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언제나 그랬듯이

korman 2007. 12. 31. 14:00

언제나 그랬듯이

 

 

언제나

늘 그랬듯이

연말 방송 특집프로에

진행자가

초대된 사람들에게

해를 보내고 맞는데 대한

소감을 묻는다.

그들은 또 언제나 그랬듯이

지난해 다른 이들이 답하였던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오늘 술자리에서

나에게도 누군가가

같은 물음을 한다면

나는 무엇을 답하여야 하나.

그저

블로그에 모아 두었던

옛 음악에 취했었다고

한마디 던질까

아니면

이런

잡기를 극적이며

소주잔이 있어 행복하였다고

문학적인 답을 하여야 하나

 

 

 해가 기우는데 대한 서운함이야

음악이라고

소주잔이라고

감출 데가 있을까만

날을 넘기는 아쉬움 보다는

해를 넘기는 아쉬움은

후회로 다가온다.

이 하루가 지나면

입에 발린

희망을 이야기 할 텐데.

 

 

 

내가 앉아있는 13층

아파트 앞동과 그 옆동 사이로

낙조가 시작되고

올해의

마지막 노을이 진다.

하늘가에 걸려있는

연한 회색구름 속에서

내 얼굴을 물들이는

그 붉은빛의 마지막 향연을

영화의 한 장면처럼

창가에 서서

와인잔이라도 들고

아니면

담배 연기라도 흩날리며

바라봐야 하나 

 

 

 오늘 우리에게서 떠나는

저 해는

우리의 아쉬움으로 남겠지만

반대편 나라의 누군가에게는

희망의 해로 떠오른다.

그들에게서 숨어버린 해는

우리의 희망으로 다가온다.

지는 해와 떠오르는 해는

서로 다르지 않으리니.

 

 

그저

내가 누구를 위하여

무엇을 베풀었다는

기억은 지우고

누군가 나에게 베푼

고마움만을

기억하며

올해의 마지막 노을을

마음에 담는다.

 

 

 2007년 마지막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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