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물건을 앞으로 더 내면 더 팔리려나?

korman 2015. 9. 16. 20:12

 

 

      음력 7월 15일 내 머리위에 있었던 둥근 달 밝은 달

 

물건을 앞으로 더 내면 더 팔리려나?

 

요새 동네 거리를 다니면 가게마다 인도 쪽에 많은 물건이 쌓이는 게 보인다. 추석이 가까웠으니 모두 선물용 상자들이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재래시장에도 점포마다 연일 쌓이는 물건이 늘어간다. 점포주마다의 장사 수완이 있어 그리 물건을 들이는 것이겠지만 추석이 지나면 선물세트는 별로 팔리지 않을 텐데 추석 때 까지 저게 다 안 팔리면 어쩌나 하는 기우가 생긴다. 나 할 일도 잘 못하는 처지면서.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모든 대형마트가 포진하고 있으니 가끔은 그곳에 가기도 하지만 그 보다는 재래시장이 코앞이라 집사람은 필요한 만큼만 살 수 있고 인간미 넘치는 덤도 있으며 이벤트 한다고 소비자를 속이는 것도 없는 시장을 더 선호한다. 안경 때문에 가끔 들러야 하는 단골 안경점도 시장 입구에 있고 손주들도 좋아하는 만두집과 호떡집 그리고 떡볶이집도 시장 안에 있으니 가끔은 나도 그곳에 들른다. 그런데 갈 때마다 늘 아쉬움이 느껴지는 한 가지가 있다.

 

오래전서부터 시장지역으로 자리 잡은 곳이 아니면 보통 동네 시장들은 주택가 골목에 하나 둘씩 점포들이 들어서면서 시작되어 몇 개 골목이 이어져 시장으로 발전한다. 우리 동네도 예외는 아니어서 그렇게 골목이 이어지더니 몇 년 전에는 구청의 지원으로 시설을 개수하여 점포주나 이용자들이 모두 편하도록 잘 만들어 놨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포주들이 스스로 이용자들에게 불편을 제공하고, 특히 쇼핑의 편리함을 추구하는 젊은 층의 이탈을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 그게 아쉽고, 예고 없이 일어날 수 있는 일에 대한 대비를 스스로 무너트리는 것이 또한 안타깝기도 하다.

 

시설이 개선된 시장은 처음에는 점포주나 이용자 모두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해 주었다. 그리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소방선도 설정되어 소방선 밖으로는 점포주들이 물건을 진열하지 못하게 하였으며 이용자들이 편하게 교행할 수 있는 통로도 확보되었다. 시장자치회도 생기고 일정금액 이상이면 공동으로 배달도 하고 기둥마다에는 노란 글씨로 스스로 시장 이용자들에게 알리는 공고문도 붙였다.

“소방선 밖으로 진열한 상품은 사지 마십시오.”

상인들은 물론 시장에 들어서는 사람들 모두에게 시장 입구에서부터 눈에 띄는 구호이기도 하다.

 

그런데 문제는 시설이 개선되고나서 시간이 흐르자 시장에는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물건을 앞으로 내면 장사가 더 잘 될 거라고 생각하였는지 하나 둘씩 소방선 너머로 가게 터를 넓히더니만 이제는 소방선이 어디 그어졌는지도 모르는 상태가 되었다. 과일 가게에서는 좌판을 앞으로 빼고 그 앞에 과일 상자를 놓고 그것도 모자라 과일 바구니까지 상자 앞에 놓으니 소방차 진입은 고사하고 사람들 교행에도 불편을 느낄 정도가 되었다. 정육점은 냉장시설을 앞으로 밀어내고 생선가게 앞 배수시설은 비닐 장판으로 덮어 놓아 좌판에서 흐르는 물은 시장 바닥을 흥건히 적신다. 피해 다녀야 할 판이다.

 

시장의 시설을 개선한 목적은 이용자들에게 되도록 좀 더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여 대형 마트로 몰리는 소비자들의 발길을 잡기 위함이 제일 큰 것이었을 텐데 누구의 인식이 부족한 것인지 큰 돈 들인 목적의 값어치가 퇴색되는 게 눈에 보인다. 또한 골목에 위치한 시장의 윗부분은 대부분 주거지다. 따라서 시장에 일이 생기면 주거지까지 위험해진다. 그래서 소방선이 중요하거늘 이에 대한 인식은 자치회까지 만들고 구호까지 붙이고도 현실에 미치지 못하는 모양이다. 젊은 층들은 유모차를 끌고 시장에 나오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점점 좁아지는 통로에 빈몸 교행도 어려운데 배수도 제대로 되지 않는 생선가게 앞 비릿내 나는 물로 흥건히 적셔진 곳으로 유모차와 함께 지나고 싶은 주부는 없을 것이다.

 

이렇게 소방차 진입을 어렵게 만들고도 일이 생기면 소방차 출동이 늦었다는 말이 나오겠지.  한편 소방선이 그리 침범당하고 있는데 정기점검이나 강제규정은 없는지 노란선은 날로 가게 안으로 더 깊이 살아지고 있다. 가을은 곧 지나고 겨울도 금방 올 것이다. 늘 일 나기 전에 필요한 것이 점검이거늘...

 

2015년 9월 16일

하늘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