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당구이야기

korman 2014. 1. 21. 17:28

 

 

 

 당구이야기

 

새해 첫날, TV에서는 전국의 각 지역에서 첫해가 떠오르는 장면들을 계속 보여주고 있었다. 그건 산 위로, 동해로, 바다 가운데로 해맞이를 나간 사람들의 외침과 소원과 카메라 셔터음과 그리고 자연의 소리 등등이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중계자의 다소 흥분된 목소리와 섞이며, 어디서는 구름사이로, 어디서는 구름 속에서, 또 어디서는 온전한 모양으로 여명을 뚫고 둥근 하늘가에 붉은 기운을 뿌리며 솟아나 그 기를 받으려 모여든 사람들에게 신천지의 희망을 온몸에 안겨주고 있었다. 그렇게 나도 TV에서 나눠주는 새해아침 그 기운을 받았다.

 

가야 할 곳과 해야 할 일들이 “설날”에 맞춰져 있으니 새해라고 뭐 특별히 계획된 것들이 없는지라, 그래도 새해 첫날 식사라고 늦은 아침을 같이 한 큰애에게 운동이나 같이 하자고 한 것이 당구 한 게임 치는 일이었다. 누군가는 당구가 무슨 운동이냐고 웃는 사람도 있겠지만 좋게 생각하면 격하지 않으면서 온몸운동을 다 하는 것이 당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당구를 치면서 자리에 앉는 사람은 거의 없다. 계속적으로 당구대를 돌고 있으니 다리운동이 되고, 공을 치기위하여 허리를 굽히고 펴는 일을 반복해야 하니 허리운동이 되고, 팔로 큐를 밀어야 하니 팔운동이 되고, 먼데 있는 공을 치기 위하여 다리와 허리와 팔을 쭉 늘려야 하니 스트레칭이 되고 같이 치는 사람과 계속 대화를 나누니 안면운동이 되고 공의 타점과 접점 그리고 당구대의 포인트와 쿠션을 이용해야 하니 기하학을 생각해야 하고 몇 점을 치는지 기억해야 하니 기억력운동도 되고 등등. 젊은 사람들에게는 스트레칭정도가 될 테지만 나이든 사람들에게는 무리가지 않는 편한 운동이라 할 수 있겠다. 단지 흠이 있다면 간접흡연의 폐해가 있다는 것이다. 실내 운동이면서도 흡연을 하는 곳이 당구장 말고 또 있을까?

 

새로 생긴 당구장이라 하여 문을 열고 들어선 곳에는 새해 첫날에 누가 있을까 생각하였던 것은 나의 기우였을 뿐 여기저기서 사람들의 소음과 당구공 부딪치는 소리로 활기가 있었고 우리도 그 소음 속 한 귀퉁이에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운동의 즐거움은 잠시, 당구공을 몇 차례 돌리다 말고 한 게임도 채 끝내지 못하고 무언가에 쫓기듯 그곳을 빠져나왔다. 우리 자리로 몰려오는 짙은 담배연기 때문이었다. 창 쪽이라 좋을 것 같아 자리한 곳이 창 쪽이기 때문에 환풍기가 집중 배치되어 온 당구장 안의 담배연기는 우리가 있는 쪽으로 몰렸기 때문이었다. 물론 다른 당구장으로 옮겨 환풍기가 없는 쪽에서 몇 게임을 즐기기는 하였지만 새해 첫날의 담배연기는 국회에 계류 중이라던 금연관련 법률에 생각을 미치게 하였다. 얼마 전에 안 바로는 제출된 이 법안의 금연지역에는 당구장이 포함되어 있었으나 통과된 법에는 당구장이 빠져 있다고 한다. 담배연기에서 벗어나 당구를 즐기나 하였더니 그게 좀 더 기다려야 하는 모양이다. 지금 길거리나 버스정류장에서 조차도, 그리고 PC방이나 조그마한 식당에서 조차도 금연지역으로 설정이 되는 판국에 운동시설인 당구장은 금연구역에서 제외되는 이유를 모르겠지만 혹 아직도 당구장을 유기장시설로 보는 견해가 더 많지는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떤 사회적 이유와 연관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요즈음 당구인구가 계속 늘어나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그런지 며칠 전에는 당구전문 케이블방송까지 생겨났다. 각종 국제경기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이제는 우리나라도 당구의 강국 중에 하나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당구장에서 늘 아쉽게 느껴지는 것은 금연과 더불어 모든 사람들이 사용하는 당구 용어이다. 내가 당구를 배운지 40여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보통 사람들이 사용하는 당구용어들은 그 때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진 것 없이 일본어가 바탕을 이루고 있다. 우리 사회에 근대화 물결이 일제강점기에 대부분 유입된 관계로 아직 많은 일본어의 잔재가 남아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이 당구용어는 유독 심한 것 같다. 그런데도 어디에서고 그런 용어를 우리말 혹은 국제용어로 바꾸어 일반인들에게 전하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 당구의 대표단체인 대한당구연맹이나 동 연맹이 소속된 문체부에서도 그런 노력은 하지 않는 것 같다. 전문가들의 입장에서 몇몇 국제용어를 해설하여 놓은 사이트는 있다. 그러나 그런 것은 일반인들에게는 무용지물이나 다름이 없다. 현재 일반인들이 사용하고 있는 어떤 용어가 그에 준하는지 표기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인터넷에 찾아봤더니 현재 당구와 관련된 단체들이 많이 존재하였다. 그렇다면 그런 단체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보통 사람들이 많이 즐기는 4구식에서 사용하는 용어만이라도 순화하는 노력을 한다면 변화는 이루어지지 않을까?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일본어 용어를 우리말화 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안되는 것은 국제용어로 바꾸면 어떨까? 만일 당구의 대표단체에서 사명감을 갖고 “일본어-우리말-국제용어”를 표기한 일종의 비교 차트를 만들어 전국의 모든 당구장 벽에 붙여 놓는다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용어순화에 동참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에서 개최하는 국제당구대회도 많고 당구 인구도 늘어가는 이 시점에 나라를 대표하는 당구연맹이나 소속기관인 문체부에서는 일반인들이 우리말 혹은 국제용어를 몰라서 사용하는 용어를 바꾸지 못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당구용어에 대한 무언가를 생각하여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다. 당구 말쌈이 국어와 달라 서로 사맛디 아니할쌔.......이리 되려나?

 

2014년 1월 20일

하늘빛

 

'이야기 흐름속으로 > 내가 쓰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재방송 페스티벌  (0) 2014.02.05
세월에 들려  (0) 2014.01.30
양치기 소년  (0) 2014.01.11
탁상달력  (0) 2013.12.31
17년 5개월의 인권  (0) 2013.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