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란나와 화루볼과 호므랑

korman 2015. 9. 24. 17:50

 

 

 

    사진출처 : 야후

 

란나와 화루볼과 호므랑

 

TV에서 어떤 통신사의 광고를 보다 오래전 프로야구가 존재하지 않았던 시절, 지금은 디자인 플라자로 바뀐 동대문야구장 관중석을 가득 메우게 하였던 고등학교 야구가 생각났고 아울러 불멸의 아나운서 ‘박*세’라는 분의 야구중계방송이 생각났다. 그 분은 지금 좀 인기있다하면 아무에게나 가져다 붙이는 ‘국민***’라는 칭호를 붙인다면 가히 ‘국민야구중계 아나운서’를 넘어 야구중계의 신이라 하여도 아깝지 않을 정도라는 게 내 생각이다. 특히 라디오 중계를 할 때면 그의 신적인 존재는 더욱 빛났다. 그래서 그런지 해외에서의 국가대표 야구경기도 그 분의 목소리를 빌어 중계되는 것이 많았다. 통신사 광고를 보다 가을야구에 접어들어 인기가 더해가는 시점에서 그의 중계가 생각난 것은 당시 모두가 사용하던 야구용어 때문이다.

 

통신사 광고에는 신세대와 구세대가 같이 출연한다. 대화중에 외래어 ‘CLUB'이라는 단어가 나온다. 신세대는 이를 클럽이라고 발음하는데 구세대는 크럽이라 말한다. 분명 대본에는 한글로 클럽이라 씌어있을 테지만 구세대의 외래어 발음에 대한 교육은 'ㄹㄹ'로 읽어야 할 'L' 발음을 ’ㄹ‘로 읽도록 자동화 시킨 터라 본인도 모르게 자동적으로 크럽이라 하였을 것이다. 이런 발음은 일본의 영향이라고 생각되는데 비단 크럽뿐만이 아니고 그로브, 보륨, 메론, 프라자 등등 무수히 많은 L발음에 구세대들은 그리 대처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일본식 발음을 듣고 있자니 야구중계에서 모든 야구용어를 일본식으로 전파하던 중계방송에 대한 기억이 새롭게 떠오르며 그 아나운서 생각이 난 것이다.

 

야구(野球)라는 한자어 자체도 일본사람들이 만든 것으로 나는 알고 있다. 중국어는 어찌되어있나 찾아보니 봉구(棒球)라 나와 있다. 한자의 뜻만 가지고 풀어보면 이 운동은 야구 보다는 봉구라 불리는 게 더 맞는다고 하겠다. 어찌 되었건 영화 YMCA야구단에서 소개 하듯이 야구라는 것이 중국에서 우리에게 전해진 것이 아니고 일제강점기 일본사람들이 전파하고 우리 땅에 미군이 주둔하면서 대중화되었다고 보는 것이 오를 터, 그러다 보니 사용하는 모든 용어도 일본식으로 되어 있던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하겠다.

 

프로야구가 생기고 미국 메이저리그의 중계방송이 빈번해지면서 귀에 익숙하던 일본식 용어는 점차 미국식으로 바뀌고 또 우리말로도 번역이 이루어지면서 예전에 사용하던 일본식 표현들이 많이 순화되고 있다. 기록에서 스트라이크를 볼에 앞서 듣던 버릇이 있어 요새 볼이 먼저 표기되는 전광판을 보고 잠시 헷갈릴 때도 있다. Runner를 ‘란나’로 외치던, 아나운서가 좀 흥분하면 ‘난나’로 들리던 용어는 이제 ‘주자’라 불리고 (이것도 일본이 만든 한자어겠지만) ‘데드볼’이라는 일본식 용어는 Hit by pitch라는 영어를 번역하여 ‘몸에 맞는 공’으로 이야기 하고 있다. Foul Ball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는 일본인들의 발음인 ‘화루볼’을 들을 때는 그게 정식 영어인줄 알고 그대로 따라 발음하기도 하였다. 특히 롬런을 ‘호므랑’이라 하였던 것은 지금 생각하여도 압권이다.

 

아무튼 모든 스포츠에 아직 일본식 용어가 많이 남아있다. 이런 것들을 국제용어로 바꾸는 것은 신세대들의 국제화에 극히 필요한 일이라 하겠다. 물론 우리말로 순화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 많은 전문용어들을 그리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니 그렇다면 제대로 된 외래어 표기가 필요할 것이다. 한글의 최대 장점 중의 하나가 일본사람들의 발음이나 미국사람들의 발음이나 그들이 발음하는 것과 동일하게 또는 거의 유사하게 적을 수 있고 또 우리는 그것을 그대로 읽을 수 있는 거 아닌가. 하지만 북한처럼, 말이야 맞는 말이지만, ‘코너킥’을 ‘모서리공 깎아차기“식은 순화가 아니라 코미디로 들린다.

 

기야 R을 아루, L을 에루, M을 에무, N을 에누라 발음하던 분들이 수월치 않게 있던 시대에 영어를 배웠으니 쉽게 고치기는 힘들겠지만.... 아무튼 이제는 구세대들의 L발음도 스스로 고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겠다.

 

2015년 9월 24일

하늘빛

http://blog.daum.net/ringing