼 수 있다. 70년 가까이 범종을 제작해온 성종사(聖鐘社)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며 오늘도 더 거대하고 아름다운 법음을 만들어내기 위해 힘쓰고 있다.
성종사는 1954년 설립된 범종 제작사다. 국내 최다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의 전통문화를 대표하는 ‘서울 보신각종(5300관)’도 성종사의 작품이다. 국내 최대인 ‘화천 세계평화의 종(1만관)’, 대만 최대 범종 명선사종(8800관), 대만 불광산사종(6700관), 강릉 시민의 종(3000관), 싱가폴 복해선원종(1000관) 등도 조성했다. 무겁게는 1만관부터 가볍게는 1000관까지 다양한 무게와 형태의 종 8000여구를 제작했다.
국내외 주요 사암과 지자체 기관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매우 희귀한 기술인 음향측정장치도 보유하고 있다. 음향분석은 물론 완성된 범종의 음향 교정까지 직접 실행할 수 있는 공법이다. 국내는 물론 일본 중국 대만 태국 싱가폴 홍콩 인도네시아 등 전 세계 20여개국으로 범종을 수출하고 있다.
회사보다 ‘사장’이 훨씬 유명하다. 성종사의 중심에는 대표인 원광식 장인(국가무형문화재 제112호 주철장)이 서 있다. 고(故) 원국진 초대 사장에게서 성종사를 물려받아 한국 범종계를 주도해왔다. 투철한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수준의 기술력을 완성했다. 특히 소멸되었던 우리의 전통주조기법인 밀랍주조공법을 10여년에 걸친 독자적인 연구 끝에 재현해내는 데 성공했다. 이 공로로 2000년 대한민국 명장으로 지정됐다. 이듬해인 2001년에는 장인 최고의 영예인 국가무형문화재 제112호 주철장에 지정되는 영광을 누렸다. 2005년 전통밀랍주조공법을 개량해 대형범종 제작에 적합한 새로운 밀랍주조공법의 특허도 획득했다. 이로써 5m 이상의 초대형 범종까지도 밀랍주조공법으로 제작할 수 있게 됐다.
충청북도 진천군 덕산면에 공장이 있다. 현재 원광식 대표의 아들인 원천수 성종사 기업부설연구소장이 가업을 계승하고 있다. 1월11일 찾아간 진천 작업현장에서 더 훌륭한 범종을 생산하기 위해 고민하고 땀 흘리는 부자(父子)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덕분에 기술력은 나날이 진화하고 결국 새로운 쾌거를 냈다. 자체적으로 ‘칠보(七寶) 범종’ 제작기법을 개발해 주목된다. 문양에 다양한 색을 입히고 그 위에 금박을 붙이는 불교미술의 칠보 개금을 범종 제작에 도입했다. 범종에 칠보개금을 입히는 특허기술로 최근 세계 최초의 칼라 대종을 조성했다.
본래 칠보개금은 제품 표면에 삼베로 배접을 하고 그 위에 문양을 그려 넣은 후 채색과 개금을 하는 기법이다. 주로 불상에 사용되어 왔던 방식이다. 성종사는 10여년전부터 범종에 칠보 개금하는 방법을 금강불교의 청원스님과 공동연구를 진행해왔다. 결코 쉽지 않았다. 칠보개금을 하려면 반드시 제품 표면에 배접을 해야 하는데 범종에 배접을 할 경우 종의 생명인 종소리가 저하되기 때문이다. 성종사에서는 전매특허기술인 정밀주조 기법을 이용해 이 문제를 비로소 해결했다. 원천수 소장은 “배접했을 때의 질감을 주물에서 뽑아냄으로써 실제 배접한 것과 동일한 효과를 얻어냈다”며 “문양의 아름다움은 극대화시키면서 개금으로 인한 종소리의 저하는 최소화했다”고 평가했다.
성종사는 2002년 충북 진천으로 공장을 확장 이전하면서 최신 용해설비와 주조시설 등 월등한 규모와 설비를 갖추게 됐다. 원광식 원천수 부자는 세계 최고의 범종 제작사라는 자부심을 더 나은 기술력으로 회향하겠다는 각오다. “성종사가 이믄큼 발전할 수 있었던 건 전국의 대덕 스님들과 불자들의 관심과 성원 덕분”이라며 “앞으로도 보다 나은 범종 제작을 위해 더욱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진천=장영섭 기자 fuel@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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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불교신문 2022년 1월 15일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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