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울림 속으로/우리 종 공부하기

범종소리는 귀로 듣느것이 아니고 마음으로 듣는 것이다.

korman 2009. 9. 4. 14:29

 범종(梵鐘)


수행자의 아침에 울리는 범종

종소리는 모든 중생의 각성을 촉구하는 부처님의 음성이다. 그 소리는 지옥의 고통을 쉬게하고 모든 번뇌를 소멸시키며 꿈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정신을 일깨우는 지혜의 소리다.


범종소리는 귀로 듣는 소리가 아니다.  마음으로 들어야 한다.

 일승(一乘)의 진리를 설파하는 원음(圓音)의 사자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라인의 불심과 미학, 음향학, 과학기술이 총체적으로 어우러져 혼연히 이뤄낸 한국종의 대표작 성덕대왕신종의 몸체에는 종소리를 통해 시방에 끊임없이 울려퍼지는 부처님의 원음에 항상 귀기울여 구도심을 잃지 말아 깨달음의 길에 오를 것을 강조한 명문이 새겨져 있다.


종은 동서고금을 통해 때와 곳을 알리는 상징이다. 시계가 보편화되기 전까지만 해도 종을 쳐 시간과 사건의 시종(始終)을 알렸다. 한자어 종(鐘)은 쇠로 만들고, 때리면 ‘동동’ 소리가 나기 때문에, 뜻을 나타내는 ‘金’자와 소리를 나타내는 ‘童’자를 합쳐서 만든 형성자(形聲字)이다. 독특한 범종의 형태와 주금술, 그리고 영겁의 소리와도 비견되는 아름다운 종소리로 세계 명종(名鐘)의 하나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우리나라 범종은 그래서 ‘한국종’이라는 학명(學名)을 얻게 되었다. 용뉴에서부터 종신의 각 부분에 이르기까지 금속공예가 총집합된 결정체라 할 수 있는 범종은 신라, 고려 조선 등 각 시대별 특징과 양식, 사상성을 가지고 변천해 왔다.


원컨대 이 종소리 법계에 두루 퍼져 철위산의 그 어둠에서 벗어나 모두 다 밝아지소서 삼악도의 고통을 여의고 도산지옥을 허물어 모든 중생이 올바른 깨달음을 이루어지이다.


願此鐘聲遍法界 鐵圍出暗悉皆明 三途離苦破刀山 一切衆生成正覺 <새벽예불 종송>


신새벽, 그리고 저녁 어스름, 법고 목어 운판에 이어 장중하게 28번 종이 울린다. 웅장하게 시작된 범종소리는 은은한 여운을 길게 남기며 시방세계에 두루 퍼진다. 욕계의 4천, 색계의 18천, 무색계의 4천의 모든 중생들의 어두운 마음을 밝히고 탐욕과 분노 어리석음에 불타는 마음을 다독이듯 가라앉히고 제행무상을 일깨운다. 장중하면서도 이슬처럼 영롱하고 맑은 그 소리는 가슴을 뒤흔들어 설레게도 하고 벅찬 갑동에 가슴뭉클하게도 하며 무한한 환희심을 느끼게도 하고 긴 여운을 따라 태초의 적막에 이르게도 한다. 현존하는 신라범종으로는 가장 오래되고 아름다운 상원사종(725년)과 ‘에밀레종’이라 불리는 ‘성덕대왕신종(771년),  6·25때 불타버린 선림원종,  일본에 있는 5점 등 모두 11점이 남아있다. 고려종으로는 용주사범종 등 총 97점(일본에 23점)이 있으며 조선시대 범종은 선암사대각암범종 등 96점이 남아있다.

연화문, 비천(飛天)상, 당초문 등 범종 몸신에 새겨져 있는 문양은 우아하고도 세련되어 한국의 공예미를 대표하고 있으며 현대 디자인에도 다양하게 응용되고 있다.

출처 : 현대불교미디어센터 ⓒ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