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시대가 변했다고는 하지만

korman 2023. 1. 7. 10:42

시대가 변했다고는 하지만

동네에 있는 학교들 중에서 초등학교가 어제 제일 먼저 졸업식을 가졌다. 손주들 중에서 첫 손녀가 학교라고 이름 지은 곳의 처음 졸업생이 되었음에 이를 축하하여야겠기로 손녀의 학교 교문을 들어서다 혼자 실소를 하였다. 내가 지금까지 보아온 졸업 현수막의 “축 제00회 졸업식”이라 쓰였던 것과는 다른 문장이 쓰여 있었기 때문이다. 
“2022학년도 제00회 졸업장 수여식”
난 이 현수막을 보며 아무리 시대가 변했기로서니 이제는 졸업을 한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졸업장이라는, 초등학교를 졸업했다고 증명하는 종이장이 졸업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되는 시대인가보다 생각되었다. 언제부터 이런 용어를 쓰기 시작하였을까 하고 인터넷 이미지를 검색하여보았다. ‘졸업장 수여식’이라는 게 모든 학교에 통일된 문구는 아닌지 아직 ‘졸업식’이라고 쓴 곳도 있지만 2007년에도 졸업장 수여식이라 쓴 곳도 있었다. 아마도 큰 세상으로 나가기 위한 첫 발에 대학교 졸업식의 ‘학위 수여식’이라는 걸 본떠 아이들에게 큰 뜻을 품으라는 가르침으로 이해하기로 하였다.

코로나 때문에 졸업식 풍경도 많이 변하였다. 예전에는 운동장은 제쳐 두더라도 최소한 강당에 모두 모여 행사를 치렀는데 아직 코로나로부터 자유스럽지 못한 관계로 각 교실별로 영상을 통하여 졸업식을 하는 광경이 낯설게 느껴졌다. 행사의 사회를 보시는 분도, 축사를 하시는 교장선생님도 졸업사를 하는 학생도 서로의 얼굴이나 눈을 바라보고 하는 게 아니고 모두 다른 곳에서 자신이 맡은 순서대로 카메라를 응시하고, 졸업생들은 교실에 비치된 큰 모니터를 통하여 보고, 듣고, 인사하고 박수치며 행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한 교실 한 교실, 학생들은 반별로 교실을 떠나 교장선생님이 계신 곳으로 가고 교장선생님은 모든 졸업생들에게 일일이 악수하며 졸업장을 나누어 주는 모습 또한 각 교실로 중계되었다. 아이들의 부모들은 모니터에 나타나는 자기 자식의 졸업장 받는 모습을 촬영하느라 모두 모니터 앞으로 밀려드는 바람에 복도에 서있던 다른 사람들이 바라보는 교실 안 모니터 절반에는 핸드폰 카메라를 든 부모들의 뒤통수가 겹쳐졌다. 

폐회 전 ‘졸업식 노래’가 불려졌다. 모두들 기억하다시피 초등학교 졸업식 노래 1절은 재학생들이 부르고 2절은 졸업생, 3절은 모두 같이 부르는 노래다. 이 노래 역시 재학생, 졸업생이 각자 있는 위치에서 노래를 부르고 중계가 되었다. 내가 보고 있는 동안에는 한 치의 오차도 발견하지 못하였다. 한 편의 드라마가 완벽하게 제작되는 느낌이었다. 졸업식 노래를 들으며 속으로 따라 불렀다. 가사를 외우지 못해 모든 노래를 보고 읽으며 부르는 노래방 시대에 이상하리만치 이 노래의 가사는 나의 국민학교(초등학교) 졸업 때인 1963년의 기억으로 머리 속에 그대로 머물러 있었다. 한편 툭하면 남녀차별이니 성차별이니 하는 시대에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의 그 ’언니‘라는 단어에 대하여 지금까지 아무런 시비가 걸리지 않는 것이 이상하게 생각되었다. 사실 언니라는 단어는 우리가 모르고 쓰는 단어에 속한다고 한다. 옛날부터 있었던 호칭도 아니고 19세기 말까지 우리의 문헌에서 발견되지 않는다고 하는데 아무튼 언니를 포함하여 전 가사가 나의 그 때와 한 자도 달라지지 않은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우리의 소원‘이라는 노래 가사도 ’이 목숨 다 바쳐 통일‘ 이 ’이 정성 다하여 통일‘로 바뀐 마당에 그 언니는 꿋꿋하게 모든 남녀 초등학생들의 졸업을 동시에 지키고 있다.

모든 행사가 끝나고 마지막으로 담임선생님의 한 말씀이 있었다. 뭐라고 하시는지 교실 밖에서 지켜보던 나에게까지는 들리지 않았지만 그 순간 내가 졸업할 때 담임선생님께서 들려주신 말, “세상의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보라”던 그 말씀이 머리를 스치고 지났다. 그리고 졸업식 뒤에는 짜장면이라는데 2개 초등학교가 같은 날 졸업식을 한 우리 동네에서는 자리를 찾을 수가 없어 차를 가지고 다른 동네로 원정을 갔다. 시대가 변했어도 짜장면의 가치는 졸업식의 가치만큼 높아 보인다.

2023년 1월 6일
하늘빛

 

음악 :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ixgdeCXyJLc 링크

첨밀밀 OST- 월량대표아적심 (月亮代表我的心)피아노/악보 by sora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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