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종 생명의 소리를 담은 장엄
한국종, 그 신기와 보문의 메아리 천 년을 갈고 다듬은 경어 한 마리 종체에 거세게 부딪히는 순간, 세찬 경련과 요동의 일각을 타고 파르르한 진동으로 파생되는 쇳소리, 사방에 번지는 거친 숨결, 이내 깊은 번뇌를 사르르 녹이는 참회의 소리, 삼매경 속 여음으로 만물을 깨치는 묘법의 메아리…… 이것이 우리가 전통종을 떠올릴 때 흔히 생각하는 종소리의 이미지다. 그러나 그 소리보다 더욱 심오한 경지는 형체, 곧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지구상 어디에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한국종만의 조형미다. 종은 무엇인가? 종은 악기로, 부장품으로, 의식구로, 신호도구로, 권력의 표징으로, 심지어 도량형기로까지, 종은 예로부터 인류의 삶이 녹아든 위대한 발명품의 하나였다. 즉 종은 금속으로 빚은 최초의 소리도구이자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