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울림 속으로/우리 종 공부하기

수억짜리 지자체 종 누구를 위해 울리나

korman 2010. 1. 4. 09:37

수억짜리 지자체 종 누구를 위해 울리나

경쟁적 제작으로 예산낭비 지적…일부선 성금 걷기도

 

 

 

 

지난 31일 밤 제야의 종소리와 함께 2009년이 끝나고 새해가 시작됐다. 하지만 이날 종소리를 낸 것은 서울 보신각종만이 아니었다. 아마 이듬해에는 더 많은 소리가 울릴 것이다.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경쟁하듯 시민의 종, 군민의 종을 만들어 자체적으로 타종식을 하고 나서기 때문이다.

 

 

올해 만들어진 종으로 가장 대표적인 것은 강원도 화천군의 ‘세계 평화의 종’이다. 무게 1만관(37.5t), 높이 4.67m, 직경 2.76m에 이른다. 이 종을 만드는 데에만 15억원이 들어갔다. 국내에서 가장 큰 종이다.

 

화천군은 전세계 평화를 기원하는 뜻으로 30개 분쟁국가에서 수집한 탄피를 녹여 종을 만들 때 사용했으며, 평화의 메아리가 항상 울리도록 매일 5차례 시간을 정해 누구나 종을 칠 수 있도록 했다. 경남 함양군도 최근 5억4000만원을 들여 무게 3300관(12.375t), 높이 3.22m, 직경 1.91m 크기의 ‘함양군민의 종’을 만들어, 공식 기념일 외에도 매주 토요일 군민들이 종을 칠 수 있도록 했다.

 

대표적 한국 전통종 제작업체인 성종사의 원천수 이사는 “최근 종을 만드는 지자체들은 21세기를 나타내기 위해 무게를 21t으로 맞추는 등 상징성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며 “20t을 넘어가면 음색이 점점 떨어지기 때문에 무조건 크게 만든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올해 만든 종 가운데 상징성을 강조한 것은 2010년을 나타내기 위해 무게를 2010관(7.54t)으로 맞춘 강원도 횡성군의 ‘횡성군민의 종’, 21t 무게의 경남 김해시 ‘김해시민의 종’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움직임을 두고 모든 지방자치단체들이 막대한 예산을 들여 제각각 종을 만들 필요가 있느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김해시민의 종’은 종 9억3000만원, 종각 14억2100만원 등 모두 24억원 정도가 들었는데, 김해시는 시민 성금으로 비용을 전액 충당했다.

 

이에 대해 하선영 김해시의원은 “다른 지자체의 종에 견줘 김해시는 너무 많은 비용을 들였고, 특히 종각은 만화영화에나 나올 듯한 이상한 모양을 하고 있다”며 “시의회에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왜 이렇게 많은 돈이 들었는지, 시민들의 성금이 적법하게 모금되고 사용됐는지 등을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해시 담당자는 “종각의 형태는 김해가 가야문화의 원류임을 부각시키기 위해 가야 굽다리 토기를 형상화한 것이고, 전시실까지 갖춘 2층 구조이기 때문에 다른 지자체의 종각과 단순비교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최상원 기자 (한겨례) 10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