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버지니아공대 사태에 대한 미국인들의 마음

korman 2007. 4. 23. 00:06

 

 

아직 정확한 동기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버지니아공대 사태가 일어난 후 우리는 그가 제발 한국인이 아니기를 바랐지만 불행하게도 그는 한국인이었다.


그가 한국 국적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외출도 자제하고 언행도 억제하고 있는 미국 교포들의 안쓰러움이야 이곳에 앉아서 어찌 알까 만은 그로 인하여 제발 교포들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사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국내에서도 그가 한국인이기 때문에 각 종교단체를 비롯하여 많은 시민들이 더 불행한 사태를 막기 위하여 추모집회를 열고 희생자들을 위한 모금운동도 벌리고 있다.


이 문제는 미국에서 불행하게 자라난 한 정신이상자의 난동으로 생각하고 넘어가도 되는 일개 사건이지만 그가 한국 국적을 가졌다 하여 많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애타는 마음으로 집회를 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다민족 국가이다. 따라서 어떤 사건이 일어난다 하여도 꼭 백인들만이 그 사건에 관여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조승희라는 사람이 만일 미국 국적을 가지고 있었다면 설사 그가 한국계라 하더라도 우리나라 사람들의 마음이 지금처럼 무겁지 않았을 것이다.


조승희에게 희생당한 32명을 위하여 국내외 곳곳에서 많은 추모회가 열리고 있다. 그 가운데 피해 당사자인 버지니아공대 에서도 소규모 추모 행사가 계속되고 있으며 엊그제는 부시 대통령이 참석한 대규모 공식 행사가 열렸다. 이 모습들을 TV 뉴스로 지켜보면서 나는 또 다른 한쪽에서 마음이 찡하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TV에서 보여 지는 추모회가 열리는 버지니아공대에는 고목이 많이 서 있는데 그곳에 모두 검은 리본을 매 놓았다. 그런데 그 리본의 숫자가 32개가 아닌 33개라는 것이다. 종도 33번을 울리고 풍선도 33개를 날렸다고 한다. 33번째는 이 사태를 일으킨 조승희를 위한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각종 조화와 사연들이 놓인 곳에도 역시 조승희를 위한 꽃과 그 가족들을 위로하는 글들이 함께 놓여 있었다. 또한 오늘은 그동안 한국식으로 조승희라고 부르던 그의 이름을 미국식인 승희조라고 고쳐 부르기로 하였다고 한다. 한국식으로 부르면 민족에 대한 차별의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 했다.


이 소식을 접하면서 마음 한쪽이 찡하고 숙연해 지는 것은 과연 우리가 비슷한 경우를 당했다면 우리의 자세는 어떠할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나도, 우리도 희생자를 위한 추모회에서 과연 미국인들처럼 사태를 일으킨 당사자를 위하여도 리본을 걸고 그 가족을 걱정하는 사연을 남길 수 있는 너그러움이 생겨날까! 그것도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자리에 나란히....


많은 사람들이 다민족 국가인 미국의 국력과 힘의 원천에 대하여 이야기 한다. 난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그 33번째 리본을 걸 수 있는 그들의 용기와 이성과 너그러움이 그 힘의 원천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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