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623

청춘열차의 가을

청춘열차의 가을 2주전 수요일 카톡이 울리더니 기차표 4장이 떴다. 일요일 춘천 호반의 가을을 즐기라고 큰 아이가 보내온 용산-춘천 ITX 청춘열차 왕복 승차권이었다. 이심전심이었나. 그걸 한 번 타봐야겠다고 철도청 예약사이트를 살펴보고 있는 중이었다. 2층이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한 열차편에 단 두 량만이 2층 칸이라 자리 잡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지금은 수도권 전철이 춘천까지 가는 고로 다리를 조금만 고생시키고 세월아 네월아 하고 다녀오면 예약도 필요 없지만 굳이 청춘열차를 찾은 것은 2층에 미련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흐르는 강변의 풍경은 2층에서 바라보아야 더 제격이 아니겠는가. 경인지방에서 오래전에 학창시절을 보낸 중장년치고 경춘가도에 대한 추억이 없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서클활동이나 학과 ..

세탁기 수도꼭지 때문에

세탁기 수도꼭지 때문에 비밀번호를 아는 아이들이야 부모집 초인종 누를 일 없고 문 열어달라고 하는 방문객도 별로 없으니 어쩌다 집안 인터폰에 벨이 울리면 건물 1층 출입구에서 누르는 것인지 내 집 현관문 앞에서 누르는 것인지 모니터에 그림이 같이 나오고 벨소리도 다른데 늘 구별에 미숙하여 엉뚱한 단추를 누를 때가 있다. 나보다는 집사람이 더 그렇다. 토요일 오전, 카페와 블로그속에서 컴퓨터 삼매경에 빠져 있는데 벨 소리가 났다. 집사람이 알아서 하겠지 하고 무심하게 있는데 인터폰 패널에서 무얼 만져야 할지 순간적으로 잊은 듯 좀 와보라는 집사람의 호출이다. 모니터에 비쳐진 모습이 내 집 현관인데 중학생쯤 됨직한 어떤 여자아이가 강아지를 안고 문 앞에서 울고 있었다. 모르는 여자 아이의 이 모습이 집사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