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칼국수 먹던 날

korman 2007. 5. 7. 21:06

 

 

 

 

오늘 하루

 

일요일 아침 햇살이 눈부시다. 봄의 늦자락이라고 느끼기 보다는 이른 여름에 솟아난 푸성귀 같은 상큼함을 더해주는 아침이다. 날씨 탓인가! 큰아이가 점심을 밖에 나가 먹자고 한다. 오랜만에 오이도에 가서 해물칼국수를 먹자는 제안이다. 칼국수는 우리 네식구에게 공통적으로 환영받는 몇 안되는 메뉴중에 하나이다. 네식구 밖에 안되는 소가족에도 외식을 하려면 비싼 것을 먹는 것도 아닌데 각자 주문이 많다. 어디 가서 무얼 먹자고 말다툼만 하다 그냥 집에서 먹자고 주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에게는 이런 경우가 좋다. 주머니에 손을 넣지 않아도 되니까.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데 만인이 다 손뼉 치는 자장면도 우리집에선 의견이 분분하다. 꼭 네식구 중에 한사람은 짬뽕 먹겠다고. 그런데 오이도 칼국수에는 쉽게 통일이 되었다.

 

오이도 가는 길에 시화공단을 지나야 하는데 그 시화공단 앞에 낮으막한 산자락을 아주 예쁘게 가꾸어 놓은 가족공원이 있다. 산 정상에는 서해를 관망할 수 있는 팔각정과 전망대가 있다. 주말 이른 아침에 가끔씩 가는 곳이다. 그곳에 유채꽃이 만발하였다고 하여 들러 가기로 하였다. 유채꽃밭에서 사진 예쁘게 찍어 주말에 제주도 여행한 기분 내겠다는 작은 아이의 제안에 따라......


가는 길에 우리 차 앞에 최고급차 (에쿠스) 한대가 우리와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었는데 그 속에 타고 있는 사람이 문을 열어놓고 담배를 피우면서 가고 있었다. 내가 내기를 걸었다. 저 사람이 담배꽁초를 밖으로 버릴까 아니면 차안의 재떨이에 넣을까. 큰아이와 나는 밖으로 버린다에 작은 아이와 마누라는 재떨이에 이렇게 패가 갈렸다. 재떨이에 거는 이유는 저런 고급차를 타고 가니 그만큼 교양도 있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감이란다. 차를 몰고 다니는 큰아이와 나는 안다. 운전자의 90%이상이 꽁초를 밖으로 버린다는 사실을. 그리고 담배꽁초에서 교양이 떠나 간지는 이미 오랜 세월이 흘렀다는 사실을. 기대한대로 그는 밖으로 훽 던지고는 유리문을 올렸다. 마누라 왈, “비싼 차 속에 싸구려 인간이네.”


옥구공원에 주차를 하는데 잘 가꾸어진 잔다밭에 널려있는 많은 쓰레기들이 우선 심사를 사납게 한다. 과자봉지며 종이조각이며 담배꽁초며.....이렇게 예쁘게 가꾸어 놓은 잔다밭과 꽃나무 사이로 솔솔부는 바람을 타고 휘날리는 태극기가 아닌 쓰레기들. 이에 질세라 잔디를 보호하기 위하여 쳐 놓은 끈울타리를 넘어 아이들까지 데리고 마구잡이로 들어앉아 있는 군상들. 잔디밭은 이미 몇 군데로 나뉘어 흙길이 나 있었고 잔디가 혼자서 살아나기란 힘겨워 보였다. 그나마 산쪽으로 올라갈수록 더 아름답고 쓰레기도 없는 것이 천만 다행이라고나 할까. 잘 가꾸어진 온갖 초여름의 꽃 사이로 작은 연못과 냇물, 연자방아에 물레방아까지 그리고 내친김에 산 위의 정자까지. 시원한 가슴에 초입의 쓰레기와 군상들에 대한 생각을 지울 수 있었다.


오이도에는 아주 조그마하고 예븐 빨간 등대가 있다. 그 등대 너머로 갯벌이 펼쳐지고 비릿한 갯내음을 맡으며 많은 사람들이 조개라도 잡아 보겠다고 갯벌을 뒤지고 다닌다. 물이 많이 빠져서 아주 먼 곳까지 나간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갯벌의 밀물은 느끼지 못할정도로 빨리 들어온다. 이층에 파라솔을 걸쳐놓은 칼국수집에 앉아 일하는 사람에게 오늘 밀물시간을 물어본다. 아지랑이 속으로 가물거리게 멀리 나가있는 사람들이 밀물시간을 알고 나갔을까. 아는 사람들은 안다. 자기 발밑에는 물이 안 들어온다 할지라도 갯벌에는 골이 있어 이 골을 타고 들어온 물이 자신을 갇히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마누라가 나이를 먹더니 별걱정을 다 한다고 핀잔을 준다. 등대 옆으로 기우는 해를 뒤로하고 집으로 향했다.   

 

2007년 5월 여섯 번째 날  

 

 

엘가 - 사랑의 인사(피아노 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