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2

겨울바다의 봄 내음

겨울바다의 봄 내음 오랜만에 파란 털실로 짜진 베레모를 머리에 얹었다. 1970년에 등산을 열심히 다니는 나에게 손재주 좋았던 작은 누님이 손으로 짜준 것이다. 머리에 얹고 다니는 것이므로 지금까지 원래의 모습으로 배낭 속에 넣어져 있다. 지금은 등산을 다니지 않으니 많이 쓰는 편은 아니지만 늦은 봄에서 초가을까지 더위를 느끼는 시기를 제외하곤 배낭을 메고 외지로 여행이라도 가는 길에는 아직 즐겨 쓰는 편이다. 나와 반백년을 같이 한 모자이니 많은 애착이 가고 요즈음은 속알머리가 없으니 더욱 더 필요한 개인 소품 중에 하나가 되었다. 얼마만의 강추위라고 방송에서 강조를 하였다. 체감온도는 영하 20도 아래라고 하였다. 왜 하필 내가 떠나려는데 이런 추위가 몰려왔을까 구시렁거리며 그래도 예약이 되었으니 배..

내 바다는

내 바다는 가을 새벽에 해 뜨는 바다를 본다. 수평선 너머에서 여명을 가르는 해오름은 진한 오렌지색 노을로 온 수면을 덮고 방파제 앞 바위섬에 금세 아침 그늘 지더니 바다는 그 잉크빛 본색을 찾는다. 그래서 바다는 시간이 만드는 카멜레온의 수채화가 된다. 아침과 저녁의 노을도 일렁이는 너울도 너울 이랑에 피어나는 포말도 바위를 부딪는 대파도 모래알 흩뜨리는 잔파도 기억을 가진 날부터 내 세상 바다엔 시간의 흔적이 없다. 그래서 내 바다엔 인생의 희비가 없다. 아침에 보나 저녁에 마주하나 바다는 생각을 잊게 한다. 넘실대는 파도타고 눈동자는 여기 둥실 저기 기웃 둥근 수평선 끝을 그냥 멍하니 바라만 보면 그뿐 애써 무얼 생각지 않아도 좋다. 그래서 바다는 내 기억의 빈 공간이다. 그런 내 바다가 좋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